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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동암의 물류에세이] 돌아가는 길에 '최적화'가 보인다

INNOVATION

by 김편 2018. 8. 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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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부장 미국에 가다⑩

건설물류 프로젝트, 빠른 길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

추가 물류비와 리드타임을 감안해도, 총 비용이 절감되는 이유 '세금'

우회로 선택이 때로는 전체 최적화의 길이 된다


글. 천동암 교수

 

서 전무는 현재 물동운영에 대한 북미 법인의 문제점을 송 사장에게 정확하게 전달했다. 미국 TF팀 관련 인사 절차는 일단 모든 것이 보류되었다. ‘현장에서 처리해야 할 문제’가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본사 비서실을 납득시킨 것이다. 문제를 더욱 크게 만들어 문제를 덮는 작전이 통했다.

 

오 부장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직장 생활에서 먹고사는 문제 이외에 무엇이 중요한지 고민하게 되었다. 회사는 변덕스러운 바람과 같은 존재다. 일을 더디게 하면 상사로부터 불호령이 떨어지고, 구조조정 같은 칼바람이 직원을 난도질한다. 일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다가 협력업체로부터 각종 투서와 오해 때문에 해고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

 

생각의 줏대가 평균값의 잣대로 다시 정당화되는 것 같았다. 흔히들 직장 생활에서도 치우침이 없는 ‘중용’이 정말 필요하다 얘기를 하지만, 평균값이 의를 좇은 것으로 착각을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평균값은 중용이 아니다. 그럼에도 상명하복으로 일을 추진하면서 입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를 간과하고 만다.

 

협력업체 투서로 시작된 사건은 오 부장, 김 차장 그리고 다른 북미 TF팀원들의 활동에 보이지 않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다른 것은 보지 말고 ‘일 중심’으로 일하자는 의식이 공유되기 시작한 것이다.

 

김 차장은 서 전무를 포함한 북미법인 직원들과 TF 인력들에게 곧 시작될 프로젝트의 진행 경과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장표는 전체 프로젝트 일정표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N사가 공사를 진행하는 곳은 총 18개입니다. 18개 건설 프로젝트의 소요기간은 14개월입니다. N사와의 계약서를 살펴보니 납기 요구일에 당사의 건축자재가 현장에 입고되지 않으면 시간당 3,000불의 지연배상금이 있고, 동일한 사이트에서 3회 이상 지연이 발생하면 계약자체를 무효화한다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각 지역의 첫 입고일을 기준으로 역산하여 2주전에 자재가 해당 지역의 항구에 도착해야 하는 것으로 산정했습니다. 현재 자재 생산은 한국과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 공장과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공급하는 물량 배분은 어느 정도입니까?”

 

서 전무가 두꺼운 안경을 벗으면서 궁금한 듯 물었다.

 

“한국발 물량은 전체 물량의 34%인 40피트 컨테이너 기준으로 3,145개이고, 말레이시아발 물량은 6,384개입니다. 그런데 이 생산 물량은 예상 물량이고, 각 공장의 자재수급 및 생산 능력을 고려하여 재조정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강조하고 싶은 것은, 각 건설현장에 자재가 첫 입고되고 마지막 프로젝트가 완성되기까지 리드타임 기준으로 생산계획, 제품 선적, 통관, 보관 및 미국 내륙운송을 감안하여 운영계획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 차장님, 한국과 말레이시아에서 출발한 자재가 미국 내 각 지역에 도착하기까지 변수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각 노드별 안전기간(Safety Buffer Days)은 얼마나 되나요? 프로젝트 명칭은 건설지역 이름을 인용한 것으로 보이네요. 블라이드110(Blythe 110)의 공급기간은 32W라고 되어 있는데 32W은 무슨 말인가요?”

 

북미 물류팀장인 최 팀장이 내용을 꼼꼼히 확인한 후 질문을 했다.

 

“해당 프로젝트의 매 횟수 물량에 2주의 버퍼(Buffer) 기간을 산정했습니다. 어차피 각 건설현장에 자재가 입고되기 시작하면 첫 입고일자가 중요하고 그 이후에는 순차적으로 제품 선적과 입고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블라이드110의 공급기간이 32W이라는 것은 32주 동안 선적이 이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다시 말해서 블라이드110 프로젝트가 완료되기까지 32주 동안 우리 회사 제품이 해당 건설현장에 공급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FEU는 40피트를 컨테이너를 세는 단위이고, FTL은 53피트 트레일러 차량을 의미합니다. 1FEU은 0.73FTL이 되는 것을 말하지요.”

“18개의 프로젝트를 출발지(Origin), 출발항(Origin Port), 수입항(Import Port), 미국 내 창고(Warehouse), 프로젝트 사이트, 수량(MTon), 소요기간(T/T)으로 산정한 장표입니다. 이 장표를 통해서 전체적인 공급망 구조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부산항, 말레이시아에서는 클랑(Klang)에서 수출선적을 하고 있으며, 미국 수입항은 타코마(Tacoma), 롱비치(Long Beach), 사바나(Savannah), 호놀룰루(Honolulu) 5곳입니다. 미국 내 임시 적재 창고는 5곳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다만, 호놀룰루는 직선적으로 창고 없이 진행됩니다. 해당 선사와 협의하여 호놀룰루 항구의 프리타임(Free Time)을 활용하여 창고 보관 없이 직선적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오 부장이 김 차장의 말을 이어받아서 부연 설명을 했다.

 

“호놀룰루 지역에서 창고를 운영하지 않을 이유가 분명치 않은데 무슨 이유가 있나요? 김 차장이 설명한 것처럼 안전재고(Safety Stock)가 각 항구 근처에 필요한 것 같은데요. 비록 호놀룰루의 물량이 타 지역에 비해서 적기는 하지만요.”

 

서 전무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얘기를 꺼냈다.

 

“서 전무님, 호놀룰루 물량이 상대적으로 작아서 창고를 운영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가능한 작은 창고라도 추가적으로 운영하겠습니다. 호놀룰루 지역의 창고운영까지 감안하면. 자사의 미국 수입항은 5곳, 도착항의 물류거점은 6개입니다.

 

다음은 지금까지 설명한 것을 건설현장 위치를 감안해 지도로 다시 정리한 장표입니다. 이해하기 쉽지 않나요? 18개의 프로젝트가 동시에 혹은 순차적으로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각 건설현장 기준으로 밀착관리가 필요합니다.”

 

김 차장이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김 차장, 블라이드(110, 125), 샌재신토(San Jacinto), 조슈아트리(Joshua Tree), 휘트니Pt.(Whitney Pt.), 하쿰바(Jacumba), 웨스트사이드(Westside) 건설현장은 서부 캘리포니아 지역에 있는데 타코마항으로 국제운송 루트를 우회해서 설정한 이유가 있나요? 롱비치 항으로 입항해서 물류운영을 하면 훨씬 가까운데......,”

 

오 부장은 이해가 가지 않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좋은 지적입니다. 오레곤(Oregon)주의 포틀랜드(Portland) 운송 루트는 북미법인에서 요청한 것입니다. 이 부분은 북미법인에서 대답해 주세요!”

 

“실제로 캘리포니아 건설현장으로 가는 7개 지역의 경우, 롱비치항으로 입항하여 운송을 하게 되면 운송비용과 리드타임이 상당히 단축됩니다. 물류측면에서는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현재 계획된 캘리포니아 7개 사이트의 운송루트는 타코마항으로 입항하여 오레곤주의 포틀랜드까지 보세철도 운송을 하고 포틀랜드에서 수입통관을 합니다.

 

이때 캘리포니아에서 통관을 하게 되면 우리나라 부가세와 같은 세금인 매출세(Sales Tax)가 8.25%를 과세하게 되는데 오레곤주에는 매출세가 없습니다. N사의 요청으로 우회 운송루트로 제품을 운송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추가 물류비용과 리드타임을 감안하더라도 매출세가 면제되는 오레곤의 포틀랜드 루트가 총비용 측면에서 우월합니다.”

 

북미법인의 최 팀장이 김 차장의 질문에 상세하게 답변했다.

우회 운송으로 인한 추가적인 물류비보다 매출세가 물동량을 유인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오 부장은 14개월 동안 9,300개의 40피트 컨테이너를 18개 건설현장에 정확하게 운송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이제 전체 물동량을 관제하고 가시성을 확보하는 물류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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