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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대란은 '동맥경화'…“내부갈등부터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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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2. 7. 2.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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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파라치제 시행 연기…업계 “한숨 돌렸지만 불안”

용달 등 일반화물운송업과 ‘번호판 줄다리기’ 눈살

번호판 구입비만 2250억원…택배법 조속히 마련돼야

 

사진은 기사 특정내용과 상관없음

[CLO 김철민 기자] 7월2일 예고됐던 택배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온라인쇼핑몰, 홈쇼핑 등 유통업계는 정상적으로 상품배송을 했고, 소비자들의 불편도 없었다.

 

서울시에 이어 경기도가 ‘자가용화물자동차 신고포상금제(일명 택배카파라치)’ 시행을 미뤘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지난달 자가용화물차의 유상운송행위 단속을 위한 카파라치 시행 등을 담은 개정 화물운수사업법 조례안을 시의회에 상정해 통과시켰다. 그러나 도내 택배대란 발생 우려, 포상금 예산확보, 세부시행령 마련 등을 이유로 올 연말까지 신고포상금제도를 유예시킨 상태다.

 

서울시도 관련내용이 담긴 조례안 상정을 제외시켰다. 국토해양부와 택배업계 의견을 수렴해 연말까지 유보시킨 것이다. 시가 서민층 택배기사들의 딱한 사정과 업계 고충을 발 빠르게 받아들인 결과다.

 

지난달 29일 화물연대가 전국 수출입항만의 컨테이너 운송거부를 풀자 다음날인 30일 경기도의 카파라치제도 유예에 따라 택배대란도 발생하지 않았다. 하마터면 산업 및 소비재 물류가 동시에 멈춰 설 뻔 했다.

 

물류-택배 올스톱 위기 ‘응급처치’는 했지만

사진은 기사 특정내용과 상관없음

물류와 택배가 멈추면 국가와 서민경제도 함께 멈추게 된다. 마치 우리 몸의 혈관이 혈전에 막혀 동맥경화가 오듯이 국가산업에도 동맥경화가 오는 것이다.

 

다행히 산업계 전조증상은 뚜렷했고, 정부와 화물연대, 물류(택배)기업, 한국통합물류협회, 컨테이너운송사업자협의회 등의 재빠른 응급처치로 물류와 택배가 멈춰 서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다행히 수출입 화물운송 및 택배시장이 다시 회복됐지만 국내 물류산업이 정상적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재활을 위한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어디까지나 이번 물류-택배대란은 응급조치로 더 큰 화를 막은 것뿐이다.

 

화물연대가 운송료 9.9% 인상을 이유로 운송거부를 풀었다고 하지만 향후 화주와 운송기업의 이행여부에 따라 상황은 재발할 수 있다. 특히 화물연대의 요구사항인 표준운임제, 노동기본권 법제화 등 추진은 정부에게 남겨진 숙제다. 지난 2003년, 2008년, 그리고 올해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똑같은 사안으로 화물연대가 운송거부에 나선 것을 보면 더 이상 정부와 산업계가 뒷짐 지고 바라봐서는 안될 일이다.

 

영업용번호판 장사에 서민들만 피해

택배도 마찬가지다. 연간 매출 13조원, 국민 1인당(15세 이상) 연간 이용횟수 31.5회, 숫자로만 봐도 국민생활형 편의서비스로 자리 잡은 택배는 정부정책의 무관심 속에 방치돼 왔다.

 

지난 2004년 이후, 택배업계는 매년 두자릿수 성장을 하고 있어 늘어난 배송물량을 원활히 운반해 줄 차량공급을 원했지만 정부는 8년 동안 신규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택배업계 외침을 모를 일 없는 정부가 귀를 닫고 있었던 이유도 있다.

 

바로 택배가 포함돼 있는 국내 화물운송업계 전반에 걸친 내부이견과 알력다툼이다. 컨테이너, 카고 등 일반화물운송업자는 운송시장 내 화물차 공급과잉을 이유로 증차를 반대하고 있다. 반면 택배는 증차를 요구하고 있다.

 

용달 vs 택배 ‘반목’, 양다리 걸친 ‘국토부’

사진은 기사 특정내용과 상관없음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 입장은 어느 한쪽의 이야기만을 들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토부는 공급과잉이 심한 용달차량을 택배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희망자에게 차량개조비 등 지원금도 미소금융을 통해 저리에 알선해줬지만 총 두 차례에 걸쳐 시행된 전환사업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애초부터 용달과 택배는 그 서비스 구조와 근로환경이 달랐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이랴. 용달과 택배 간 엇갈린 이해관계는 협회 간 반목으로 이어졌다. 전환이 되질 않으니 양 협회(용달 등 화물운송연합회 vs 통물업 택배분과위원회)가 차라리 영업용(노란색) 번호판 매매에 열을 올렸다.

 

거래가 다 그렇듯이 파는 사람(용달사업자)은 비싸게 팔고, 사는 사람(택배업자)는 좀 더 싸게 사고 싶어 하는 게 장사의 이치 아니겠는가. 그때부터 신규공급이 제한된 영업용번호판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라섰다. 업계에 따르면 지역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지난 2005년 개당 200~300만원이던 것이 올해 1300~1500만원까지 뛰었다고 한다. 무려 5배가 넘는 가격인 셈이다.

 

자가용화물차 없애려면 총 2250억원 소요

사진은 기사 특정내용과 상관 없음

국내 택배에서 이용 중인 1.5톤 미만의 소형화물차량은 총 3만8000여대로 추산된다. 이중 자가용화물차량(흰색번호판)이 1만5000여대로 전체 41%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택배회사마다 자가용 이용대수가 다르지만 불법자가용에 영업용번호판을 붙이기 위해서는 대략 2250억원(대당 1500만원씩)이 비용이 들어간다.

 

이쯤 되면 용달과 택배업계가 화물차 증차여부를 놓고 서로 왜 싸우는지, 영업용번호판 가격이 왜 천정부지로 올랐는지, 그래서 정부가 왜 뒷짐만 지고 싸움을 지켜보고 있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양 업계의 반목과 국토부의 양다리 정책으로 인해 결국 서민층 택배기사들만 고스란히 애꿎은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분명이 이를 바로 알고, 잡아야할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2003년부터 9년간 총 3차례에 걸친 화물연대 운송거부 사태나 올해 택배대란 위기는 모두 업계 내부갈등에서부터 시작됐다. 물론 제조‧유통 등 화주기업의 몰이해와 무관심 등 외부요인도 크다. 그러나 소통부재로 인한 문제의 실마리는 내부에서부터 찾는 게 순리다.

 

요즘은 정치나 사업이나 통(通)하지 않으면 통(痛)하는 시대이다. 대한민국 물류산업이 발전하고,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남(화주)탓부터 하면 안될 일이다. 예로부터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 했지 않은가. 물류(택배)업계부터 스스로 다스리는 지혜를 찾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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