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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원정기] 야생의 유럽 물류(人)를 만나다

INNOVATION

by 김편 2018. 2. 2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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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HL, 퀴네나겔, 파날피나... 교과서에 나오는 물류기업의 본고장 유럽을 가다

유럽도 열악한 물류에 대한 인식, 그럼에도 발달한 '자동화'

높은 인건비와 법인세... 자동화와 공유물류에 대한 고민 불러와

유럽속 한국 물류인들의 삶... '저단가'만으로 먹히지 않는 물류판

Idea in Brief

선진 도심물류하면 떠오르는 곳이 유럽이다. 암스테르담 운하에 비친 낭만처럼, 유럽의 물류는 왠지 모르게 아름다울 것 같은 느낌도 있다. 그래서 유럽으로 떠났다. 네덜란드, 독일, 영국에서 일하고 있는 물류인을 만났다. 보고서에선 볼 수 없었던 진짜 유럽을 보았다.

 

진짜 물류를 만나러 유럽으로 떠났다. 영국(런던)을 시작으로 프랑스(파리), 벨기에(브뤼셀), 네덜란드(로테르담, 암스테르담), 독일(쾰른, 프랑크푸르트)까지. 각 국가의 수도와 물류허브라 불리는 도시를 중심으로 여행루트를 짰다. 국책연구기관의 여러 보고서를 통해서만 봤던 유럽의 선진 물류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다. 기대감에 부풀었다.

유럽이 자전거 선진국임은 확실하다. 사진은 암스테르담 중앙역 근교에서 만난 자전거의 산

 

본격적으로 유럽 기행을 나서기 전, 한국의 물류인들에게 '유럽 물류' 하면 궁금한 것은 무엇인지 물었다.

 

“한국은 물류현장직에 대한 대우가 굉장히 열악하고, 사회적인 인식 또한 열악합니다. 유럽은 무엇인가 다를 것 같습니다” 

“한국기업의 비즈니스 계획은 주로 영업과 마케팅이 주도하며, 물류는 뒷전입니다. 유럽은 조금 다를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물류는 생산팀, 영업팀, 회계팀 간의 줄다리기에 껴서 고생만 합니다. 유럽은 다를 것 같습니다”

 

확실히 유럽은 뭔가 다를 것 같다. 글로벌 물류업체 DHL의 본고장 아니던가. 파날피나(Panalpina)와 퀴네나겔(Kuehne+Nagel). 한국에서는 조만간 사라질 대표직종으로 뽑히는 '포워딩'으로 이름 날리는 업체들도 많다. 4차 산업혁명의 본고장인 독일은 또 어떤가. 모두 유럽이다, 유럽.

 

그래서 유럽 현지에서 일하고 있는 물류인들에게 위 질문들을 대신 전했다. "아닌데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유럽도 물류업종에 대한 인식은 한국과 별반 다를 바 없단다. 물류는 유럽 안에서도 가장 낮은 연봉을 받는 직군 중 하나이며, 물류센터나 배송기사와 같은 현장직은 대부분 상대적으로 빈곤한 동유럽 국가나 인도, 파키스탄 이주 노동자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유럽이 잘돼있는 것은 하나 있다. 한국 물류현장에서는 도무지 찾아보기 힘든 ‘자동화’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4차 산업혁명의 본고장이라서? 아니다. 그 이유는 높은 최저임금. 비싼 인건비에 대응하고자 현장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는 '기계'와 파트타임의 '공유' 일자리가 유럽 각지에 들어섰다.

 

확실히 유럽물류는 한국과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 그런데 그게 세간의 평가처럼 아름다운 이유 때문은 아닌것 같다. 조금은 빗장을 걷어서 유럽물류를 바라보자. 한국과 유럽의 물류, 무엇이 다를까. 그리고 그 속에 물류인들은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 각각 네덜란드, 독일, 영국에서 일하고 있는 세 명의 물류인들을 통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4차 산업혁명 선진국 독일 어딘가의 물류현장. 유럽물류도 까대기 친다.

 

Q1. 근무하고 있는 회사와 맡고 있는 직무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김영석 CJ대한통운 유럽법인장 : CJ대한통운 유럽법인장을 맡고 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법인과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점, 함부르크 지점까지 3개의 사무실을 관리하고 있다. 네덜란드 법인 같은 경우 CL(Contract Logistics) 중심의 운영을 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는 항공포워딩, 함부르크는 해상포워딩 중심으로 각각 지역 특성에 따라 전문 분야를 나눠 운영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2020년까지 글로벌 TOP5로 도약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본사 차원에서는 M&A나 합작법인(Joint Venture) 설립을 통해 목표를 만들고자 하며, 유럽법인은 법인 나름대로 자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유럽법인에서 내가 하는 일은 신규 사업을 개발하고, 고객 관리하는 것이며, 법인장이니까 영업 관리도 당연히 한다.

 

한덕희 레인지로지스틱스 대표 : 독일 프랑크푸르트 근교의 오버우젤이라는 도시에서 월 5,000건 정도의 독일발 한국향 이커머스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 레인지로지스틱스는 ‘세상의 따뜻함을 이어준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운다. 세상의 따뜻함이란 유럽의 문화일수도, 한국의 문화일수도, 포장된 상자일 수도 있다. 우리는 문화가 담긴 상품들을 피킹하고 상자에 담아 패킹(포장)하여 한국으로 안전하게 배송하는 일을 한다.

 

레인지로지스틱스는 향후 K-뷰티 분야의 상품을 소싱하여 한국발 독일향 유통을 확장하는 데 관심이 많다. 관련하여 프로젝트성 물량유통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독일 판매와 같은 경우 현지 마켓플레이스를 활용한 판매를 고려하고 있으며, 현지 무역진흥공단과 함께 한국 중소업체 제품들의 현지 유통망을 함께 발굴하고 있기도 하다.

 

김기식 지에스엠 영국법인장 : 지에스엠은 아이에스이커머스라는 한국 상장사의 전자상거래 물류를 위해 만들어진 회사다. 아이에스이커머스의 모태는 ‘위즈위드’로 2000년도에 일찍이 구매대행 사업을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지에스엠은 미국 뉴욕과 LA, 유럽의 영국과 이탈리아, 중국과 일본의 대도시 중심의 물류허브를 가지고 있다.

 

영국법인은 2007년 세팅됐으며, 그 때부터 법인장 일을 맡고 있다. 영국에서 순수하게 전자상거래 물류만 처리하는 한국계 회사는 지에스엠이 첫 번째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에스엠 영국법인은 영국에서의 상품소싱과 한국까지의 물류를 맡는다. 영국의 패션산업이나 상품 동향을 파악하여 본사에 전달하며,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 같은 경우 인큐베이팅을 하기도 한다. 한국까지의 물류 역시 지에스엠 영국법인이 맡는다.

독일 오버우젤에 있는 레인지로지스틱스 물류센터

 

Q2. 유럽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김영석 법인장 : 유럽거주 경험이 있다. 올해로 10년차다. 영국에서 8년 정도 거주하며 공부도 했고, 일도 했었다. 아무래도 현지 경험이 있었고, 일도 잘해서 회사에서 이쪽으로 발령내지 않았나 생각한다. 유럽법인에 오기 전에는 CJ대한통운의 컨설팅 조직인 CJ대한통운 종합물류연구원에서 일했다.

 

한덕희 대표 : 한국에서 이커머스 분야의 일을 하던 중 해외직구 시장이 크게 성장하는 추세를 파악했다. 그 당시 직구시장은 주로 미국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었는데, 그 와중 미국이 아닌 유럽 쪽으로 한국의 직구 소비자들이 넘어가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래서 독일로 무작정 넘어왔다. 시장은 커지고 있으니, 독일에서 물류관련 사업을 하면 좋겠다고 막연한 생각을 한 것이다. 처음에는 물건 사입부터 포장까지 안한 것이 없었다. 그렇게 회사를 조금씩 키워나가고 있다.

 

김기식 법인장 : 지에스엠 영국 법인장을 맡기 전부터 영국에서 물류 일을 했다. 영국에서 같이 공부하던 학교 선배가 물류회사(Courier)의 지점장으로 발령받았고, 사람이 부족하다고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었다. 그렇게 아르바이트를 한 것이 물류를 시작하게 된 계기다. 런던 시내는 차량이 진입해서 서류배달을 하기 어려운 지역이 꽤 많은데, 그것을 우편배달부처럼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배달하는 것이 내 역할이었다.

영국 런던 시내 어딘가. 구석구석 차량 진입이 어려운 골목이 많다.

 

Q3. 한국과 비교해서 유럽물류만의 특징이라 할만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는가.

 

김영석 법인장 : CL과 같이 창고(Warehousing)를 다루는 영역의 경우에는 기술력에서 큰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완전 자동화를 도입하지 않고, 반자동으로 가더라도 저렴한 ‘인건비’로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는 한국시장과는 다르다. 유럽 같은 경우 인건비가 높다보니 그것을 줄이기 위해서 ‘기술’이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가령 네덜란드에는 작업자가 퇴근한 이후 지게차가 무인으로 화물을 떠서 도크(Dock) 앞에 깔아놓는 기술이 있다. 현장 작업자들은 다음날 출근하여 그렇게 깔아놓은 화물들을 상차만 하면 된다.

 

운송(Trucking) 영역에서 유럽은 내륙복합운송(Intermodal)이 굉장히 발달했다는 특징이 있다. 유럽에서 트럭은 하루 8시간밖에 운영하지 못한다. 한국에서는 조금 무리해서라도 하루만에 갈 길을 이틀 이상 걸려 가는 경우가 속출한다. 때문에 유럽은 최대한 간선망에서 갈 수 있는 만큼만 가고, 지역의 운송업체에게 화물을 인계하는 식의 운송이 발달했다. 때문에 한국의 대형 물류업체들이 주로 생각하는 트럭 인프라를 장악하여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이 유럽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이미 지역 업체들이 각자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시장이라, M&A를 하지 않으면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렵다.

 

한덕희 대표 : 현지에서 주문자 입장에서 시장을 봤을 때 독일 같은 경우 한국과 달리 굉장히 보수적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가령 한국은 물건을 살 때 돈만 많이 주면 다 구매할 수 있는 문화다. 그러나 독일은 돈이 있더라도 모든 물건을 살 수 없다. 독일 현지 상품공급사는 모든 계획을 연초에 수립하고, 그렇게 구축한 유통구조가 갑작스레 들어온 누군가에 의해 변하는 것을 경계한다. 기존보다 훨씬 많은 돈을 준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계획이 틀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다.

 

김기식 법인장 : 영국은 쿠리어(Courier)라고 하는 소화물 운송이 굉장히 활성화돼있다. 한국 같은 경우 특정국가에 강점을 가진 회사는 몇 군데 있지만, 전 세계를 대상으로 사업하는 회사는 별로 없다. 그런데 영국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사업하는 중소 쿠리어가 굉장히 많다. 아무래도 유럽대륙이 바로 옆에 있으니, 이런 물류가 발전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그러다보니 물류 소프트웨어를 전문적으로 하는 IT회사들이 굉장히 많다. 국내택배든, 국제택배든 누구든 쉽게 접근해서 자사에 맞는 물류 소프트웨어를 API 연동을 통해 활용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IT 강국이라고 하지만, 대기업 물류 중심으로 자체 IT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에 개방성은 유럽에 비해 뒤쳐진다.

 

또 다른 특징은 ‘공유물류’가 굉장히 활성화돼 있다는 점이다. 별도의 운송사업권을 허가 받아야 하는 한국과 달리 영국에서는 동네에서 자차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물류업무에 참여할 수 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시간 동안 배송업무를 하는 주부들도 많다.

 

이런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업체가 ‘아마존’이다. 영국에서 아마존 배송차량을 보면 ‘아마존 로고’가 찍힌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일반 승용차로 배송하는 사람도 있고, 조금 큰 트럭으로 물량을 받아서 배송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영국의 물류시스템은 변화무쌍한 환경에 대응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 일반인들이 단 몇 건을 가져가는 물량도 잘 파악해야 됐기 때문이다.

Q4. 유럽에서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김영석 법인장 : 한진해운 사태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아마 그것을 기분 좋게 바라본 한국 물류인은 유럽에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물론 한진해운이 어려운 상황이긴 했지만, 유럽에 있는 물류기업에겐 정말 필요한 기업이었다. 우리나라가 자랑할 수 있는 대표기업 하나가 무너진 것도 가슴이 아팠다.

 

그 때 상황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배는 바다에 뜬 채 못 들어오고 있었고, 유럽 화주들은 난리가 났다. 당연히 우리 운영직원들도 난리가 났다. 이런 사태는 처음이었고, 저 또한 법인장 발령받고 오자마자 겪은 초유의 사태였다. 하루종일 변호사 만나러 뛰어다니고, 화주들 전화응대하고, 본사에서도 비상TF가 꾸려져 화물진척을 관리하는 등 치열한 일상을 보냈다.

 

한덕희 대표 : 독일은 인건비와 법인세가 굉장히 비싼 나라다. 일단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세금이 무시무시하다. 직원도, 회사도 세금을 많이 낸다. 세무, 회계적인 부분도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인건비 또한 말도 안 되게 비싸다. 처음에는 이런 비용 구조를 가지고 기업이 운영이 될까 걱정도 됐고, 세금 때문에 정말 힘들기도 했다. 보통 이익의 40% 정도가 세금으로 나가는데, 지금도 세금이 가장 무섭다.

 

독일에서는 3년 정도 회사가 버텼으면, 많이 탄탄해졌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또한 그 3년의 고비를 넘겼다. 특히 현재 우리는 모든 직원을 정직원으로 채용하고 있다. 알바(Mini Job)로 등록하여 현금으로 급여를 주는 방식으로 세금처리를 피하고자 하는 업체가 꽤 있는데, 그들과는 다르다. 정직원 채용으로 인해 비용이 많이 올라갔음에도 회사를 성장시켰다는 부분은 우리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김기식 법인장 : 요즘에는 이메일로 적하목록(Manifest)을 주고받는다고 하지만, 옛날에는 수기로 적은 적하목록을 봉투에 넣어 화물을 보낼 때 함께 보내곤 했다. 현장직들은 이게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이 잘 잡혀있지 않아, 쓰레기통에 버리곤 했다. 이게 사실 꿀정보다.

 

초기 우리는 영업 네트워크를 만들어내기 위해 열심히 쓰레기통에 버려진 적하목록을 주우러 다녔다. 그 안에는 누가 누구에게 어떤 화물을 보낸다는 등의 정보들로 가득했다. 그렇게 쓰레기통에서 수거한 정보를 토대로 인도계통 회사의 영업을 굉장히 많이 했었다. 이 경험은 내가 법인장이 되고 조직 구조를 짜면서 정보를 다루는 사내 매뉴얼을 짜는데도 큰 도움이 됐다. 정보가 담긴 모든 서류는 함부로 버려지면 안 된다.

CJ대한통운 프랑크푸르트지점 사무실 전경. CJ대한통운 유럽법인에서는 17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으며, 그 중 14명이 한국직원이다.

 

Q5. 유럽에서 물류업무를 하는데 필요한 역량이 있다면 몇 가지 꼽아달라.

 

김영석 법인장 : 언어가 제일 중요하다. 다 똑같이 바닥에서 배우는 입장이라 하면, 언어는 기본역량이 된다. 영어는 기본이고, 유럽 각국의 현지 언어도 할 수 있으면 더 좋다. 가령 CJ대한통운 프랑크푸르트지점의 직원들은 기본적으로 독일어를 다 할 줄 안다. 왜냐하면 유럽법인의 경우 인턴으로 채용한 이후 정규직 전환을 하는데, 이력서만으로는 그 사람이 어떤 인잰지 파악하기 힘들다. 다 좋은 인재처럼 보이는데, 확실히 검증되는 것은 ‘언어’밖에 없다. 실상 인턴직원들에게 항공포워딩이나 해상포워딩, CL 역량을 기대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 외에 직원 입장에서 현지에서 일하면 좋은 점을 풀어보자면 ‘더 많이 배운다는 것’이다. 본사는 분업화가 돼있는데, 유럽법인은 직원의 멀티태스킹 역량을 강조한다. 이렇게 직원들이 쌓은 경험과 역량은 나중에 본사로 돌아가더라도 큰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본사도 글로벌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해외현지 경험을 해본 유럽법인 직원들이 추후 중추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한덕희 대표 : 조직에 따라 다르지만 경영전략팀과 기획팀의 경우 독일어까지는 아니더라도 영어는 필수다. 프랑크푸르트는 물론 프랑스 등 유럽 전역에서 열리는 박람회에 방문해 상품을 소싱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비즈니스 언어는 ‘영어’로 통한다. 창고근무 직원의 경우 영어가 그렇게 중요하진 않지만, 직원들 대부분은 영어를 중급 이상으로는 한다.

 

또 중요한 역량을 뽑자면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라 그런지 유럽 현지인들과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정말 중요하다. 담당자들과의 친밀함도 중요하고, 비즈니스 관계로 이어지기까지의 히스토리도 중요하다. 결국 이것이 재산이다. 관계가 바탕이 돼 여러 계약 관계로 파생된다. 마지막으로 정말 필요한 역량은 ‘도전정신’이다. 어떻게든 시간을 투입하여 결과물을 내는 도전정신이 중요하다. 특히 외국에서는 더 필요한 것 같다.

 

김기식 법인장 : 현재 영국발 한국향 전자상거래 물류시장은 저단가 경쟁으로 몸살을 앓고있다. 이에 한국 이상의 다양한 국가로 시장을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 즉 ‘영어’다. 이 외에 유럽물량을 취급하는 영국계 물류파트너와의 인적네트워크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함께할 친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Q6. 유럽에서 물류업무를 함에 있어 고민이 있었다면.

 

김영석 법인장 : 유럽 안에 있는 20여개 국가의 문화와 제도를 다 고려해야 하는 것이 숙제다. 같은 EU더라도 통관법과 국민성이 전부 다르기에 그 나라에 맞춰 들어가지 않으면 실패할 수 있다. 땅덩이는 크지만 단일국가인 중국과는 확실히 다르다.

 

프랑스, 이탈리아 같은 나라들은 ‘언어’ 때문에 골치 아픈 곳인데, 이 나라 사람들은 영어를 할 줄 알아도 안 쓴다. 우리 역시 프랑스어를 잘하는 현지 직원을 통해 업체를 움직인 경우가 있었다. 

 

다른 예로 독일 국민들은 보수적인 성향이 특히 강하다. 저렴한 물류업체가 들어와도 기존 사용하던 업체를 잘 안 바꾼다. 그래서 법인 입장에선 로컬업체 수주가 참 힘들기도 하다. 아직 유럽시장에서 한국이라는 나라는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현지회사 많은데 왜 굳이 잘 모르는 아시아 국가 회사에게 물류를 맡기냐는 반응도 나온다. 반면, 네덜란드 사람들은 돈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써보고 경제적이면 바꾼다. 독일과는 조금 다르다.

 

한덕희 대표 : 첫 번째 불편함은 언어였다. 영어가 된다 하더라도, 영어를 모국어처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독일의 비즈니스 문화가 참 힘들었던 것 같다. 상품을 주문했는데 갑자기 발주가 취소되기도 했고 가격을 올리는 업체도 나타났다. 당시에는 이 업체들이 왜 발주를 취소하고, 가격을 올리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서 보면 이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다. 독일인들은 계획적이다. 한 해 계획을 정확하게 세우고, 그 다음 3년 계획, 10년 계획을 준비한다. 한국에서 일을 할 때 ‘사업계획서’란 짜맞추기식 포장도구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독일에서 모든 업무는 서류(Paper)로 진행되며, 그 시작은 사업계획서다. 사업계획서가 잘 만들어졌느냐 아니냐에 따라 업무진척이 달라진다.

 

김기식 법인장 : 한국계 회사 고객사들이 너무 똑똑하다. 물류업체들이 어디서 마진을 만드는지 다 파악하고 있더라. 그래서 그런지 너무 저단가로만 물류 서비스를 받고자 한다. 어느 회사나 저단가 압박은 있다지만, 일본계나 중국계 회사는 그런 압박이 별로 없는 것 같더라. 영국회사와 같은 경우에도 한 번 세팅한 물류를 바꾸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가격이 아주 이상하다던가, 사고가 연달아 나는 상황이 아니라면 한 번 계약 시행된 것을 계속 믿고 가는 경향이 있다.

도심물류의 첨단 네덜란드의 아침 물류현장. 암스테르담 어느 시장 근처다.

 

Q7. 향후 목표와 비전이 있다면.

 

김영석 법인장 : 차별화된 서비스를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다. 한국기업이 처한 위기가 있다면, 유럽에서 독자적인 서비스를 가지고 있는 업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단순히 비용을 맞추는 물류보다 B2C 풀필먼트를 잘한다거나 하는 서비스 경쟁력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한덕희 대표 : 독일에서 최고가 되는게 회사의 목표다.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의 슬로건은 ‘독일에서는 우리가 최고입니다’였다. 그 슬로건처럼 우리 고객이 B2B이든, B2C이든 고객의 니즈를 가장 신속하고 발 빠르게 해결하는 커머스 물류회사로 성장하고 싶다.

 

김기식 법인장 : 앞서 언급했듯 한국향 전자상거래 물류만으로 앞으로 비전은 없다. 때문에 기존 우리가 해왔던 영국에 없었던 브랜드를 인큐베이팅하고 판매하는 사업을 확장하고 싶다.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국가로 판매하고, 그에 따른 물류를 처리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결국 물류 혼자서는 독립하기 어렵다. 브랜드와 함께 좋은 관계를 가지고 가야 한다. 유럽에서는 그 분야에서 가장 잘하는 회사로 지에스엠을 성장시키고 싶다.

 

Q8. 마지막으로 한국에 있는 물류인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김영석 법인장 : CJ대한통운은 아시아 지역의 성장을 기반으로 구주·미주까지 글로벌 성장을 이끌어가고자 한다. CJ대한통운 유럽법인은 그 중에서도 이커머스 전자상거래 물류에 특화된 솔루션을 많이 개발하고 있다. 현재 독일지역에서는 가장 많은 이커머스 포워딩 물류를 지원하는 회사로 고객들에게 괜찮은 가치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향 특송과 한국 1위 택배업체를 연결할 수 있다는 것도 아무래도 큰 이점이다. 고객에게는 1석 2조의 효과라 할 수 있다. 전체 공급망 안에 객체가 많으면 비용이 올라가기 마련인데, CJ대한통운의 경우 한 회사가 다루기에 원스탑솔루션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만약 한국과 동남아시아를 대상으로 이커머스 물량을 태우고자 하는 사장님이 있다면 함께 이야기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한덕희 대표 : 내가 한국에 계신 물류인들에게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깜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만약 한국의 물류인들 중 독일이나 유럽쪽으로 물류망이 필요하다면 우리를 이용해도 좋다. 반대로 독일에서 한국으로 가는 제품을 준비하신다면 그것도 좋다. 한국제품을 독일과 유럽에서 잘 팔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더 많은 실력자들과 네트워킹을 하고 싶다. 어찌됐든 독일을 책임지러 왔으니, 독일에서 최고가 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김기식 법인장 : 아마존이나 거대 물류기업이 상품과 물류를 같이 가지고 들어오면서 물류의 퍼스트마일, 미드마일, 라스트마일을 통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업체가 모든 물류시장을 장악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과거 DHL, UPS, 페덱스와 같은 업체들 역시 전 세계 물량의 80%를 가지고 갔지만, 그 외 수많은 업체는 남은 20% 가지고 다들 먹고 살았다.

 

이런 관점에서 각각의 강점을 가지고 있는 회사들이 서로 연합하지 않으면 개별업체는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역직구’가 대세라고 하는데, 여기에 필요한 자원을 함께 공유하고, 협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업체들은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도태될 것이다. 힘을 합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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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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