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양거봉 팀프레시 OPS팀 책임
*본 글에서 언급하는 출고의 개념은 보관 이후의 과정, 즉 피킹부터 발송까지의 과정을 의미하며, 이에 수반되는 모든 업무를 포괄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출고의 실무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본문에서 다루는 출고의 모든 과정에는 정답이나 정석이 없다. 따라서 이분법적인 판단은 지양해야 하며, 그 어떠한 프로세스도 절대적이지 않다는 점을 우선 강조하고 싶다.
물론 특정한 상황에서 주로 사용하는 출고의 방식이나 시스템, 설비 등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물류 공간 각각의 규모나 운용인력, 추가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리소스가 모두 다름은 물론, 같은 조건이라 해도 판매 유형에 따른 출고의 방식이나 제품의 구성 등 변수는 수없이 많다.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특정 방식이 획기적인 효율을 가져다주었다 할지라도 이것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지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
특히나 출고에 관해서는 그 겉모습이 극히 단순해 보이는 것과 달리, 앞선 과정에서부터 종료시점까지 매일매일의 변동사항에 따라 결과도 변하는 특성을 가진다. 즉 현재 시점에서의 효율만으로 투자가치를 판단하기 매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고정 설비에 있어 막대한 비용과 공간을 필요로 하므로 투자에 관해서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어려운 실무 '출고'
필자도 아직 누군가의 실력을 논할만한 경력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커머스 물류에서의 경험이나 실력을 가장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 대화 주제 하나를 꼽자면 주문접수부터 피킹, 패킹에 이르는 출고과정에 관한 것이라 생각한다. 출고는 표면적으로는 쉬운 업무이지만 깊이 들어갈수록 생각할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좁은 관점에서 보자면, 출고란 누군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초기 발생하는 물량에 대해 자체적으로 충분히 처리할 수 있고, 경험이 축적됨에 따라 알맞은 방법을 시도할 수 있는 단순 업무이다. 이런 관점에서 피킹·패킹은 단순 작업이며 노동집약적(단순하게 사람 수 = 출고량)일 뿐이다. 하지만 관점을 넓혀 보면 규모가 일정수준 이상으로 커지는 시점에서의 인력은 가용 리소스 중 하나일 뿐, 제품의 크기나, 특성, 공간, 시간, 그리고 이에 투입할 비용 등 물류의 모든 리소스를 동일하게 고려해야만 최대의 효율성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매일 발생하는 출고에 대해 계획을 세우고, 대응하는 작업에 필요한 역량은 물류 뿐 아니라 마케팅, CS, 생산 등 물류 외적인 부서와의 소통능력까지 포함한다.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과 경험이 필수적이며, 그래서 출고 관련 다양한 사안들을 고려할 줄 앎과 동시에 여러 변수에 대한 대응방안을 세울 줄 아는 능력이 담당자의 경험이나 실력을 판단하는 좋은 지표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대부분의 업체들은 재고관리나 발주에 비해 출고에 대해서는 기존의 인식을 바꾸지 못하며, 관련 투자나 개선 또한 진행하지 못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하루에 10 건의 출고량이 발생하는 소규모 업체와 10만 건을 출고하는 업체의 개별 결과물이 외관상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배송이 완료된 상자를 보고 그 포장과 발송을 어떤 업체에서 진행했는지 구분할 수 없듯, 물류 외부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정이 아닌 결과를 중심으로 업무 중요도를 판단한다. 때문에 비용적인 수치가 보이는 재고관리나, 구매에 비해 출고 업무의 중요성이 평가절하 되고 있다고 느낀다.
출고과정을 거쳐 세상에 나온 결과물. 이 결과물의 외관에는 차이가 없을지언정, 결코 대형업체의 물류와 소호몰의 물류 및 출고 시스템 수준은 같지 않다. 월 10 건을 발송하는 업체에게도, 10만 건을 발송하는 업체에게도 주어지는 시간은 동일하다. 즉, 동일한 출고율과 정확도를 가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정확성, 효율성, 그리고 디테일이며 이를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피킹(Picking)의 의의
출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관해 고민해본다면, 개별 업무가 모두 균등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정확히 주문을 전달하고, 이에 맞게 피킹하며, 패킹까지 온전히 마쳐야만 물류의 역할을 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이 가장 많은 리소스를 필요로 하는가에 대해, 즉 무엇이 효율성 개선의 핵심인가에 대해 묻는다면 그것은 명확하게 ‘피킹’이라 말할 수 있다. 피킹이란 단순한 제품의 공간적 이동 뿐 아니라, 주문 건별로 제품을 소분하고 검수하며, 마케팅과 CS에 따른 추가 증정품과 안내문등을 첨부하는 과정을 포괄하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이것을 단순화하여 출고 할 제품을 보관존에서 출고존으로 이동시키는 하나의 과정으로 본다고 해도, 이에 투입되는 인력과 동선을 감안한다면 피킹의 효율성이 결국 출고 전체의 효율성 및 정확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규모 업체에서도 각종 설비와 자동화에 있어 가장 많이 투자하는 분야가 피킹이다. 기업들이 내놓은 홍보 동영상들을 주의 깊게 보면, 효율적 피킹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업체별 판매 형태에 맞게 효율적이고 정확한 피킹 방안을 구성해 발전시키는 것은 해당 업체의 물류역량은 물론, 신뢰도와 매출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를 감안할 때 물류의 꽃이 출고라면, 출고의 꽃은 바로 피킹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피킹의 방식
오출고를 줄여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자동화 등 피킹 관련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술들을 본 연재 시리즈의 부제인 ‘맨손으로 1,000 평 물류센터’ 전체에 적용하기는 아쉽게도 불가능하리라 판단된다. 설비나 기계장비 관련 비용은 말할 것도 없고, 운영 시스템 견적만으로도 막대한 금액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본문에서는 가장 초기 형태의 피킹을 위주로 다뤄보도록 하겠다.
① 초기형태의 피킹
주문에 대해 송장단위로 작업을 시행한다고 가정 할 때, 출력된 주문 건에 해당하는 제품을 카운팅 한 뒤 그만큼을 보관존에서 패킹존으로 카트 등을 이용하여 운반한다. 이후 별도의 작업 지시서나 송장을 보고 주문 건별로 소분하여 포장하는 방식이 초기형태의 피킹이다.
이 경우 작업이 완료된 후에(출력한 모든 송장이 부착되었을 때) 남거나 모자란 제품이 하나도 없어야하며, 제품이 남거나 모자라는 경우 이는 오출고가 발생했음을 의미하므로 재검수에 들어가 발송 전 오출고를 방지한다. 초창기 별도의 시스템이나 장비 없이 피킹을 하는 방식이며, SKU 및 주문 건이 적을 때 주로 사용한 방식이다.
그러나 이 작업 방식은 작업자 개인의 숙련도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피킹해야 할 수량을 확정하는 업무와 피킹 된 각각의 제품 수량을 확인하는 관리과정에서 작업을 관리하는 직원의 개입이 필수적이다. 만약 피킹 수량의 잘못된 전달 혹은 수량 검수에서 실수가 발생한다면 문제점을 찾는 것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으며, 피킹 이후 개별 포장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관리의 공백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초창기 주문이 많지 않을 때는 주문 건별 소분까지의 과정이 모두 끝나고 수량이 정확하게 일치했을 때 패킹을 시작하는 방식을 사용하거나, 포장을 우선 진행하고서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SKU가 들어가는 제품만 재확인을 하는 식으로 확인을 진행했다.
이후 규모의 성장에 따라 시스템을 도입한 뒤에는 개수 단위가 아닌 박스단위 피킹으로 제품을 넉넉하게 쌓아놓고 소분한 후, 중간에서 바코드 검수 과정을 거쳐 검수가 완료된 주문 건만을 포장하는 방식으로 변경하였다. 이는 이후 설명할 다른 피킹 방식에 비해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린다는 단점은 있었지만 별다른 장비나 비용의 투자 없이 오출고율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었다.(시스템 이용료 월 40만 원대 / 바코드 리더기 1개당 3만 원대)
별다른 설비나 시스템이 없이 피킹을 진행하는 과정은 항상 오출고의 위험과 관리의 어려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력이나 공간의 배분형태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출고 특성에 따른 제품별 성격을 잘 살펴보고, 어느 과정에서 오류가 많이 나는지, 그리고 각 작업자의 동선이 어떠한지를 파악하여 문제점에 대해 즉각적으로 개선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과정을 통해 피킹과 관련된 많은 요소들을 경험할 수 있었으며, 물류센터 레이아웃까지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생각한다.
사실 필자가 월 6만 건의 주문을 처리하던 때까지도 이 방식을 꾸준히 사용했다. DPS(Digital Picking System)나 DAS(Digital Assorting System)에 대한 계획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방식이 공간과 비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우리만의 최적화 형태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규모의 성장에 따라 꼭 필요하거나 도입해야 할 무언가가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물류에 가장 잘 맞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것을 발전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말하고 싶다.
② 피킹 솔루션 (DPS / DAS / 기타)
DPS(Digital Picking System)는 선반이나 랙에 표시기를 설치하여 피킹을 하는 방식이다. 주문서를 스캔하면 피킹해야 할 제품 표시기에 불이 들어오고, 작업자는 이에 맞춰 해당 제품을 표시기에 기록된 숫자만큼 피킹하는 방식이다.
▲ DPS를 활용한 피킹 방식 (출처: 에스엠코어)
보관 장소 자체가 피킹 장소가 되기 때문에 별도의 넓은 공간이 필요하지 않으며, 설치비용 자체도 일반적인 규모에서는 가장 저렴한 방식이므로 다품종 소량 출고에 유리하다. 그러나 주문 건별 피킹으로 인해 동선이 길어질 수 있으며, 각 작업자의 피킹 결과에 대해 검수를 다시 한 번 진행해야 하므로 시간적인 변수가 있다. 이러한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라인을 설치하여 피킹 박스가 이동하고, 작업자는 고정된 위치에서 제품을 분배하는 방식도 존재한다. 다만 초기 투자비용과 공간효율성의 문제로 인해 실제 사용하는 업체는 드물다.
한편 DAS(Digital Assorting System)는 선반의 각 셀마다 주문 건을 배분하고, 처리할 주문 건 전체의 총량 피킹을 시행한다. 이후 제품을 스캔하면 해당 제품을 분배해야 되는 셀이 점등되고, 수량도 함께 나타난다. 이렇게 제품을 배분한 후에는 완료된 셀의 제품을 포장하는 방식이다.
▲ DAS를 활용한 피킹 방식 (출처: 에스엠코어)
이는 오피킹이나 오분배에 대해 빠른 확인이 가능하다는 점과 작업 속도를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제품별 위치를 찾는데 별도의 경험이 없거나, 피킹지를 정확하게 읽는 숙련도가 낮다 하더라도 작업에 어려움이 없다. 때문에 비숙련자들도 빠르게 업무에 투입되어 일정 수준 이상의 효율성을 낼 수 있다. 단, 별도의 공간과 설비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 소규모 업체 입장에서는 도입 시 큰 걸림돌이 된다.
그 외 피킹 형태로는 카트를 움직이며 카트에 표시되는 정보를 기반으로 피킹을 진행하는 방식도 있고, 최근에는 보이스 피킹(Voice Picking)이라는 이름의 음성으로 위치 및 피킹 수량을 안내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또한 현재 사용 및 개발 중인 아마존의 키바나 징동의 피킹 로봇, 구글 글라스 등의 방식 또한 머지않아 흔히 접할 수 있는 피킹 솔루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피킹에 대한 단상
물류 출고 프로세스를 잡을 때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피킹이었다. 늘 피킹에서는 실수가 발생하고, 이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면 CS부터 마케팅, 피해보상 등 처리해야 할 일들이 계속해서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피킹에 관해 정확히 이해해야 할 부분은 절대로 완벽한 방식은 없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오출고율이 0%인 DAS, DPS, 바코드스캔 또한 결국 완벽한 자동화는 아니며, 그렇기 때문에 늘 휴먼 에러(human error)의 발생 가능성이 존재한다.
일례로 전 회사에서 바코드 스캔을 도입한 후 한동안은 매우 낮은 수치를 기록하던 오출고율이 특정 프로모션 시점에서 높아지기 시작했다. 단일 제품이라 피킹의 난이도가 높지도 않았고, 분명 바코드 스캔을 진행하고 있는데 왜 다른 제품보다 유독 오출고율이 높게 나오는가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했다. 몇 번 더 같은 오류가 반복되자 직접 작업 과정을 살펴보게 되었는데, 원인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같은 제품이 4 개 단위 (4, 8, 12…)로 포장되는 제품이었는데, 상자 안에 같은 제품만 담겨있다 보니 개별 제품을 하나씩 찍어 숫자를 맞추는 것이 아닌, 한 제품을 들고 반복적으로 바코드를 찍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오출고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면 DAS나 DPS, 심지어는 자동화 라인을 통해 출고과정을 진행하는 곳에서도 예상치 못한 휴먼 에러들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결국 특정한 시스템만으로 오출고율 0%라는 수치를 달성할 수는 없으며, 휴먼 에러의 발생 가능성과 그 발생 원인을 찾아 지속적인 개선을 이루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샘플이나, 제품 구성에 따른 안내지 등 판매 상품은 아니지만 피킹의 일부로 있는 제품들은 바코드나 별도의 구분자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에도 각 요소들을 어떻게 구분하고, 어떤 기준으로 수량과 종류를 선택하여 동봉할지에 관한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전체적인 작업 라인의 효율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피킹에 관해서는 모든 작업 요소들을 작업자의 관점에서 최적화 시킬 수 있는 방법(게시물 부착, 정기 교육, 박스 표기 등)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개선해 나가는 것이 어찌 보면 시스템이나 설비 도입보다도 선행돼야 할 일이며, 규모의 성장에 따른 효율성 개선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
패킹(Packing)의 의의
패킹은 피킹을 마친 제품을 출고될 상자에 담고, 운송장을 부착하는 출고의 마지막 과정이다. 일반적으로는 피킹에 비해 단순한 과정이라 평가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커머스에서 다루는 제품이 광범위해지고 있기 때문에, 이 또한 그 중요도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공산품의 경우 포장 과정에서 별도로 발생하는 작업은 거의 파손 방지를 위한 완충재 이용이다. 한편 식품의 경우는 제품별 온도 민감성에 따른 부자재 이용과 포장재 사용 기준이 세분화되어 있으며, 의류에서는 포장 전 최종 검수와 보풀, 실밥제거 등의 몇몇 과정이 추가되기도 한다. 또한 대부분의 부자재가 패킹에 사용되므로 부자재의 선정은 공간효율성에도 큰 영향을 주며, 부자재별 사용에 따른 시간적 요인(박스, 에어캡, 아이스팩, 드라이아이스, 테이프, 송장) 또한 비용은 물론 일일 출고 캐파(capacity)를 결정짓는 요인이 된다.
제품의 종류가 적은 초창기에는 부자재와 관련해 큰 문제가 없지만, 제품의 크기와 형태가 다양화 될수록 선택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박스가 너무 작으면 다량의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증가할수록 박스 수 증가에 따른 포장재 낭비와 배송비 증가의 문제가 발생하고, 박스가 너무 크면 배송 완료시까지 지속적으로 박스 내 제품의 이동과 충격이 발생하기에 완충재 과다 사용으로 인한 비효율은 물론, 박스의 구겨짐이나 파손으로 인한 고객 컴플레인이 증가한다.
그렇다고 박스의 종류를 늘리는 것 또한 현실적으로 어려운데, 공장에 발주할 수 있는 최소 수량 단위(MOQ, Minimum Order Quality)가 꽤 높은 것도 하나의 이유이지만, 실제 업무에서 박스의 종류가 많을수록 제품에 알맞은 형태를 찾아 일일이 테이핑 하는 시간이 증가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과 함께 추후 자동화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포장 박스를 일정량 미리 접어놓고 사용하는데, 종류가 많아질수록 미리 접어놓은 박스를 보관할 공간이 부족해지며, 포장을 진행할 때마다 크기에 알맞은 박스를 찾는 것도 매우 비효율적이다.
이렇듯 제품의 변형 방지를 위한 적정 포장의 설계에는 고려해야할 요소가 다양하다. 때문에 명확한 품질 유지를 위해서는 현장의 실무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며 포장 기준을 수립하고, 현재 판매 형태에 맞춘 포장 기준 최적화를 끊임없이 시도해야 한다.(무게별 위치, 냉매와 제품 직접 접촉 금지, 제품 포장별 적정 부자재 및 사용량 등…)
효율적 출고를 위해 고려해야할 것들
물류현장에서 ‘사람을 갈아 넣으면 다 되는 줄 안다’라는 자조 섞인 농담을 하지 않는 부서가 어디 있겠느냐만은, 그 중에서도 유독 출고에 관해서는 이러한 인식이 더 심하다고 느낀다. 근본적인 원인이야 두말할 나위 없이 물류 자체에 대한 인식부족이겠지만, 그보다 더 현실적인 이유는 낮은 인건비에서 기인하였으리라 판단한다.
때문에 출고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단순히 그 원인을 인력 부족에 인한 것이라고 판단, 어떠한 임시방편이든 결국 미출고와 오출고의 증가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인력 충원만큼은 비교적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단순한 관점에서 보면 이 방법이 가장 편리하면서도 최대의 비용 효율을 발생시키는 방법이라 착각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보자면 오히려 인력 충원에 매몰된 투자는 물류비 증가를 발생시키는 주요한 원인이 된다. 역으로 한 번의 물류센터 환경 개선은 장기적으로 더 큰 비용적 효율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극단적인 예시로 10 평의 공간에서 하루 1,000 건의 출고를 처리한다고 생각해보자. 1,000 건의 출고에 사용될 부자재와 피킹, 패킹인력을 산정해서 10 평에 넣는다면 과연 한명이 낼 수 있는 효율은 어느 정도일까? 아마 부자재가 10 평 공간의 절반을 차지하고, 누군가는 계속해서 보관존 어딘가에 숨어있는 부자재를 날라야 할 것이며, 공간 부족으로 인해 일정수준의 택배가 쌓일 때마다 이를 별도의 공간으로 옮길 인력 또한 필요할 것이다. 그 가운데 필연적으로 동선이 겹칠 것이고, 그 상황에서 발생하는 작업의 정지 등 다양한 시간적 손실이 나타난다. 이것이 차차 누적된다면 그 이상의 출고 건이 발생했을 때 인력을 충원하는 것으로는 도저히 효율성의 한계를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 자명하다.
그렇다면 10 평의 공간이 100 평이 된다면 어떨까? 한 달에 300만 원 내외의 추가적인 비용으로 10 평에서 발생하는 동선의 비효율 및 불필요한 업무가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때문에 출고의 효율화를 위해 첫 번째로 고려해야 할 것은 ‘공간’이다.
새로운 물류센터를 설계할 때 투자의 관점에서는 과연 새 물류센터가 얼마나 보관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지, 적재량이 100%에 수렴할 때 어느 정도의 마진이 발생하는지, 어느 규모까지 재고를 회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만 궁금해 한다. 이것이 비용적으로 명확하며, 기존 센터와의 비용을 비교하는 것에 있어서도 쉽게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업공간에 대해서는 투자 시점이나 완공 시점에서부터 끊임없는 외압이 발생한다. 외관상 텅 비어있는 공간을 보았을 때 해당 공간이 얼마나 되는지, 임대료는 얼마인지, 왜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있는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책임자의 입장에서도 당장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는 향후 출고 건에 대해 고려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보관에 중점을 둔 물류센터를 설계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러나 물류센터의 가용 가능 공간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투자로 바라보는 것이 최근 커머스의 출고형태에서는 보다 바람직하다 생각한다. 활용 가능한 공간 넓어질수록 다변화된 포장의 형태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작업 라인의 변화를 시도할 수 있으며, 인력의 투입에 따른 효율성까지 극대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 출고량의 변화를 고려하기 어렵다면, 보관량의 증가에 맞춰 출고량이 증가했을 때를 예상해 이를 기준으로 작업 공간을 남겨두는 것이 좋다. 이후 출고량의 변화에 맞춰 추가 시공을 진행하거나, 별도의 이동 가능한 선반 등을 설치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고의 효율화를 위해 두 번째로 고려해야 할 것은 물류의 자동화이다. 자동화의 의미를 거창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자동화는 미리 포장 상자를 접어놓거나(제함기), 박스를 테이핑 하는 과정(테이핑기) 등 단순 작업에 대해서만 자동화를 시도하는 반자동화의 개념이다. 이는 초기 투입 비용 대비 가장 큰 효율성 증가를 만들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된다.
자동화기기 업체의 대부분이 주문제작 형식으로 영업을 하며, 표면적으로 단가를 표기해 놓은 업체가 적기 때문에 물류업체 측에서 큰 관심이 없거나, 비용에 대해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허나 2019년 급여 기준으로 1 명의 인건비보다 조금 더 투자한다면 제함기와 테이핑기를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외에도 반복되는 단순한 업무들에 대해 끊임없이 해결 방법을 고민해보고, 사례를 찾아보자. 분명 이를 자동화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초기 비용에 대한 부담이야 분명히 있겠지만 박스를 접고 테이프를 붙이는 과정은 분명 규모의 증가 이후에도 반복되는 작업일 것이며, 이를 3년 이상 보조할 수 있는 기계를 도입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절대 손해 보는 일이 아니다.
다시 말 하지만 ‘정답은 없다’
사실 글만으로는 실무적으로 직접 도움 되는 부분이 적은 것은 아닐까 우려되기도 한다. 그러나 직접적인 작업과 행동 하나하나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이와 관련해 누구든 직접 반복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는 업무라는 것과 더불어, 결국 세부적인 하나의 행동보다는 전체적인 흐름이 출고 과정에서 더 큰 변화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부분을 효율화해야 하는지, 효율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이 있는지, 그리고 각 파트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관해 늘 현장을 체험하여 작업자 관점에서 개선하기를 바란다.
서두의 ‘정답은 없다’는 말을 기억하자. 잦은 실수 중 하나는 현재 자사물류에 투입되는 비용이 명확하다 해서 타 업체에서도 그 정도의 비용대만으로 물류를 수행한다고 오판한 뒤, 해당 프로세스를 벤치마킹 하는 경우다. 같은 제품 카테고리에, 택배 등을 이용한 비슷한 구조의 배송서비스를 이용 중이라 해도, 한 건당 적게는 몇 백 원부터 많게는 천 원 단위에 이르는 비용의 차이가 발생한다. 다른 업체를 벤치마킹 해 비슷한 서비스 수준을 맞춘다 해도 결국 비용이 절감되지 않거나, 혹은 해당 업체가 서비스에 대해 투자하는 비용을 충분히 알지 못하고 무리하게 뛰어든다면 결코 그 서비스를 장시간 유지할 수 없다.
물류는 복합적인 영역이다. 그 중 출고는 가장 많은 직간접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 업무이다. 측정 가능한 비용, 효율, 공간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감성과 서비스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만 시·공간적 효율과 비용, 판매자의 제품 기획, 고객 만족도 등 모든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사람마다 지문이 모두 다르듯, 각각의 업체들 또한 그 지향점이 서로 다르다. 그렇기에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벤치마킹으로는 불가능하다. 끊임없는 자기고민과 개선의 연속이어야만 한다. 그렇게 자사의 출고 프로세스와 노하우를 구축하며 제품을 가장 잘 아는 경력자로 성장한다면, 새로운 서비스 또는 눈에 띄는 규모를 굳이 자랑하지 않더라도 많은 고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그 자체만으로 물류인으로서의 소명을 훌륭히 다 한 것이며, 커머스에 물류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충분한 답을 보여준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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