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반은 기본! 피킹까지 자유자재, 한층 진화한 로봇팔의 등장
물류현장을 가상현실로 체험? VR/AR을 이용한 교육 시뮬레이터
물류로봇은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당장 도입 가능한 로봇
글. 박정훈 CJ미래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Idea in Brief
비록 우리나라에서는 실 도입사례를 찾기 힘들지만, 세계적으로 GTP(Goods To Person) 스타일의 물류로봇은 새로움을 지나 일반적인 물류자동화 수단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상용로봇과 솔루션 공급기업들이 등장하며 물류로봇 공급이 안정화 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후의 단계는 무엇일까. 세계 최대 물류 엑스포 중 하나인 MODEX 2018에서 선보여진 물류로봇을 중심으로 미래 물류로봇의 모습을 점쳐보자.
아마존의 키바(KIVA)가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키바의 기술수준이나 사용성에 대한 검증이 완료됐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작년 하반기부터 키바(KIVA)의 GTP(Goods To Person) 로봇들이 제조, 이커머스 영역의 물류현장에서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GTP 로봇의 확산 배경엔 로봇 공급의 안정화가 있다. 유럽의 스위스로그社(CarryPick) 인도의 그레이오렌지社(Butler), 일본의 히타치社(Racrew), 일본전산(S-cart), 오므론社(LD 시리즈), 중국의 퀵트론(Quicktron)社(Zhu Que), 긱플러스(Geek+)社(Geek Robot P시리즈), 미국의 오토(OTTO)社(OTTO시리즈), 식스리버시스템즈(6River systems)社(Chuck), 로커스(Locus robotics)社(LocusBots) 등 수십 개의 상용로봇 및 솔루션 종합 공급 기업들은 로봇의 초기 상용화 운용에 성공하고 글로벌까지 로봇 공급을 확대 추진했다. 즉, 누구든 도입의사만 있으면 여러 이미 시장에 나온 여러 제품 중에 선별하여 로봇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지난 기고에서 언급한 것처럼, 위와 같은 추세는 RaaS(Robot as a Service) 모델을 로봇공급사업의 대표적 서비스모델로 만들었다. 이로써 사용자는 초기투자 비용부담을 최소화하고, 별도의 로봇운용을 위한 전문조직이나 역량 없이 손쉽게 물류로봇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제 필자는 ‘GTP, 그 다음은 무엇일까?’, ‘과연 어떤 물류로봇이나 로보틱스 기술이 다음 주자로 부상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마주하게 됐다. 그러던 와중 최근 머티어리얼 핸들링/물류(Material Handling/Logistics) 분야 세계 최대 엑스포인 MODEX 2018이 열렸다는 소식을 접했다.
해당 행사에는 올해도 많은 종류의 물류로봇들이 등장했다. 필자와 함께 MODEX 2018에 소개된 색다른 로봇들을 살펴보고, 물류로봇의 미래 진화 방향의 단초를 발견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자.
운반은 기본, 이젠 로봇팔로 직접 피킹
이번 MODEX에서는 로봇분야의 새로운 세계신기록이 하나 만들어졌다. 주인공은 바로 RHR社(Right Hand Robotics)의 ‘다관절 직접피킹로봇’이었다. 물건의 직접 피킹과 관련해선 지금까지 ‘아마존 피킹 챌린지(Amazon Picking Challenge)’만 바라보고 있던 터라 이번 행사에서 나온 기록은 더욱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피킹은 로봇팔, 고유 그립퍼(석션컵 1개와 손가락 3개로 구성), 센서, 소프트웨어로 구성된 일련의 시스템인 ‘라이트픽(RightPick)’이라는 워크셀(Work Cell)로 수행됐다. 이번 행사장에는 총 5개의 워크셀이 운영되었고, 13만 개의 피킹은 이 모든 워크셀 처리량의 총합계 수치이다.
해당 로봇은 전시회 기간(26시간 운영) 동안 총 13만 1,072개의 아이템 피킹을 완수했다. RHR 측에 따르면, 이 기록을 단위시간 성능으로 환산하면 시간당 최대 약 1,000개를 피킹하는 속도에 상응한다. 참고로 피킹 대상물품에는 피킹로봇이 기존에 학습하지 않았던, 매우 다양한 제품들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의 성능이 최대 시간당 1,000개였다.
이 수치만 보면, 이것이 얼마나 빠른지,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 비교가 어려울 수도 있다. 아마존 피킹 챌린지 사례를 보면 그 기술력이 가늠된다. 2017년 아마존 피킹 챌린지의 피킹 목표는 ‘20개 아이템/15분’, 즉 시간당 약 80개 아이템이었다. 불과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시간당 1,000개의 아이템을 피킹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기술이 빠르게 발전한 것이다.(독자들의 보다 정확한 경험적 확인을 위해 유튜브에 ‘Righthand Modex 2018’을 검색해 영상으로 확인하는 것을 권장한다.)
그렇다면 이런 로봇팔을 만든 RHR은 대체 어떤 회사일까. 미국 메사추세츠주 서머빌에 본사를 두고 있는 RHR社는 다관절로봇팔과 다기능 그립퍼(Gripper, 로봇 손), 비전센서, 모션 플래닝(Motion Planning) 등 로봇과 센서 및 알고리즘을 복합적으로 구성하여 물품을 직접 피킹하는 물류로봇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회사 이름에서도 볼 수 있듯 이 회사는 유연한 움직임을 구사하는 그립퍼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2015년 말 약 4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연구개발을 가속해 왔다.
▲ RHR그립퍼(왼쪽)와 제품피킹 솔루션 예시(오른쪽)
조금은 색다른 물류로봇을 찾고 있던 많은 사람들에게 공통의 관심을 받고 있던 터라, RHR社는 전시회 개시 이전부터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최근에는 AGV로봇 전문스타트업인 베크나로보틱스(VECNA Robotics)와 협업을 추진하면서 피킹로봇과 운반로봇의 만남을 통해 미래 물류로봇계의 판을 뒤바꿀 업체(Game Changer)를 탄생시킬 것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사실 사람에게 물건의 피킹은 운반보다도 쉬운 일이다. 하지만 로봇에게 피킹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집어야 하는 물품의 종류가 늘어나는 순간 로봇의 한계가 금세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에 다품종을 취급하는 물류센터에서는 로봇의 도입이 매우 힘들다고 여겨져 왔다. 이런 와중에 RHR이 선보인 피킹로봇에 많은 기업들과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로봇전문가들에 따르면, 빠르면 약 1년 정도 후면 물품의 직접피킹에 로봇이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물품의 직접 피킹에서 운반까지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로봇이 등장하는 그날이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제 국내에서도 물류로봇 활용방안, 인력대체 이슈, 물류프로세스의 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 등 새로운 물류 작업환경에 대한 대비와 고민의 깊이를 더해야 할 시점인 것으로 생각된다.
지게차 운전, 이젠 VR로 배운다
로봇이라 할 수는 없지만, 로봇기술을 응용하였다는 점에서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은 광의의 로보틱스에 포함되는 분야다. 이번 행사에서는 VR/AR 기술의 새로운 적용사례도 찾아볼 수 있었다. 이중에서 ‘VR을 활용한 물류장비 조작 교육 기술’은 등장하자마자 무려 MHI의 최고혁신상(2018 MHI Innovation Award Winner for Best New Innovation)까지 수상하며 화려한 신고식을 마쳤다.
사실 증강현실 기술은 DHL의 ‘픽바이비전(Pick by Vision)’으로 대표되는 스마트 글래스 활용 피킹 방식으로 물류현장에서 응용이 시도되고 있다. 일부 현장에선 이미 도입 소식이 알려지고 있기도 하다. 이에 반해 가상현실 기술은 물류영역에서의 생산적인 활용방법이 소개되지 못하고 있던 차였다. 때문에 이번에 소개된 기술이 가진 의미는 더 특별하다.
해당 기술을 선보인 기업은 전동지게차로 유명한 레이몬드(Raymond)社다. 레이몬드는 디지털 혁명 시대에 변화하는 사업 환경에 발맞추어 최근 컨설팅, 최적화 솔루션, 자동화 설비 등 분야로 사업아이템을 확대해가고 있다.
▲ 레이몬드社의 VR 지게차 교육 솔루션. 작업자는 VR 기기를 착용한 상태에서 진짜 기기를 조작하며 조정법을 습득한다. 교관은 학습자의 화면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면서 훈련을 지도한다.
독자들 중 물류현장에서 지게차를 다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게차 운전이 뭐 어렵나? 반나절만 배워도 할 수 있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필자 또한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었고, 실제 현장에서 몇 번 타보니 어떻게든 작동을 시킬 수 있었던 터라 지게차 배우는 것을 대수롭게 않게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보통의 입식/좌식 지게차의 경우에는 창고 야드에서 며칠 정도 전문 교육을 통해 조정법을 습득할 수 있다. 하지만 가령 ‘하이마스터’라고 불리는 장비만 하더라도 높은 곳에 있는 파렛트를 정확히 피킹해야 하기 때문에 베테랑 작업자가 아니면 다루기가 어렵다. ‘오더피커’의 경우, 장비 조종자가 탑승상태에서 오르락내리락하며 여러 레버들을 다루어야 하기에 조정법을 간단히 배울 수 있는 장비가 아니다. 실제로 이동 중 물품 전도부터 랙 추돌, 대인사고까지 현장에서 다수의 지게차 관련 사고를 목격하면서 지게차 운전에 대하여 가볍게 생각했던 것을 반성하게 됐다.
당분간 레이몬드의 시뮬레이터는 지게차 작업자의 기초교육 및 기존 작업자를 대상으로 한 신기종 교육을 위한 교육 보조도구로 사용될 예정이다. 현재 해당 시뮬레이터는 리치, 오더피커, 입식 지게차 총 3종에 대한 콘텐츠를 담고 있다. 각 장비마다 단계별 학습절차를 거쳐 학습자가 특정 조작 능력을 습득하면 조금씩 그 난이도와 복잡도를 높여 훈련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해당 시뮬레이터를 활용하면, 교육 소요시간을 기존보다 상당히 단축시킬 수 있으며, 교육 기간 동안의 작업장비 필요량을 최소화시킴으로써 지게차 투입 운영효율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향후 물류창고에서의 피킹 작업이나 검수 등 다양한 교육에 적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추가 개발되면, 신규작업자에 대한 교육을 간편화할 수 있어 성수기 임시인력 투입과 관련된 생산효율성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로봇을 찾는다면
지금까지 물류로봇 분야에서 기술적으로 진화한 두 가지 사례를 살펴봤다. 그러나 현 시점내지 가까운 미래에서 반드시 최첨단의 고기능 물류로봇만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간단한 기능과 협업, 사용성에 초점을 둔 로봇이 각광받을 수도 있다.
다음의 로봇은 지난 1월 열린 일본의 로보틱스 전시회 현장에서 발견한 로봇이다. 이름하여 사우자(THOUZER, サウザ)로, 개발사는 2012년 설립된 일본 로봇업체 두그(Doog Inc)다. 두그는 이 로봇을 TGV(Target Guided Autonomous Vehicle)라 칭한다. 즉, 자율주행의 요소를 갖추긴 했지만 자율이 아닌, 특정 타깃을 추종하며 이동하는 물류로봇이다.
▲ THOUZER의 활용 예시. 작업자를 추종하여 운반 보조기능을 수행하며, 바닥에 유도선을 표시하면 즉시 AGV로 활용이 가능하다.
사우자는 비교적 단순하고 간편한 형태의 로봇으로서 정말 간단히 사람이 짐을 드는 수고를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로봇의 기반하중은 120kg, 최고속도는 시속 7.5km다. 보통의 물류창고환경이라면 하루 8시간 정도(약 20km 주행가능) 작동이 가능하다. 폭이 80cm 정도만 되도 주행이 가능하며 1m폭만 확보돼도 자유로운 회전이 가능하다.
또한 자율주행기능이 필요 없을시, 바닥에 반사테이프만 붙이면(레이저 센싱을 위함) 경로 주행형 AGV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도입비용은 대당 3,000만 원 정도이며, 기능이 간단한 만큼 별도의 시스템 구축 과정이 필요 없다는 점도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재미있는 것은, 마치 오리들의 이동 대열같이 여러 대의 사우자가 서로의 꽁무니를 따르면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러모로 복잡하고도 다양한 성능과 기술이 융합된 로봇들이 경쟁하는 가운데, 단순해 보이는 이 로봇이 사람들을 시선을 끈 이유는 바로 적정한 성능에 싼값으로 기존 현장에 즉시 도입하여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 여러 대의 사우자를 추종 운행시킬 수 있어 물류센터 내 도입해 작업자의 피킹/운반 생산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사우자는 중소사업장이나 점포에서도 비교적 쉽게 도입이 가능하다. 이에 조만간 폭넓은 상용화가 예상된다. 2017년 말엔 히타치물류가 이 로봇의 도입을 추진하기 위하여 두그社와의 협력 계약을 맺기도 했다.
물류로봇 도입을 계획하는 업체라면, 최첨단 기술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그것을 자사 물류작업에 도입하여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도입이 아닌 여러 기술들이 좀 더 높은 수준과 적정한 가격으로 제공되기를 기다리는 입장이라면, 위와 같은 저가의 간단한 로봇을 이용하여 당분간 인력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을 추구하는 것도 전략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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