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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열원래(近悅遠來)로 '통(通)'하다-김명 세바 로지스틱스 코리아 대표

INSIGHT

by 김편 2012. 5. 19.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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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철민 기자 / 사진. 선규민 기자


2000년대 초, 미국 현지의 한 물류회사에 젊은 한국인이 근무하고 있었다. 대학 졸업 후, 중국에 있는 금속업체에 다녔던 그는 우연찮은 기회로 미국에 오게 됐다. 물류와 첫 인연은 한국 화주기업을 대상으로 한 관리업무가 시작이었다. 어쩌면 한국인이었던 그에겐 너무나 당연한 보직이었다.

 

하지만 그는 점차 사무실 안에서만 지내기가 답답했다. 자신의 적성과는 너무 다른 길을 걷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튿날 그 청년은 바로 직장상사에게 달려가 현장영업을 뛰고 싶다고 말을 했다. 그러나 직장상사의 반응은 냉담했다. "아니, 미국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자네가 어떻게 현지 화주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었다. 

 

청년은 '꼭 기회를 달라'며 간곡히 요청했다. 그러자 직장상사는 그에게 숙제를 하나 내줬다. 하루의 시간을 줄 테니 밖에서 미국 현지인의 명함 10장을 받아오면 영업직을 허락해 주겠다는 것이다. 

 

"어디서 명함을 구해오지?" 어렵게 기회를 얻은 청년은 답답했다. 그런데 문득 본사 뒤편에 있는 물류창고(설명: 미국에서 활동 중인 물류기업 본사 사무실 뒤에는 자사창고가 위치한 경우가 많다)가 있다는 게 생각이 났다. 그리고 그는 다짜고짜 인근 도넛(Doughnut) 가게로 달려가 도넛과 커피를 사들고 창고현장으로 직행했다.

 

미국 창고 현장 근무자들은 히스페닉계(스페인계 인디오 혼혈)가 대부분이다. 미국인이지만 유색인종이었던 그들은 같은 처지에 있던 한국인에 대한 차별이 심하지 않았다. 그 청년은 자신이 사온 도넛과 커피를 일일이 건네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날  청년은 하루 만에 20여장이 넘는 명함을 그들로부터 얻게 됐다.

 

20여장의 명함을 챙긴 그는 직장상사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청년에게 약속한 영업부서 발령은 지켜졌다. 몇일 후, 영업사원이 된 그는 영업비 일부를 떼 내어 매일같이 정해진 시간에 창고현장을 방문했다. 그의 한 손에 커피, 다른 한 손엔 도넛이 들려있었다. 창고 근무자들은 그때부터 그를 '도넛맨'이라고 불렀다.

 

처음에는 자신에게 명함을 준 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달하고자 도넛을 들고 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창고 근무자들과 매우 친해지게 됐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현장의 어려움과 더불어 그들이 들려주는 생생한, 그리고 다양한 화주관련 정보들을 자연스럽게 듣게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소개로 현지 화주들과 만나게 됐고, 그의 노력과 평판은 영업성과로 이어졌다.

 

그리고 3년 후…. 그 한국인 청년은 전미 5000여명의 회사직원 중 '영업왕'으로 선정됐다. 각종 영업 관련 수상실적도 독차지하게 됐다. 그가 바로 전 세계 5위권인 네덜란드계 글로벌 물류기업 세바 로지스틱스 코리아 김명 대표이다.

 


젊은 CEO의 논어 삼매경

직원의 마음 얻어야 '성과' 있고, '지속가능경영' 가능해
기업의 윤리적 해이 없어야 고객과 '원칙' 지킬 수 있어

 

 

'전미 영업왕', '골프왕' 등등. 김명 대표의 이름 앞엔 수식어가 많다. CEO에게 지나친 형용사는 한국사회에서 부담스런 요인이 된다. 오히려 CEO 이미지에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 '도넛맨' 일화에서 볼 수 있듯이 김명 대표의 성장과정을 속속들이 살펴보면 '겸손함'이 깔려 있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김명 대표는 젊다. 국내 포워딩업계 최연소 CEO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처음 만난 순간 옛것과는 잘 어울리지 못할 것이란 선입견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그가 취재기자와의 인터뷰 첫 화두에 꺼낸 말이 공자의 가르침 중 하나인 '근열원래(近者悅 遠者來, 근자열 원자래)'이다. '논어'에 약한 취재기자에게 쉽지 않은 인터뷰를 예고하는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근자열 원자래'란 무슨 뜻일까? 이는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이 찾아온다는 뜻으로 공자가 논어에서 강조한 내용이다. 쉽게 말해 '사람의 마음을 얻으면 천하를 얻는다'는 말로 바꿀 수 있다. 과거 군주시대에는 신하의 마음을 얻어야 부국강병 할 수 있었다. 요즘 시대에는 직원의 마음을 얻어야 성과를 올리고 지속가능경영을 할 수 있다는 것쯤으로 재해석 될 수 있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공통된 것은 사람의 마음은 천심이고, 성과를 올리는 것의 기본토대란 것이다. 김명 대표는 자신에게 '성공한 CEO'란 표현을 쓰는 것에 대해 '아직은 부담스럽다'고 잘라 말했다. 아직 젊고, 성공여부를 평가받기에는 가야할 길을 더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김명 대표가 이끄는 세바 로지스틱스 코리아는 글로벌 경제 불황에 따른 물동량 급감 속에서도 연평균 20% 이상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2009년 452억원이던 전체 매출은 2년 만인 2011년 1368억원으로 3배나 껑충 뛰어 올랐다.

 

이유가 뭘까? 과연 어떻게 해야 사람의 마음을 얻어 행복과 성과의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었던 것일까? 이에 대해 김명 대표는 회사 직원들이나 고객사와의 소통에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말과 행동을 통해 진정성과 신뢰를 얻는 일은 현재도 '진행형'이라고 설명했다. 아무래도 취재기자가 김명 대표를 소개하자면 공자님의 가르침이 더 필요할 듯하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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