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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안궁알쓸] 택배가 사라지는 ‘버뮤다지대’, 제주도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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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8. 3. 2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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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의 실종? ‘옥천 버뮤다’와 허브앤스포크의 상관관계

제주도 내에선 포인트 투 포인트 택배로 배송 


‘안궁알쓸’은 ‘안 궁금하지만 알면 쓸모있는 이야기’의 약자입니다. 바쁜 일상 속 별 관심 없이 지나쳤던 사소한 현상을 본지 김태영 기자가 관찰합니다.

 

기자는 CLO 입사 전, 제주도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탭살이’를 했다. 스탭살이란, ‘스태프’와 ‘살이’가 합쳐진 말로,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태프로 일하면서 숙식을 제공받으며 제주도에서 사는 것을 말한다. 게스트하우스 스태프는 ‘느린 여행자’라 불리기도 한다. 3개월 동안 제주도에 살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제주도를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제주 생활이 마냥 평화로운 것만은 아니었다. 스탭살이 시절 가장 불편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택배였다. 제주도에서 온라인으로 상품을 주문한다는 것은 육지에서의 그것과 현저히 다르다.

 

우선 제주도는 추가 택배비가 붙는다. 서울에선 저렴한 가격에 무료배송 서비스까지 포함하는 상품을 자주 구매할 수 있다. 반면에 제주에서는 기본 배송비에 평균 3,000원 정도의 추가금액을 더 내야 하기에 결제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육지에 비해 배송시간도 오래 걸린다는 단점도 있다. 서울에선 익일배송을 넘어 당일배송 서비스까지 생겨났지만, 제주도에선 택배를 받는데만 보통 4~5일 정도가 걸린다. 기본적으로 섬이라는 물리적 거리 때문이기도 하고, 기상조건 등이 배송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언젠가 기자는 제주 시내에 나갔다 맛집으로 알려진 보리빵 가게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배달 주문이 가능하다고 하여 당시 거주하고 있던 협재로 택배를 보냈다. 이틀 뒤, 보리빵이 곧 도착할 것이란 기대를 품고 택배조회시스템을 조회했는데 결과를 보고 당황했다. 보리빵이 대전에 있었기 때문이다. 제주에서 제주로 보낸 보리빵이 왜 대전에 있던 것일까?

 

택배의 정석, 허브앤스포크

 

위의 이야기처럼, 출발지와 배송지가 같은 지역인데도 불구하고 택배가 다른 지역을 거쳐 최종 배송지로 가는 이유는 택배사들이 대부분 허브앤스포크(Hub & Spoke) 방식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허브앤스포크란, 각각의 지점에서 발생되는 물량을 중심이 되는 한 거점(허브)에 집중시킨 후, 각각의 지점(스포크)으로 다시 분류하여 이동시키는 것을 말한다. CJ대한통운, 한진 등 우리나라 주요 택배사들이 기본적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1992년 한진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택배사업을 시작하면서 허브앤스포크 방식을 도입했다. 이후 다른 택배사들도 같은 방식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택배회사가 허브앤스포크 방식을 활용하는 이유는 효율이 가장 높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만약 모든 지점에서 택배 분류작업을 하면 고정 인건비가 든다. 자동화 설비를 설치하는데 들어가는 비용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이에 일정 범위의 지역을 담당하는 거점을 구축하게 된 것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의 경우, 2017년 한해 물량이 10억 상자를 돌파했다”며 “각 지역에서 분류작업을 하는 것보다 한 곳에서 일괄적으로 분류하는 것이 효율적”이라 설명했다. 특히 허브터미널 중에서도 큰 규모인 메가 허브터미널엔 자동화 설비가 적용되기도 한다.

▲2006년 아시아 해역의 해운네트워크. 이처럼 허브앤스포크가 반드시 택배에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출처: Globalization and World Cities Research Network)

 

물론 택배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업체가 허브앤스포크를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우체국의 경우, 포인트 투 포인트(Point to Point) 방식을 활용해 택배를 배송한다. 포인트 투 포인트 방식은 허브앤스포크와 달리 중심 거점을 두지 않고 출발지와 배송지를 바로 연결한다. 허브터미널을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혼잡성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다.

 

우체국에서 포인트 투 포인트 방식을 사용하는 이유는 배송 서비스 품목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우체국은 택배만 배송하지 않는다. 택배 이외에도 일반 소포나 등기, 우편 등을 취급하기 때문에 비교적 모든 지점에 자본이 많이 필요한 물류센터를 구축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우체국은 우편이나 등기를 배송하기 위해 이미 구축되어있던 물류 시스템에 택배 서비스를 추가했다.

 

허브앤스포크가 만든 버뮤다 삼각지대

 

그렇다면 국내 택배업체들의 허브는 어떤 모습일까. 현재 CJ대한통운의 메가 허브터미널은 5개로, 대전, 청원, 옥천, 용인, 군포에 위치해 있다. 한진의 경우, 대전, 동서울, 구로 3개의 메가 허브터미널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상위 메가 허브 중 수도권에 위치한 수가 많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택배물량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 택배업체 관계자는 “(자사)택배물량의 70%가 수도권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수도권에 집중된 물량을 처리하려면 수도권과 가까운 곳에 허브가 있는 것이 유리하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지역의 택배 물량이 허브에 과도하게 몰리면 병목현상이 일어나기 쉽다. 한때, 온라인에서 유행했던 택배 괴담(?) 중에 ‘옥천 버뮤다 삼각지대’, ‘대전 버뮤다 삼각지대’가 있다. 본인의 택배가 대전이나 옥천 터미널에서 오랜 시간 움직이지 않고, 심지어 사라지기까지 하는 것을 ‘버뮤다 삼각지대’에 빗댄 것이다.

택배 포인트투포인트 허브앤스포크 제주도 ▲ 옥천 버뮤다 삼각지대, 대전 버뮤다 삼각지대에 관한 소비자의 불만글.(사진: 인터넷 커뮤니티)

 

택배물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다라 향후 허브 터미널의 수와 규모 역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CJ대한통운은 용인, 군포 터미널 이외에도 올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경기도 광주에 메가허브터미널을 건설 중에 있다. 한진의 경우, 택배물량이 증가에 대응해 대전 메가허브터미널 주변의 부지를 매입해 허브 규모를 확장시킬 계획이다.

 

택배의 하이브리드, 제주에는 버뮤다가 없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제주에서 택배를 받아보려면 4~5일이 보통이다. 여기에 기상 조건이 나쁘면 더 늦어지기도 한다. 이에 대해 택배업계 관계자는 “제주 배송의 경우 최근에는 물리적 배송시간이 육지와 차이가 없어지고 있다”며 “제주 내에서의 택배는 익일배송도 가능하다”고 답했다.

 

재미있는 점은 제주도에는 ‘택배 버뮤다 삼각지대’가 없다는 것이다. 택배사들은 보통 허브앤스포크을 주로 사용하지만 부분적으로 포인트 투 포인트도 함께 활용하기 때문이다. 제주의 경우 대전 허브에서 택배를 집하, 분류하면 시간과 비용이 과도하게 발생한다. 따라서 제주도 내에 위치한 지점터미널에서 상품을 분류한다.

 

다만 화주가 대량으로 택배를 보낼 경우엔 대전 허브를 거칠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기자가 주문한 보리빵의 경우가 이에 속한 것이다. 사측의 설명에 따르면, 출발지와 배송지 모두 제주 내 지역이라면, 제주도 내에서 집하, 분류, 배송이 일어나는 것이 보통이다. 해당 관계자는 “특히 제주는 식품 배송이 많아 포장상태가 중요하다”며 “배송 시간을 이유로 발지에서 분류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제주도 내에서는 포인트 투 포인트 방식이 주로 활용되지만, 제주도 자체가 메가허브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제주도 주변에는 우도, 비양도, 마라도 등의 섬이 있다. 이들 섬에서 섬으로 배송되는 택배의 경우 제주 집중국을 지나간다. 제주를 거점으로 작은 허브앤스포크가 형성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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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기자

물류를 통해 사람을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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