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보는 해운, 2017 되돌아보기
고객주도, 계절성, 에코스티밍, 초대형화··· 해운시장이 맞이할 변화는
글. 남영수 밸류링크유(valuelinkU) CEO
2017년은 한국 해운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한 해였다. 글로벌 7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파산하였고 한국해운 산업은 이류(Second Tier)의 중소 해운국으로 전락할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해운에 대한 국가의 무지, 무관심과 부적절한 대응은 글로벌 물류 대란, 대규모 해운 무역수지 적자, 한국 화주가 일본 화주보다 500달러 이상의 추가 운임을 부담하는 등*의 힘든 상황을 초래하고 말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발표 자료 (연합뉴스 2017년 9월 6일자 신문 기사중 발췌)
어느 사이 한진해운 파산을 목소리 높여 주장했던 사람들은 슬그머니 사라졌고, 지금은 현대상선을 통해 한국 정기선 해운을 재건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 추가적으로 투입될 수조 원의 공적 자금에 대한 부담이 만만치 않을뿐더러 실현 가능성도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벌크 운송 기업 중에는 법정관리 단계를 거친 후 건전 기업으로 재탄생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왜 한진해운은 파산 절차를 밟게 되었을까. 그리고 한진해운의 파산이 왜 이렇게 큰 파장을 몰고 온 것일까. 실제 국제무역에 있어 컨테이너 정기선을 통해 운송되는 물량은 전체의 20% 수준이다. 나머지 80%를 차지하는 벌크 운송과 비교하면 미미한 물량이다. 그러나 컨테이너 운송은 다수의 고객과 1년 이하의 단기 계약으로 완제품을 주로 운송한다는 특성을 지닌다. 이에 따라 운임 민감도와 실생활 밀접도가 더 높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컨테이너 해운 시장을 중심으로 2017년 해운 시장의 변화, 최근 해운 변화 트렌드, 그리고 2018년 해운 시장 전망에 대해 알아 보도록 하자.
숫자로 보는 해운 시황
1) 4.8% > 3.4%(2017년), 3.7% < 4.4%(2018년)
2017년 해상 물동량 수요는 4.8% 증가한 데 반해 공급은 3.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며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수요 증가가 공급 증가를 추월했다. 그러나 2018년에는 다시 공급이 4.4% 증가하여 3.7%의 수요 증가를 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
*Drewry, Container Forecaster & Annual Review 2017/18, October 2017
2021년까지 해상 물동량 수요 증가 예측치는 연평균 4% 수준으로, GDP 상승 예측치 3.6%의 1.1배 수준이다. 반면 공급 증가는 연평균 3%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최근 GDP 대비 승수효과(Multiplier Effects)가 급격히 하락했는데, 2000년부터 2014년까지 GDP 대비 해상 물동량 증가율이 2~3배 수준을 유지한 반면 2015년부터 2021년까지의 GDP 대비 해상 물동량 증가율은 1.1배에 그친 것이다. 이러한 물동량 증가율 하락세는 산업 발전과 3차 서비스업 비중 확대, 기업의 SCM 관리 및 개선 확대, 그리고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와 리쇼어링(Protectionism and Reshoring)이 확대되는 추세가 복합적으로 얽힌 탓으로 풀이된다.
2) 1.3%, 그리고 92.8%
선박은 신규 건조 이후 20년 이상 운영할 수 있다. 즉 시장에 한 번 투입된 선박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20년 이상이라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2000년부터 2021년까지의 CAGR(Compound Annual Growth Rate: 연평균증가율) 기준 수요 증가율은 약 6.2%다. 반면 같은 기준 공급 증가율은 7.5%로, 수급 차이는 1.3%* 수준이다.
다만 수급 격차가 지난 20년 동안 누적된 결과 2021년에는 공급이 수요를 92.8%가량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공급 초과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2019년 이후 추가 신조 발주가 예상돼 실제 수급 불균형 격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3) 14.0 VS 10.4, 그리고 600만 TEU
디맨드퍼슬롯(Demand per Slot)이라는 게 있다. 이는 선박 1TEU 스페이스당 연간 운송한 화물량을 뜻한다. 이것을 기준으로 하는 2017년 선박 1TEU당 화물 운송량은 9.9TEU이며, 2021년에는 10.4TEU로 개선될 예정이다. 다만 해운 호황기였던 2000년대 중반 Demand per Slot이 14TEU였다는 것을 고려할 때, 2000년대 중반 수준의 해운 호황기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Demand per Slot이 13~14TEU 수준으로 회복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시장 내에 초과 공급량(Over Capacity)이 약 25%(600만 TEU) 수준이기 때문에 해운 장기 불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4) 650.12포인트 VS 846.89포인트
해운업체는 운임 인상이라는 말 대신 ‘운임회복’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한다. 화주들의 부담 확대에 따른 불만을 회피하려는 의도 때문만은 아니다. 현재 운임지수로 사용중인 CCFI*나 SCFI**가 1998년과 2009년을 1,000포인트로 두고 작성한 것이고 이후 물가상승율을 반영한 두 지수의 적정 수준이 각각 1,500포인트와 1,200포인트인데, 현재 운임 수준이 이를 밑돌기 때문이다.
* 상하이 항운교역소에서 발표하는 중국발 컨테이너 운임지수, CCFI(China Containerized Freight Index), 1998년 1월 1일 기준 1,000 Points
** 상하이 항운교역소에서 발표하는 상해발 컨테이너 운임지수, SCFI(Shanghai Containerized Freight Index), 2009년 10월 16일 기준 1,000 Points
SCFI 기준, 2017년 운임 수준은 846.89로 2016년의 운임 수준 650.12에 비해 30% 정도 회복됐다. 주요 항로별로 보면, 유럽 항로가 685.0에서 911.0으로 약 33%, 미주 서안항로가 1,250에서 1,536으로 23%, 미주 동안항로가 2,066에서 2,595로 26% 상승했다. 동남아 항로 역시 평균 69.0에서 145.0으로 110% 상승하는 등 전체 노선에서 운임회복이 진행됐다.
운임회복의 효과로 각 선사는 경영실적 면에서 큰 폭의 개선을 보였다. 가장 큰 성장을 보인 선사는 프랑스의 CMA-CGM으로 매출이 전년 대비 47% 성장한 101.7천만 달러를 기록했고, 머스크라인(Maersk Line) 역시 매출이 16% 성장해 115.9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영업이익 기준으로도 CMA-CGM이 전 년의 적자를 7억 2,000만 달러의 흑자로 전환시켰고, 코스코홀딩스(COSCO Holdings)와 머스크라인도 각각 6억5천만 달러, 3억 3,000만 달러의 흑자 전환을 기록했다. 한편 한국 선사의 경우, 현대상선이 매출 17% 증대와 영업 적자 대폭 축소라는 성과를 냈다. 반면 흥아해운과 SM상선은 여전히 적자 상태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수급 불균형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연간 운임이 회복된 것은 공급상에서 선박의 슬립(Slip)과 스크랩(Scrap) 확대, 한진해운 파산과 해운동맹(Alliance)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시적인 현상으로 판단된다. 실제 10월 중국 국경절 이후 시장 내 운임은 전 구간에서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5) 3대 해운동맹
2017년 가장 큰 해운 이슈 중 하나는 대규모로 진행된 M&A와 해운동맹 재편이었다. 현재 글로벌 100대 선사 중 상위 20대 선사의 선복 점유율은 91%(평균 선형 5,100TEU)로서 선박 대형화를 주도하고 있으며, 수주 현황(Orderbook) 면에서도 전체 발주량의 93%(평균 선형 12,000TEU)를 점유하며 공급량 확대를 이끌고 있다.
2016년까지 운영되던 4대 메이저 해운동맹(Major Alliance)는 2017년 2M+HMM, 디얼라이언스(The Alliance), 오션(Ocean Alliance)의 3대 해운동맹 체제로 재편되어 4월부터 운영 중이며, 그와 함께 선사간 M&A도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또한 머스크라인이 함부르크 쉬드(Hamburg Sud)를 40억 달러에 인수하여 연말까지 통합할 예정이며, CMA-CGM은 싱가포르의 넵튠오리엔트라인스(NOL)를, 하팍로이드(Hapag-Lioyd)는 UASC를, 중국원양해운그룹(CCSG)은 홍콩의 오리엔탈오버시스(OOCL)을 인수했거나 인수 결정을 내린 상태다. 또한 일본의 3개 메이저 선사인 NYK, MOL, 케이라인(K-Line) 역시 컨테이너 사업부문을 ONE으로 통합, 2018년 4월부터 영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이상과 같은 M&A가 완료된 시점에서 글로벌 선사 순위와 선복량은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TOP5가 13,227,703TEU(66.4%)를, TOP7이 15,694,007TEU(78.8%)를 점유하게 되면서 과점 체제가 더욱 확고해 질 것이며, 추가적으로 통합 논의가 나오는 에버그린(Evergreen)과 양밍해운(Yang Ming)의 합병이 실현된다면 TOP7도 공히 1,500,000TEU 이상급의 선사로 재편될 것이다.
6) 26.4% 상승
연료비는 2000년부터 2013년까지 연평균 11%의 급격한 상승을 보이다 현재는 2000년대 중반 수준으로 하락한 상태다. 2016년 연료비는 톤당 평균 234.7달러였다가 2017년에는 296.6달러로 26.4% 인상됐다.
일반적으로 연료비 상승은 제조업에게 호재인 반면 해운업에게는 큰 악재로 작용한다. 해운업체의 총비용 중 연료비 비중은 10~20% 수준으로 45% 수준인 항공사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항공사가 연료비 인상분을 유류할증료(Fuel surcharge) 형태로 운임에 부과하여 징수하는 반면 대부분 해운업체는 연료비 인상분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한 연료비 변동은 예측하기 어려운 외부변수이기도 하다. 가령 총비용 규모가 1조 원인 회사가 있는데 연료비가 26.4% 오르면 그 회사는 약 400억 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는 전체 수지에서 4%대의 수익 하락을 초래한다.
7) 6,850TEU와 50% 상승
2016년 6월 26일 파나마 신운하 개통과 뉴옥 베이온다리(Bayonne Bridge)의 높이 상승(Air-draft)으로 14,000TEU 선박의 미주 동안 직기항이 가능하게 됐다. 그 결과 파나마 운하를 경유하는 미주 동안 서비스 선박의 평균 규모는 4,600TEU에서 6,850TEU로 약 50% 확대됐고, 기존 파나마급 선박은 대량 전배(전환배치, Cascading) 혹은 해체*됐다.
2018년에도 이러한 공급 확대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는 구주(유럽) 항로가 15,000TEU 이상급으로 재편된 이후 전환배치된 10,000~14,000TEU급 선박의 최적 대체 노선이기 때문이다. 결국 미주 동안은 13,000TEU급, 미주 서안은 10,000TEU급 선박으로의 전환배치가 예상되고, 그 결과 잉여가 발생한 6,000~9,000TEU 선박은 중동 노선이나 남아메리카 노선으로 전환배치되는 등 단계적인 전환배치가 이어질 것이며, 해당 노선의 운임은 연중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8) 2’nd Tier(이류)
100대 컨테이너 선사 중 한국 선사는 6곳으로 총 선복은 약 70만TEU 수준(전체 점유율 3.5% 수준)이다. 이는 한진해운 청산 후 약 4%가 감소된 결과인데, 특히 국내 1위 선사인 현대상선의 선복은 2017년 6월 기준 372,000TEU로 그 순위가 12위에 머물고 있다. 신조 발주 규모 역시 총 4척(7,000TEU)에 불과해 순위는 더욱 밀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 선사의 경우, 16년 이상 된 장기 노후선 보유 비중이 높은 한편 선복량 측면에서도 5,000TEU 이하의 중소형선 위주의 선대 구성을 취하고 있어 주요 동서 항로보다는 극동 3개국 간이나 아시아 서비스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현대상선을 한진해운을 대체할 수 있는 원양 선사로 만들자는 주장이 수차례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자금력의 한계, 2M과의 계약상 제약, 글로벌 영업력 한계라는 벽에 부딪혀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 발주는 지연되고 있다. 오히려 원양 노선 대신 아시아 서비스 중심으로 서비스 확대가 이뤄지고 있어 국내 선사 간 치킨게임만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9) 3조, 500달러, 14%
2017년 2월 글로벌 7위의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대규모 물류대란이 발생했고 화주에게 큰 손실이 전가됐다. 이후 한국 해운시장은 많은 부분 외국계 선사에게 잠식되었고, 한국 해운은 약 3조 원의 운임손실과 함께 한국 화주들은 일본계 화주보다 40ft 컨테이너당 500달러 이상의 추가운임*을 부담하게 됐다.
*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발표 자료 (연합뉴스 2017년 9월 6일자 신문 기사 중 발췌)
또한 국내 원양 정기선사의 자국 화물 적취율도 기존 30% 초반에서 2016년 14%로 하락했다. 비록 현대상선과 SM상선이 미주와 아시아 서비스 일부 노선을 넘겨받아 영업을 개시하며 안정화되었다고는 하지만, 특히 유럽 노선의 운임 상승과 작은 선복으로 인한 선적 지연은 많은 물류업체에게 손실과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
해운 트렌드 변화와 해운 시장 영향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와 파산 과정이 언론에 수차례 보도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장기 해운 불황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 해운 시장의 수요와 공급 불균형 심화는 오랫동안 유지돼 온 해운 트렌드의 급격환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즉, 과거 트렌드를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하거나 대응책을 준비한다면 상황을 오판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대응 전략을 수립할 때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인지하고 있어야만 한다. 그렇다면 최근 해운 트렌드의 변화 양상과 이러한 트렌드가 해운 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1) 장기불황시대 도래와 고객주도시장으로의 전환
전통적으로 해운 시황은 5~10년 주기로 사이클이 변한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해운 시장의 수급 불균형 악화는 해운 불황이 그 이상으로 장기화되고, 호황기가 재도래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또한 그 여파로 인해 시장의 성격이 선사주도시장에서 고객주도시장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1980년대 제조업 시장의 성격이 대량생산 체계에 따른 초과ㆍ잉여 생산으로 제품 중심에서 판매 및 고객 중심으로 변화했던 것과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해운업의 경우 2000년대 중반 조선 생산성의 폭발적 증대와 항만 설비의 대형화, 규모의 이익(Scale merits)에 따른 선사들의 선박 초대형화 니즈 발생 등으로 공급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선사 중심의 시장이 고객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향후 해운 서비스는 고객의 니즈에 기반한 서비스 개선, 고객별 차별화 서비스, 고객관계 관리 강화 등 제조업의 변화 과정을 밟게 될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2) 계절성의 변화
전통적으로 해운 시장에는 성수기와 비수기가 명확하게 구분돼 있었다. 해운 성수기는 소비가 집중적으로 늘고 크리스마스와 연말 물량이 수출되는 4~10월인 것으로 여겨졌다. 실제 해당 시점에 운임 수준이 연중 가장 높기도 했다. 하지만 2011년 이후 월별 물동량과 운임 변동을 살펴보면, 전통적인 성수기 시즌에도 운임이 도리어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연초 중국 춘절과 10월 국경절 즈음 중국발 물량은 단기간에 폭발하나 윈터프로그램(Winter Program)으로 공급은 축소되어 운임이 잠깐 회복되었다가, 이후 기존 성수기 시점에 물량이 증가할 때 신조 선박의 투입과 계선(Idling) 선박의 재투입 등으로 공급도 함께 확대되며 수급 상황이 개선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상황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이며, 큰 외부변수가 없는 한 운임 변동폭은 차츰 줄어들어 연중 평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3) 경제선형화와 에코스티밍
선박의 속력은 해운 산업의 주요 변화로 꼽힌다. 선박의 속력은 최고 선속 26노트(Knots)로 정점을 찍은 뒤 현재는 20노트 초반까지 하락하는 추세다. 선속을 경제선속으로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2000년 초반 톤당 100달러였던 연료비가 2013년 650달러까지 가파르게 상승하여 선사의 연료비 부담이 크게 늘었다는 것과, 수급 불균형에 따라 잉여 상태가 된 초과 선복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시행된 에코스티밍(Eco Steaming)의 영향이 크다.
흔히 슬로우스티밍(Slow Steaming)이라고도 불리는 에코스티밍은 1)연료비 절감 2)잉여 선복의 흡수 3)연료비 소모량 감소에 따른 오염물질 배출량 감소라는 세 가지 긍정적 효과로 인해 대부분 선사가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에코스티밍의 확산은 해상 운송기간 증대(부산발 유럽향 7~10일, 미주향 4~5일 증가)로 이어져 고객에게 재고비 부담을 안겼고, 일부 고객은 운송 모드 변경을 선택하기도 했다. 따라서 에코스티밍이 향후 정상 운영으로 전환되면 시장 내 공급 확대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돼 잠재적 위협 요소로 꼽히고 있다.
4) 선박 대형화를 넘어 초대형화로
선박 대형화는 해운 산업의 주요 트렌드 중 하나다. 2000년대 7세대 선박(8,000TEU), 2006년 8세대 선박(12,500TEU), 2010년 9세대 선박(15,000TEU)를 넘어 2015년 10세대 선박(20,000TEU)으로, 5년 정도를 주기로 급격한 초대형화의 단계를 밟고 있다. 그 최종 종착점이 어디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5) 4차 산업혁명이 해운에 끼칠 영향
최근 경제계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4차 산업혁명이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해운업에도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 중 일부가 도입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블록체인, 무인화/자동화 선박, 빅데이터, 플랫폼 비즈니스 등이 바로 그것이다. 우선 이 중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블록체인이다. 연초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가 IBM과 협력하여 해운 블록체인을 개발하기로 발표하여 진행 중이고, 한국에서도 삼성SDS 주도로 해운선사, 항만, 세관, 화주, 운송사 등이 함께 해운물류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구성, 1단계 해상운송 업무에서 시범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다. 특히 지난 6월 머스크를 대상으로 발생한 사이버 공격은 블록체인 기술의 해운업 조기 적용에 대한 고객 요구를 드높이기도 했다.
그 다음이 무인화/자동화 기술 기반의 자율 운항 선박이다. 영국, 일본, 노르웨이 등 해양 강국을 중심으로 자율 운항 선박에 대한 기술 개발이 진행되는 가운데, 영국의 롤스로이스는 구글과 기술협력을 통해 2020년까지 선박 원격조정 기술을 상용화하고 2030년까지 원양 선박의 완전 무인화를 목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셋째, 빅데이터 분야에선 IoT 기술과 축적된 선박 운항/운송 빅데이터을 활용해 기존 운항을 스마트쉬핑(Smart Shipping)으로 전환하고, 빅데이터를 좀 더 효율적이고 안전한 운항과 화물 운송 정보의 실시간 공유, 무인화 자율 운항 선박의 기반 기술로 발전시키려는 연구 개발이 진행 중이다.
끝으로 플랫폼 비즈니스의 확산으로 인해 오프라인 기반으로 운영되던 전통적인 해운 산업에서도 변화가 포착되고 있다. 가령 머스크는 자회사 트윌(Twill)을 통한 디지털 포워딩 온라인 플랫폼을 개시했고, 알리바바의 원터치 예약 시스템 서비스(One-touch Booking Service)에 머스크와 CMA-CGM, 에버그린이 참여했으며, 프레이토스(Freightos), 트랜스포테카(Transporteca), 제네타(Xeneta), GCSFG 등 온라인 운송요율(Freight Rate) 정보 제공 스타트업이 등장하기도 했다. 삼성SDS의 개방형 물류 플랫폼인 첼로 스퀘어(Cello Square)의 등장도 이러한 변화와 맥락을 같이 한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4차 산업혁명의 동인으로 언급되는 것들의 상당수가 완전한 신기술이 아니라 이전부터 있던 것을 발전한 것에 지나지 않으며 현재 그 수준도 ‘검증’ 단계에 미쳐, 사업화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음에도 경제계나 학계에서 그러한 기술을 4차산업의 핵심으로 언급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4차 산업혁명의 여파가 해운 산업에 끼칠 영향은 현재로선 극히 미미하며, 사업화로 이어지기에도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가령 블록체인은 P2P 기반의 분산 원장과 연속 거래장부를 기반으로 운영돼야 하나 아직 기술 개발이 지지부진한 상황이고, 국제 무역을 지원하는 해운 업무의 특성상 수많은 당사자들(선사, 항만, 터미널, 세관, 운송파트너, 금융사, 고객)을 블록체인 플랫폼에 연속적으로 묶어내는 것에는 아주 오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환 과정에서 서류의 이중 관리에 대한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무인화 및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쉽 운영 역시 초기화 기술이 개발되는 단계로 장기간 기술 개발과 테스트, 데이터 축적 등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다만 플랫폼 비즈니스의 경우, 세계적인 추세를 볼 때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나 국내에서는 아직 고객이 쉽게 사용할 만한 서비스가 전무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 자체는 우리 산업 재건과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무시한다면 경쟁에서 도태돼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다른 기업의 추진 과정과 추이를 주시하면서 적정 시점에 단계적으로 기술에 투자하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2018 해운시장 포캐스트
2018년 해운 시장에선 정기선 해운 산업의 불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물류 산업은 호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2018년 운임은 2017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하향하다가 연초 중국 춘절을 즈음으로 상승한 이후 연중 2016년과 2017년의 중간 수준인 700포인트에서 왔다갔다할 것으로 판단된다. 주요 항로별로 살펴보면, 유럽 노선은 800포인트 수준에서 안정화가 예측되는 반면, 미주 동안은 2,000포인트 이하, 미주 서안은 1,000포인트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기대되고 기타 항로 중에는 아시아~중동 항로가 600포인트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의 예측은 파나마 신운하 개통에 따라 미주 동안과 서안으로 대형 선박이 전환배치되는 것과 이후 중동 노선으로 선박이 추가 전환배치되는 상황에 기반한다.
다만 한국과 유럽간 수출입의 경우, 2018년에도 선복 부족 상황을 개선할 만한 여지가 적어 타 지역에 비해 높은 수준의 운임 부담이 발생할 것임은 물론, 선적이 지연되는 상황도 이어질 것이다. 이에 따라 해당 항로에서는 안정적인 물류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한 업체의 대안 수립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2018년에도 TOP10 선사를 중심으로 초대형 선박의 인도가 지속될 예정이다. 선사간 M&A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현상이 해운 시장에 끼칠 영향을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단기적으로 선박을 인수하고 시장에 투입하는 시점에서 확대된 선복에 화물을 집화하기 위해 일시적인 운임 하락이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연중 운임 약세의 근본적인 원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화물 집화와 효율적인 초대형선의 운영을 위해 불가피하게 허브앤스포크(Hub & Spoke) 전략이 확대됨에 따라 허브앤스포크 항만 간 양극화가 일어날 것이며, 글로벌 선사는 주요 기간 노선에서 중소형 선사를 압박하면서 자신들만의 점유율(Share)을 늘려갈 것이다. 허브앤스포크 전략 확대는 오프라인 항만에서 해운 서비스 주기 감소 및 환적 실패(Transhipment Fail)의 가능성 상승을 초래해 물류기업의 서비스 안전성을 저하할 여지가 있다. 이와 더불어 단일 선박의 처리물량(Handling Volume)이 증가하여 터미널 작업 시간이 길어지면 환적 시간(Transit Time)이 늘어날 뿐 아니라(1만TEU 적양하 작업시 50~60시간 소요) 기항지에 단시간 내 물량이 집중되면서 일시적인 화물 적체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는 물류기업에게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끝으로, 현재 해운동맹 체제가 다시 한 번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일 선사인 머스크의 선복이 디얼라이언스 전체 선복보다 커진 상황에서도 MSC가 해운동맹 유지에 매력을 느낄지는 의문이다. 디얼라이언스가 MSC를 잃으면 다른 파트너를 필요로 할 것이기 때문에 해운동맹 체제의 또 다른 기회 혹은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파나마 신운하 개통에 따른 산업 변화는 2018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운하 개통은 해운산업에는 여전히 악재로 작용할 것이나, 물류 SCM에 있어서는 미주 동안향 화물 운송을 기존 MLB/IPI 대신 저비용에 안정적인 해상직송과 RIPI 서비스로 전환할 수 있게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되며, 이러한 여파로 그 동안 만성적이었던 미주 서안의 내륙항 철도 운송의 적체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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