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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 울리는 '택배 카파라치'…"운행 멈추고 싶다"

INSIGHT

by 김편 2012. 6. 18.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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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들 "5만원 벌자고 2000만원 벌금 물어야 될 처지"
"화물차 증차 등 대책마련 후 신고제도 도입해 달라" 호소

 

[CLO=김철민기자] "하루에 고작 4~5만원 벌자고 배달하다가 걸리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에요. 차라리 운행을 하지 말아야 속편하지, 정말 서민들 살기가 팍팍합니다."

 

경기도 용인시 동백 신도시에서 택배기사로 일하고 있는 김OO씨(43)는 차량운행 중에 카메라나 폐쇄회로TV(CCTV)를 지나칠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설마 찍힌 건 아니겠지, 걸리면 정말 큰일인데…."

 

"불법인건 알아요. 그런데 정부가 노란색(영업용) 번호판을 내줘야 살게 아닙니까? 신규허가는 8년째 막혔고, 시장에서 거래 중인 영업용 번호판 값만도 1000만원을 웃돌아 살 엄두도 못내요."

 

사업용 화물차량이 아닌 일반화물차로 택배(유상운송행위)를 하고 있는 김씨는 최근 들어 누군가 자신을 몰래 찍고 있다는 불안감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지경이다.

 

경기도가 내달 1일부터 불법화물차량의 유상운송행위 단속을 위해 신고포상금지급(카파라치)제도를 시행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도 관련내용이 담긴 개정조례안을 상정한 상태로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조만간 따라할 예정이다.

 

현행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사업용 화물차가 아닌 일반 차량으로 유상운송행위를 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최고 2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한다. 특히 이번 개정안에는 불법화물차량을 신고한 사람에게 최고 2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게 돼 있다.

 

국토해양부는 카파라치 제도를 도입해 전국에서 활동 중인 불법화물차 운행을 근절시킨다는 목표다. 지자체로서는 세수(과태료)확대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신고포상금제도 도입을 적극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1000만원 웃도는 노란색 번호판 보면 하늘이 노래져
"하루하루 먹고살길 막막한 택배기사들 삶, 우선 살펴야"

 

이 소식에 김씨는 긴 한숨을 푹 쉬었다. "(하는 일이)불법이니 단속해도 어디 가서 하소연 할 곳도 없어요. 아마 전국에서 택배기사로 일하는 사람들 중 과반수이상이 같은 처지일 겁니다. 그만큼 택배시장에 자가용차량이 많다는 이야기죠. 요즘 같아선 노란색 번호판만 보면 하늘이 노래져요."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택배차량은 3만7000여대로 이중  40%인 1만5000여대 가량이 자가용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국내 전체 택배물량 중 서울과 경기도 등에서 취급되는 물량이 70%에 육박한다.

 

이 때문에 경기도가 내달부터 카파라치 제도 시행에 들어가면 자가용 차량 보유율이 높은 택배업체로서는 사실상 서비스가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자가용 택배기사들에게는 사형선고와 같은 셈이다.

 

국토부도 업계 현실을 감안해 그 동안 자가용 택배차량을 강하게 단속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실제로 국토부는 문제해결을 위해 택배업계와 수차례 만남을 가졌다. 지난 4월에는 국토부가 1.5톤 미만의 택배차량에 대한 신규증차를 허용키로 하는 등 실마리를 잡아가는 분위기였다.

 

"정부가 화물차의 공급과잉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우선적으로 택배에 이용되는 소형 화물차의 증차를 약속했으면 먼저 택배시장에 영업용 번호판부터 풀어줘야죠. 그 이후에 불법운행차량에 대한 신고포상금제도를 도입하는 게 순서 아닌가요?"

 

김씨는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이 택배현장을 방문해 약속한 일을 떠올렸다. 당시 이 대통령은 택배기사들과의 만남을 통해 산재보험 적용, 택배증차 제한 등 현안을 챙긴바 있다. 이날 이 대통령은 국토부장관과 실무국장,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에게 "택배기사들은 서민들이다. 먹고사는 생계형 문제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정책적으로 챙겨줄 것"을 당부했다.

 

"이명박 대통령께서도 택배기사들과 약속하셨잖아요.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협조해 신고포상금제도 시행만이라도 택배차량 증차 후 시행할 수 있도록 유예를 해주시길 제발 부탁드립니다."

 

김 씨는 마지막 한마디를 더했다. "찍혀서 일자리를 잃는 사람(불법자가용 택배기사)도 서민이요, 찍는 쪽(카파라치)도 서민일 겁니다. 이게 바로 대한민국 서민들의 우울한 삶이에요."

 

한편, 2004년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은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됐다. 그 이후 8년째 화물자동차 신규 증차를 금지하고 있는 반면 택배 물량은 2004년에 비해 3배 수준으로 증가한 상태다. 이 때문에 택배업계는 자가용 화물차량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현실로 내몰리면서 택배회사들과 기사들이 신규 증차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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