8,000만 달러 신규 투자 유치한 빙고박스, 폭발적 성장의 배경은 '기술'
'이익률', '공급망', '환경', '규제'... 무인매장의 숙제 산적
그럼에도 무인화, 빙고박스 2.0과 유인편의점 무인화 모듈까지...
글. 임예리 기자
4차 산업혁명과 신유통, 무인화의 물결은 중국 유통업계에도 불어 닥쳤다. ‘무인편의점’이라 불리는 무인매장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알리바바가 지난해 7월 무인매장 타오카페(淘咖啡)를 론칭했고,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 징동(京东)도 바로 다음 달인 8월에 무인편의점을 오픈한다고 밝혔다. 궈샤오메이(果小美), 이지고(EasyGo), 테이크고(TakeGo) 등 10개 이상의 스타트업 브랜드가 시장에 진입했다. 이에 대한 투자규모 역시 적게는 수십만 위안(수천만 원)부터 1억 위안(170억 4,000만 원) 이상까지 천차만별이다.
중국의 시장조사기관 아이리서치(iResearch)에 따르면, 2017년 중국의 무인유통시장(자동판매기 포함) 규모는 약 200억 위안(한화 약 3조 4,000억 원)으로, 2020년엔 650억 위안(한화 약 11조 1,0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야말로 ‘무인화’에 돈이 몰리고 있다.
▲ 2017년 중국내 무인편의점 투자 현황(자료: 췐징왕(全景网))
빙고박스의 폭발적 성장, 핵심은 ‘기술’
국내에 비교적 잘 알려진 중국 무인편의점 업체로 빙고박스(BingoBox, 缤果盒子)가 있다. 2013년 설립된 빙고박스는 2016년 8월 첫 번째 매장을 낸 이후, 지난해 11월 기준 중국 29개 도시에 200여 개 매장을 열었다.
빙고박스는 자체 개발한 솔루션을 통해 24시간 무인편의점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비자는 매장 출입구의 QR코드를 스캔하여, 휴대폰으로 인증한 뒤 편의점에 들어간다. 편의점 내의 모든 상품에는 RFID 태그가 부착되어 있다. 소비자가 상품을 골라 계산대에 두면, 모니터에 해당 상품의 정보와 가격이 뜬다. 이후 즈푸바오(支付宝)나 웨이신(微信) 등 전자결제 솔루션을 통해 휴대폰 결제가 진행된다.
빙고박스가 내세우는 역량은 ‘기술’이다. 빙고박스는 접근 통제 시스템, 상품 교환·환불, RFID 태그 회수 등 무인화와 관련된 16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접근 통제 시스템은 중력(重力) 감응장치, 적외선 감응장치와 RFID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소비자가 물건을 들고 출입구 앞의 방범용 게이트를 지나갈 때 시스템은 RFID 태그에 있는 상품 정보를 인식한다. 이후 시스템은 상품이 계산이 된 것인지 판별한다. 고객이 출입구 쪽으로 향하면 극초단파 레이더가 소비자의 운동방향을 인지하게 되는데, 소비자가 들고 있는 상품들이 계산이 완료된 것이라면 자동으로 문이 열린다. 반대로 아직 결제되지 않은 상품이 하나라도 인식되면, 문은 열리지 않고, 지시등과 음성안내로 계산을 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빙고박스에 따르면 이러한 스마트 기술을 통해 기존 유인매장 대비 운영비를 대폭 낮출 수 있다. 15㎡(약 4.5평) 크기의 빙고박스 무인매장에서 팔 수 있는 상품의 수는 40㎡(약 12평) 규모의 기존 편의점에서 팔 수 있는 상품수와 동일하다. 또한, 설치와 이동이 용이한 컨테이너 구조물을 활용할 수 있어 매장 설립에 드는 투자비용 역시 기존 편의점의 1/4 수준이라는 회사측 설명이다.
당초 빙고박스는 ‘무인기술을 통한 투자비 절감’이라는 장점을 내세우며 빠르게 매장을 확장할 계획이었다. 빙고박스 CEO 천즈린(陈子林)은 지난해 7월 “2017년 8월까지 중국 전역에 200개 매장을 오픈하고, 1년 내 5,000개의 매장을 추가 오픈할 것”이라고 밝혔다.
빙고박스 매장. 24시간 열리는 완전 무인화 매장이다.
기술은 좋다지만... “투자회수까지 4년”
하지만 현재 빙고박스의 매장 확장 속도는 처음 계획보다 더디다고 평가 받는다. 매장 확장에 영향을 준 가장 큰 원인은 빙고박스 가맹점주의 낮은 이윤이다. 현지 매체와 연구기관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가맹점주가 빙고박스의 투자금을 회수하고 이익을 내는데 까지 3~4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빙고박스는 직영매장과 함께 가맹점을 모집해 매장을 운영한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와 같은 대도시에선 직영매장을 운영하고, 기타 지역에선 대리상(대리점)을 모집한다. 대리상은 빙고박스로부터 한 도시 안에서의 빙고박스 운영 권한(Licence)을 산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라이센스 비용은 3년 기준 100~200만 위안(한화 1억 7,000~3억 4,000만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대리상은 도시내 가맹점주를 별도로 모집하고, 가맹점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대리상 입장에선 더 많은 가맹점주를 끌어올수록 이익이 된다. 가맹점주가 15㎡(약 4.5평) 규모의 빙고박스 매장을 열기 위해선 8~10만 위안(한와 약 1,400~1,700만 원)의 투자금이 필요하다. 이후 가맹점주는 매장 수익의 80%를 가져간다.
빙고박스의 가맹점주였던 한 인사는 중국매체 췐톈허우커지(全天候科技)와 인터뷰를 통해 “매장 위치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런 상황에선 투자금 회수에만 4년 정도가 걸린다”고 전했다. 보통 편의점의 계약기간이 3년 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수지가 안 맞는 장사라는 주장이다. 해당 인사는 “자신을 포함해 초기 가맹 계약자 중 상당수는 (빙고박스와) 계약을 해지한 상태”라 덧붙였다.
화타이(华泰)증권 연구소는 상하이 롱터우루(龙口路) 빙고박스 매장을 사례로 가맹점주의 이익률을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롱터우루 빙고박스 매장의 하루 매출은 평균 1017.8위안(한화 약 17만 3,000원)이다.
중국 편의점 업계의 매출 총이익률이 통상 25%인 것을 감안하면, 해당 매장의 일 매출 총이익은 하루 254.45위안(한화 약 4만 3,000원)이 된다. 여기에 하루 기준 임대료(46.8위안), 인건비(16.67위안), 수도·전기세 등(30위안), 물류비(20위안), RFID 소비액(71.4위안)을 제하면, 해당 점포의 순이익은 69.58위안(한화 약 1만 5,000원)이다.
롱터우루 빙고박스 매장의 설비 투자액은 8만 5,000위안이었다. 따라서 가맹비를 제외한 설비 투자액 회수에만 1221일, 즉 3.35년의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망·환경·규제... 산적한 과제들
빙고박스가 공급망 영역에서 효율화를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빙고박스의 가맹점주는 상품과 공급 채널을 비교적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즉, 여러 가맹점들이 한데 모여 대량구매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상품 공급가격을 낮추기 힘들다.
이외에도 빙고박스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있다. 지난해 7월, 상하이의 빙고박스 매장 운영이 중단됐다. 폭염이 계속되는 날씨로 인해 전면이 유리로 된 빙고박스의 매장 내부 온도가 40도에 육박하며 치솟았기 때문이다. 며칠 지나지 않아 편의점 외부에 파라솔을 설치해 매장 운영은 재개됐지만, 폭염과 한랭 등을 포함한 기상이변 발생시 매장 내부 온도 관리에 대한 빙고박스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는 평가다.
빙고박스는 지난해 9월엔 현지 건축법 위반으로 인해 상하이와 베이징 시에서 영업 정지를 당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빙고박스 측은 베이징, 톈진, 칭다오 시를 비롯한 많은 시정부와 전략적 협의를 통해 개선할 것이라 전했다.
빙고박스의 4.5평 규모의 무인매장은 매대와 종업원을 없애고 12평 규모인 기존 편의점이 판매하는 것과 동일한 상품 구색을 갖출 수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무인화’, 협력의 영역으로
다방면에서 발생한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빙고박스에 대한 투자는 계속되고 있다. 빙고박스는 지난해 7월 1억 위안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 이후, 지난달 17일 푸싱(复星)캐피털 등으로부터 8,000만 달러(한화 약 863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빙고박스는 투자금을 기술개발과 업무 효율화, 상품구색과 관련된 연구 등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빙고박스에는 ‘빙고연구소’라는 이름의 연구부문이 있어 유통영역의 AI 솔루션 개발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빙고박스 관계자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올해 1분기 안으로 이미징 기술에 기반한 빙고박스2.0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도시에 매장을 확대해 수개월 내엔 고객 2만 명당 1개수준의 매장을 구축할 것”이라고 전했다.
빙고박스는 빙고박스2.0 계획의 일환으로 ‘빙고박스미니(BingoBox Mini)’ 출시를 함께 알렸다. 빙고박스미니를 도입하면, 기존 편의점에서도 무인결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소비자가 전자레인지 크기의 빙고박스미니 계산대 안에 상품을 넣으면, 이를 기기가 자동 인식하고, 기계에 부착된 QR코드로 돈을 지불할 수 있다. 해당 솔루션은 올해 1분기 정식 상용화될 계획이다.
▲ 빙고박스미니. 빙고박스에 따르면 빙고박스미니에는 향후 카메라 설치를 통한 도난 방지 기능이 추가된다.
빙고박스는 이와 동시에 기존 유통업체와의 합작 프로젝트도 지속 추진하고 있다. 기술을 활용한 운영 효율과 무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통 편의점 업체들 사이에서도 무인화 기술 도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중국 신선식품 O2O 전자상거래 플랫폼 자이셴셩훠(在线生活), 이궈셩셴(易果生鲜) 등이 차이나CVS(China CVS)를 설립하고, 8,400만 달러에 오프라인 편의점 브랜드 하오린쥐(好邻居)를 인수했다. 이후 새로 오픈하는 하오린쥐 매장에 적지 않은 무인화 기술이 도입됐다. 셀프 계산대와 QR코드 계산대 뿐 아니라,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해 자동으로 소비자 얼굴을 인식해 자동 계산하는 방식까지 등장했다.
빙고박스는 스지롄화(世纪联华), 중바이(中百)그룹 등 유통업체와 합작을 체결해 해당 업체들의 풍부한 공급망 자원을 확보하는 한편, 자사의 공급망 브랜드 ‘페이폔리(倍便利)’를 적용해 효율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빙고박스는 올해 중국 편의점업체 거우바이터(购百特)와 함께 무인화 매장 ‘빙고마켓(BinGoMarket)’을 론칭하기도 했다.
거우바이터 관계자는 “빙고박스의 무인화 기술이 매장 운영 효율화, 인건비를 비롯한 원가 절감에 도움이 됐다”며 향후 베이징 시내의 모든 자사 매장을 무인화할 계획“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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