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 10여년 전 필자의 일이다. 이제 갓 신문사에 입사한 나는,
어느 누가 봐도 별볼일 없는 신참내기였
다. 사람들과 만나 대화는커녕 회사의 홍보담당과 대면하는 것조차 긴장했던 시절이다. 성격장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물류전문기자인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물류’를 잘 몰랐고, 이 때문에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의 무식함(?)이 노출될까 창피하고, 두려웠다.
물론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초짜 기자가 물류와 현장을 모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스스로 그 현실과 맞닥뜨리는게 싫어 취재현장에 나서기를 꺼려했다. 결국 소통의 단절과 이에 대한 두려움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입사해서 몇개월이 지났는데도 내가 쓴 기사라고는 고작 선배들이 취재한 내용을 짜깁기하거나 연구세미나 자료를 정리하는 정도였다. 이런 필자가 10여년 넘게 기자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터득한 몇 가지‘ 소통’의 비밀이 하나 있다. 바로 소통에 있어‘ 두려운 생각이 있을 뿐, 두려운 존재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직장과 가정 등 사회생활에서 하기 싫은 일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재미없고 귀찮아서 하기 싫은 것과, 어렵고 겁나서 하기 싫은 경우다. 재미없고 귀찮아서 생기는 ‘하기 싫음’은 음성반응이다. 문제가 되질 않는다. 가벼운 감기기운 같아서 기분전환으로도 쉽게 고쳐진다.
하지만 어렵고 두려워서 생기는 ‘하기 싫음’은 심각한 양성반응이다. 방치하면 점점 악화되어 그 결과가 삶의 큰 그림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다.
하기 싫은 일이 생겼을 때는 재빨리 판단해보자. 음성반응이라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누군가를 만나야 하는데 정말 몸이 피곤하다면, 약속시간을 다음으로 미뤄도 상관없다. 컨디션이 좋아졌을 때 다시 만나면 된다.
그러나 양성반응에 의한 것이라면, 즉 만나야할 사람이 어렵고 두려워서 만나기를 꺼려하는 것이라면, 절대 약속시간을 미뤄서는 안 된다. 미루면 미룰수록 만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프리젠테이션이 귀찮아서 하기 싫은 것이라면 한번쯤 넘어가도 상관없지만, 그것이 어렵고 사람들 앞에서 서는 것이 두려워서 하기 싫은 것이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꼭 해야 한다.
그럴 때마다 도망치고 싶은 것이 사람의 본능이다. 하지만 우리가 두려워하는 일의 대부분은 사실, 자주 해보지 않아 익숙하지 않은 일일 뿐이다. 따라서 두려움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도망치는 게 아니라, 지금보다 더 가까이 가서 두려움을 꼭 껴안는 것이다.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은 성장하고 있다는 신호다. 목표 없이 되는 대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이 두려운 감정을 느낄 리 없다. 지향점이 있고 계획이 있는 사람들만이 감정을 느낀다. 시험에 부담을 느끼고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일수록 성적은 좋다. 미래에 대해 불안해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미래에 대한 준비가 남보다 철저한 사람들이다. 두려움은 제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의 엔진으로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두려움과 포옹하라. 새로운 기회가 생길 것이다. 두려움을 피해 다니면 기회와 행운도 우리를 피해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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