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경제 제재와 공급망 리스크

이란은 인구가 8000만 명에 가깝다. 2011년 IMF 통계 기준 1인당 국민소득 5500달러다. 중동의 대표적인 산유국으로 한국의 주요 브랜드인 삼성이나 LG, 현대기아차 등 메이드인코리아(Made In Korea)에 대한 로열티가 높은 편이다.

글. 후버 인터넷 물류논객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발효 중이다. 이란으로 비석유 제품을 수출하는 수출기업들에도 타격이 우려된다고들 한다. 물류 IT를 하는 필자가 뜬금없이 이란 얘기를 꺼내는 것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속에서도 장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공급망 리스크(Risk) 문제와도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이란은 사실 장사하기 어려운 상대다. 우리에게 익숙한 WTO나 자유무역과는 전혀 거리가 먼 폐쇄적인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란의 관세 제도는 완제품 수입보다는 부품 수입에 더 낮은 관세를 물리기 때문에 한국에서 이란으로 부품 수출을 많이 한다.

 

부품 수출은 완제품 수출에 비해 번잡하다. 일일이 포장작업도 해줘야 하고, 자칫 잘못해서 완성차 내지는 완성된 전자제품 100대분을 수출하면서 아예 99대의 완성품을 만들 수 있는 분량을 수출하고, 1대분은 누락시켰다면 그나마 공장은 돌아가겠지만, 100대분을 수출하면서 부품 한 종류를 통째로 빠트리는 경우 현지 공장은 멈춰 버린다.

 

그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게 마련이다. 이란 현지 파트너의 요구에 따라 주요항구인 반달 압바스와 반달 부쉐르, 차바하 등의 항구를 번갈아 이용하기도 한다. 신용장 한번 발행할라 치면 현지 파트너 독촉하기 참 힘들다. 현지 파트너는 이런 저런 현지 사정을 들먹이며 협조에 인색하다. 국가의 폐쇄성 속에서 그것을 현지 파트너가 최대한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완성품이라고 쉽지 않다. 완성품은 들어가는 순간 살인적인 관세를 적용받는다. 
 
그런데도 이를 악물고 이란에 수출을 하려 하는 것은 그 나라의 무한한 가능성과 한국에 우호적인 시장 분위기 때문이다. 인구가 8000만 명에 가깝다. 2011년 IMF 통계 기준 1인당 국민소득 5500달러로 1인당 국민소득으로 따지면 중국보다 잘 사는 셈이다. 우리도 잘 알고 있는 산유국이다. 이미 한국의 주요 브랜드인 삼성이나 LG, 현대기아차 등에 대해서는 인지도도 매우 높다. 특히 메이드인코리아(Made In Korea)에 대한 로열티가 높은 편이다.

 

그러니 만약 이란 경제제제가 더욱 강화돼 정말 수출을 못 할라치면 그 때는 대체시장을 찾아 보던가 이란과의 거래가 가능한 다른 파트너를 찾아서 수출해야 할 판이다. 그만큼 이란 수출이라는 것은 공급망 리스크를 크게 안고 가는 비즈니스다.
 
물류시스템 관점에서도 이러한 공급망 리스크에 대해서 대비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비즈니스 스킴(Business Scheme)이 바뀌는 것 아닌가? 비즈니스의 형태가 바뀌면 셋업이 바뀌는 것은 물론, 고려해야 할 시스템 변경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것도 신속하게 해야 한다.
 
필자가 하는 일과 연관되어 있어 더 이상의 얘기를 적지는 못한다. 다만, 기자의 눈이나 학계 전문가의 눈이 아닌 평범한 물류인의 눈으로 중동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눈으로 직접 보았기에 이란 경제 제재가 더 이상 심해지지 않고 빨리 마무리되어 공급망 리스크 없이 다시 활발하게 수출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필자에게 외교통상부에서도 여행유의, 여행자제, 여행제한 등 다양한 용어로 여행자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이란에 가볼 팔자는 못 되었고, 우리나라 사람들 꽤나 많이 가는 두바이의 마트만 가도 한국산 TV를 팔면서 Made In Korea를 굳이 강조하는 모습은 보았다.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는 중동건설 붐이 일던 70년대 타국 근로자들은 근로조건을 버티지 못하고 도망가는데 한국인 근로자들은 도망가지 않고 공기를 맞춘 모습을 보고 지금도 '한국인은 독하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요르단에서 한국 자동차 브랜드가 중고차 시장에서 제법 사랑받는다. 아랍에미레이트 검문소에서 당신 어디서 왔느냐고 엄한 목소리로 물어보았는데 '코리아'라고 대답하니까 여권을 돌려주면서 '감사합니다'라고 배운 한국어로 인사하는 공항관리 직원도 보았다.
 
내친 김에 이란 얘기 좀 더 해 드릴까? 이란에는 스키장이 있다. 사막으로 뒤덮인 나라 아니다. 카스피해 연안은 아열대 기후로 열대 과일도 나온다. 그리고 더욱 결정적인 거. 인구의 100%가 무슬림은 아니다.  극히 일부의 기독교 신자도 있다고 하며, 제법 다양한 종교가 분포한다고 한다. CNN 방송영상 아니면 볼 기회 국가인 '이란'. 모르는 만큼 묻히기 쉬운 공급망 리스크를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몸으로 막아가며 수출을 하고 있다. 이 분들이야말로 진정한 대한민국의 수출역군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