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철민 CLO 기자
“요즘 물류시장은 좀 어때요?” 얼마 전 IT업계 CEO 한 분이 제게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너 요즘 먹고 살만해’라는 근황을 ‘요즘 물류 어때’라며 돌려 묻는 지인들이 대부분인지라 습관적으로 ‘네, 뭐 그렇죠’라고 대답할 찰나에, 속으로 ‘이렇게 무성의하게 대꾸하면 편집장 체면이 서나’ 싶어 순간 멈칫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스스로의 자문에서 시작합니다. 2000년대 초반, 대규모 생산체계의 시장경제에서 ‘물류의 세계화’는 ‘물리적 세계화’를 이끌었습니다. 물류 혁명으로 인해 저렴한 가격으로 중국에서 생산한 물건을 미국은 물론 브라질에서도 구매할 수 있게 했고, 이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억제해 인류의 유례없는 번영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렇게 설명하면 과거 물류의 업적은 위대하게 들릴지언정 일반 대중들에게는 물류는 늘 어려운 대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물류를 좀 다르게 바라보겠습니다. 최근 모바일 시대의 비즈니스 모델은 제3자가 만든 제품과 서비스가 공급되고 그것이 소비자들에게 전달되고 있는데, 이를 두고 ‘플랫폼’이라 말합니다. 애플, 구글, 아마존 같은 기업들은 플랫폼을 제공하면서 가치를 창출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들 기업의 특징은 사용자가 사용자를 위해 가치를 창출하는 네트워크 효과가 탁월하다는 점입니다.
플랫폼으로 대변되는 이들 회사들의 특징은 사용자 간 ‘상호작용’에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스마트폰의 플랫폼과 구글의 검색창에서 해당 기업은 물론 전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하고 있고, 이들은 모두 ‘외부 생태계’를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런 ‘외부 생태계’ 관점에서는 제조 프로세스 유연화에 초점을 두는 ‘공급’ 중심 전략보다 가치사슬 전체의 연결을 꾀하는 ‘수요’ 측면으로의 변화가 필수입니다. 이는 ‘소비자 직접 의뢰(Direct-To-Consumer·DTC)’ 같은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등장시키게 됩니다. 이를 합리적 제품의 제조와 유통, 소비의 관계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DTC 모델은 제조사와 최종 소비자 간 직접 연결이 핵심으로, 유통·물류의 여러 단계를 거치지 않고 제조와 수요 부문을 직접 연결함으로써 전체 가치사슬의 통합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2년전 무려 1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금액으로 유니레버(Unilever)에 인수된 달러셰이브클럽(Dollar Shave Club)처럼 말입니다.
이쯤 되면 독자들께서도 요즘 물류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눈치 챘을 겁니다. 과거 대량 생산체계의 공급자 중심의 공장물류 체계가 수요 중심의 생활물류 서비스로 전환되고 있는 시사점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국내에서는 이런 ‘외부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이들로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IT기업이 꼽힙니다. 특히 IT기업들은 점점 더 중요해지는 DTC 플랫폼 기반의 제조, 유통, 풀필먼트, 라스트마일 딜리버리에 대한 접근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스마트폰 등 갈수록 사람이 다루는 디지털 기기의 수는 늘고 있고, 다루는 데이터의 양은 지금도 시시각각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모바일이 산업의 최대 화두가 됐다면, 앞으로 10년은 데이터를 활용한 ‘물류와 모빌리티’가 그 관심을 이어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페이스북, 트위터가 대표하는 ‘정보의 세계화’가 변곡점을 찍고, 이런 정보화된 플랫폼은 앞으로 일자리, 비즈니스 모델, 정치, 국제지정학, 윤리, 커뮤니티 등 모든 것을 재형성(reshape)시키고 있습니다. 물류도 예외는 아닙니다. 물류는 SNS처럼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고 스스로 소통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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