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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잉경영 실천하는 박형택 보우시스템 사장

INSIGHT

by 김편 2012. 7. 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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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도, 경영도 서프라이즈하게" 

'놀면서 경영을 한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옛말에 뭐니뭐니 해도 즐기는 자를 못이긴다는 격언이 있다. 박 사장은 조직문화를 재미있게 만들어 나가는데 열심이다. 행사 때 노래 한곡을 멋들어지게 부르기 위해 한 달전부터 노래를 연습하고, 드럼을 연습하는 CEO가 얼마나 있겠는가.

 

 

"회사가 1주일간 문을 닫는데…."
"뭐, 무슨 일인데?"
"해외로 여행 간다는 이야기가 있어, 자네 못 들었나보네."
"고뤠?"

 

얼마 전 경기도 성남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 물류기기 중소제조업체 직원들 사이에서 작은 소동이 일었다. 회사가 일주일간 문을 닫고 여행을 간다는 소문이 사내에 쫙 퍼졌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떤 회사가 평일근무를 빼고 여행을, 그것도 국내도 아닌 해외로, 단 한 명의 직원의 열외 없이 단체로 간다는 말인가? 
본사와 공장직원들은 믿기지 않는 현실에 바로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 직원들은 삼삼오오 카카오톡(모바일 메신저) 대화창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한명씩 돌아가면서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풍선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이거 꿈이냐, 생시냐?"
"사장님, 제 정신이시지?"
"하하, 이거 사실이면 완전 대박."


직원들의 말풍선은 한없이 커져갔다. 직원들 간 기대에 찬 말풍선이 하나, 둘 커지면서 일터가 신바람이 났다. 직원들 표정에도 '기대감', '행복감', '자부심' 등으로 함박웃음이 피었다. 20여년 된 한 중소기업의 예측불허 '깜짝쇼'가 서서히 빛을 발하는 순간. 이 회사의 CEO는 슬그머니 미소를 띄고 있었다.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과연 누가 냈을까? '럭비공 CEO', 바로 보우시스템 박형택 사장(50)이다.


'럭비공 CEO', "직원들의 예상을 깨라

박형택 보우시스템 사장은 한 달 전에 사고(?)를 쳤다. 지난 5월6일부터 12일까지 전 직원들을 데리고 베트남 여행을 간 것이다. 회사가 일주일간 해외여행에 나서기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여행경비는 그렇다 치더라도 공장이 쉬는 동안 발생될 유무형적 손실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건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노릇 아닌가.     
"여행사에 몸담은 지 수년째인데 이런 경우 처음 봅니다. 사장님 어떻게 되신 거 아닙니까?(웃음) 정말 존경스럽네요. 모든 직원 여러분들 정말 대단해요."
여행사 직원의 뻔한 칭찬이 기분 나쁘지 않았을 일이다. 하지만 여행사 직원의 속내는 '이 회사, 참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을지 모르는 대목이다.
그저 박 사장은 웃기만 했다. 그 동안 고생한 직원들에 대한 보답과 그로 인한 사기진작을 더 높이 평가하고 있지 않았을까?
그렇게 해서 2012년 5월, 보우시스템 전 직원들의 베트남 단체여행은 시작됐다. 사실 4년 전에도 박 사장은 직원들과 함께 백두산을 다녀온 적이 있다. 박 사장이 '깜짝쇼'를 저지른 사고이력(?)이 더 있었던 셈이다. 그때도 직원들의 반응은 의심과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아니, 백두산에 왜 가냐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우리 월북하는 거야?" 

 

'깜짝쇼'로 기쁨 2배

박 사장은 항상 직원들의 예상을 깼다. 아니 예상도 못할 일들을 준비하는 것에 대해 희열을 느낄 정도다.
이에 대해 박 사장은 "1년에 네 차례 회사에서 보너스를 지급하는데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정기상여금이라 '그냥 때 되면 주는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보다는 비정기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직원들에게 선물을 주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서프라이즈(Surprise, 놀라운)'한 상황을 만들어 직원들의 만족감을 2배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박 사장의 전략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박 사장은 사고를 칠 때, '놀라움'만 요리하질 않았다. 항상 그 사고 뒤에는 '감동'이라는 행복촉매제로 사용해 더 맛있게 양념을 쳤다. 수많은 해외여행지 중 베트남을 선택한 것도 그중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여행 어디로 간다고 했지?"
"베트남."
"왜 거기래?"
"(외국인)직원들 집이 거기 있어서 가본다는 것 같은데."


보우시스템에는 총 4명의 베트남 외국인 근로자가 근무 중이다. 전 직원 중 몇 명 되지 않지만 '소수를 챙기며, 전 직원들이 함께 즐거울 수 있는 무엇인가?'를 박 사장은 고민했던 것이다.
수많은 여행지 중에 '왜 베트남을 택했는지'에 대해서 직원들의 공감대를 끌어내기 충분했다. 매일 얼굴을 맞대고 일하는 동료들인데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고향은 어떤 곳인지 궁금한 건' 당연한 이유였다. 그랬다. 박 사장은 외국인 직원들이 추억 속에 말하는 그들의 고향에 함께 가보고 싶었던 것이다.
박 사장은 "이왕 가는 거 모든 직원들이 좋아하는 여행지로 가고 싶었어요. 몇몇 직원들과 함께 고민하던 중에 우연찮게 현장을 방문했는데, 때마침 외국인 직원들이 땀 흘리면서 일하는 모습이 보였어요. 순간 '바로 거기다' 했죠. 지금 생각해도 베트남을 방문한 건 참 잘한 선택이었다고 봅니다."라고 회고했다.

 

외국인 직원들의 고향 '빈'에서 하룻밤
박 사장은 5박6일 여행기간 중 외국인 근로자 4명의 고향 빈을 방문하는 것을 포함시켰다. 가는 길에 박 사장은 세탁기 등 가전제품 몇 개도 준비했다.

과거 1970~90년대 우리나라도 독일이나 중동국가 등으로 광부, 간호사, 건설근로자 등이 인력수출에 나섰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경제상황이 많이 달라져 우리나라 10~20대들에게는 '옛날 옛적' 이야기가 됐지만 엄연한 과거이다.
박 사장은 자신의 학창시절, 양복공장과 칵테일 바 등에서 힘들게 일하며 학업을 이어갔던  모습을 떠올렸다. 어려운 가정형편이어서 중·고등학교 과정은 꿈도 꾸질 못했다. 그래서 검정고시에 도전했다. 이후에도 박 사장은 자신의 처지를 극복하겠다는 신념으로 국민대학교 행정학과에 진학했다. 박 사장은 그때 그 시절 고생했던 자신의 모습을 외국인 직원들을 통해 투영했던 것이다.
박 사장은 "제가 성격은 낙천적인데 잘살지 못하다 보니 어려운 일을 많이 겪었습니다. 공장에서 양복기술도 배웠고, 바텐더도 해봤어요. 먹고 살기 위해 열심히 뛰었죠. 그러다 대학 4년 때 야학 선생님으로 활동하면서 이웃들과 나누는 것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컴컴한 밤길을 달려 도착한 직원들의 고향집. 부모님과 가족들, 마을주민들이 기꺼이 나와 환대를 해주었다. 오래 동안 보고 싶었던 자식을 부둥켜안는 순간 울음바다가 됐다. 이를 지켜보던 박 사장과 동료직원들의 눈시울도 순간 뜨거워졌다.
자식과 함께 일하는 한국인 동료들이 온다는 소식에 가족들과 마을주민들은 갖가지 음식을 차려놓고 축제를 준비하고 있었다. 환영사와 답사가 이어졌고, 수많은 건배제창이 계속 이어졌다.
머나먼 이국땅, 자식이 일하는 곳에서 회사 전 직원이 방문해주니 얼마나 반가웠겠는가. 발그레한 아버지 얼굴에서는 영웅이 되어 돌아온 자식에 대한 자부심에 기쁨이 넘쳐흘렀다. 구경 나온 동네사람들도 처음 보는 한국 사람들 모습을 신기하게 보다가 이내 분위기가 무르익자 어깨동무를 하며 어느새 친구가 되었다.

 

사고(?)는 계속 칠 것
박 사장은 부족해도 나누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넉넉해서 나누는 것보다 없어도 조금 나눠주는 게 더 행복한 일이며, 먼 곳보다는 가까운 곳에 도움을 주는 것이 더 기쁜 일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박 사장은 회사 직원들이나 거래처에 쓰일 선물이 필요할 때, 직원 가족 중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친척분의 유기농 쌀을 구매해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워낙 쌀 품질이 좋다보니 받는 사람들 모두 좋아해서 선물에 대한 반응도 좋다는 것. 게다가 직원들 가족이 느끼는 정과 고마움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있겠는가? 그 가치는 넉넉한 덤이 되어 돌아왔다.
박 사장은 몇 년 전부터 나눔을 위한 작은 봉사활동을 꾸준히 계획 중에 있다. 3년 전에는 업계에서 만난 지인 몇 명과 함께 밴드도 결성했다. 처음에는 밴드 구성원들의 가족들을 초대해 연말 깜짝 콘서트를 개최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지금은 밴드실력을 더 키워서 재능을 나눌 수 있는 연주활동으로도 더 키워볼 바람도 있다.
인터뷰 내내 박 사장의 머릿속에는 사고 칠 계획으로 가득 차보였다.
박 사장은 직원들 보다 먼저 행동하고, 실천한다. CEO가 먼저 자신의 삶을 열정적으로 즐길 줄 알아야 회사에 펀(Fun) 경영이 정착되고 고객에게 서비스만족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박 사장이 실천하고 있는 '플레잉(Playing)' 경영이다.


who? 박형택
1963년 11월생
서울 출생
국민대 행정학과 졸업

 

물류기기 국산화 첨병 '보우시스템'  
연평균 100억원대 매출에서 지난해 230억원 기록…1년새 2배 껑충

 

국내에 선진화된 물류기기 시스템이 도입된 것은 그리 오래전의 일이 아니다. 1980년대 초에 처음 도입됐으니 이제 30년 정도의 세월이 흘렀다. 현재 국내 물류기기 제조업체는 200여곳. 그 중에서 ‘창조적 물류기기 제조회사’라는 명성을 얻고 있는 곳이 보우시스템(www.bowoosystem.com)이다.
보우는 컨베이어 시스템(conveyorsystem) 구축을 중심으로 물류센터 입·출고 자동화 라인, 텔레스코픽(telescopic), 소터(sorter) 등을 제작·판매하고 있다.
총 직원수 35명인 보우시스템의 지난해 매출액은 230억원. 2010년 매출이 140억이었으니 1년 만에 2배 가까이 성장한 셈이다. 이중 수출 비중은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보우는 주력 품목인 컨베이어 시스템과 함께 로봇 포장기계(쌀)도 양산하고 있다. 보우의 물류기기는 사용되지 않는 분야를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다.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등 공항분야를 비롯해 GS리테일·이마트·삼성테스코 등 유통분야, 삼성전자·삼보컴퓨터 등 전자분야, 이랜드·형지어패럴 등 의류분야, 한진택배·CJ GLS등 택배분야, 교보문고·YES24·한국출판협동조합 등 서적분야 등 산업 곳곳에 보우 제품의 물류기기들이 사용되고 있다.
이밖에도 다이소아성산업과 오피스플러스 등 사무유통분야, 한화용인프라자CC·여주 그랜드CC 등 골프장에도 제품이 공급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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