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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택배대란은 '소통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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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2. 6. 2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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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대선 화물연대
뒷짐진 국토해양부
속타는 화주기업들
숨죽인 물류업계"에 보내는 글

 

[CLO=김철민기자] 서로 통(通 통할 통)하지 않으면 통(痛 아플 통)하다는 말이 있다. 쉽게 말해 기(氣)가 막히면 우리 몸의 일부가 통증을 느끼게 되는데, 최근 화물연대 운송거부 사태로 나타난 산업계 물류마비는 대한민국 물류시장이 얼마나 소통에 인색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업계의 통증이 어디이뿐인가. 택배현장은 카파라치제도 시행에 택배기사들은 생업을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다. 창밖 도로를 바라보자. 길가에 다니는 택배차량 중 절반이 유상운송행위를 하는 자가용화물차량이다. 서민인들 불법인줄 모르고 이곳으로 뛰어들었겠는가. 우리들의 부모, 형제, 자식들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돈 없고, 힘없는 서민층 가장들이 어쩔 수 없이 내린 선택이었다.

 

이런 상황을 모를 일 없는 정부는 눈감고 뒷짐만 지고 있다. 기업들도 무책임하기는 마찬가지다. 오로지 늘어나는 택배물량을 배송할 인력과 차량을 채우기 급급해 서민들의 자가용화물차 양산을 부추겼다. 산재보험 등 기업의 책임과 의무 앞에서 이들은 더 이상 직원가족이 아닌 관계가 먼 개인사업자였다. 아쉬울 때는 모두 정부 탓으로만 돌리기 바빴다.결국, 서민 택배기사들은 기업들의 배만 불리는데 사용된 셈이다.

 

다시 돌아와 화물연대 운송거부 사태를 살펴보자. 지난 2003년, 2008년에 이어 4년 만인 올해 발생된 사태는 그 동안 국토해양부-화물연대, 화주-운송물류기업 간 얼마나 소통이 부재했는지를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9년간 총 3차례 화물연대 사태를 보면 그 발생사유가 별반 다르지 않다. 화물연대는 ▲고유가에 따른 유가보조금 현실화(유류세 폐지 및 기름값 인하) ▲표준운임제·계약서 도입시행 ▲다단계구조 개선 ▲노동기본권 등을 주요 골자로 내세우고 있다. 국토부와 화주-물류기업들도 이젠 눈감고 그들의 요구사항을 외울 지경이다.   

 

이런 점에서 물류대란은 우리나라 물류산업 내부의 커뮤니케이션 부재로 인한 '소통대란'으로 규정할 수 있다. 소통은 상대방에 대한 인정과 배려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은 어떤가. 9년 동안 서로가 책임공방을 미룰 뿐 대책에 대해선 '묵묵부답'이었다.     

 

택배증차도 마찬가지이다. 업계는 8년 전부터 택배시장의 두 자릿수 성장을 감안해 정부에 1.5톤 미만의 소형화물차의 신규허가를 요청해왔다. 그러나 국토부는 8년이란 시간 동안 무엇을 했나? 화물차 공급과잉이라는 이유만으로 고작 대책을 마련한 것이 일반용달차의 택배차량 전환사업이다.

 

한두 번하다 실패를 했으면 그 정책은 바로 접어야 된다. 결국 안 되는걸 계속하다보니 일반화물운송업계와 택배업계가 증차 여부를 놓고 대립과 반목을 계속하지 않고 있는가. 이제는 양 업계가 노골적으로 국토부를 중간에 끼어 놓고 영업용(노란색)번호판 장사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 입장도 곤란할 것이다. 일반화물과 택배의 입장이 서로 다르니 어느 한쪽 손을 들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아무리 하기 싫고, 어려운 일이라도 시장의 질서를 바르게 조율하는 것이 정부의 몫이 아닌가. 국민과 기업이 세금을 내어 공무원들의 급여를 챙기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래야 나랏일을 하는 사람들이 존경받는 것이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를 바라보면 답답한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민간택배와 똑같은 일을 하고 있는 우체국을 예를 들어보자. 우체국택배는 지식경제부 산하라는 이유만으로 자가용택배차량 운행이 가능하다. 물량이 늘어나면 화물차 증차도 쉽다. 우편법이라는 관련법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DHL, 페덱스 등 외국계 특송업체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수출입물류를 담당하고 있다는 명분으로 항공법 아래에서 자가용유상운송행위를 버젓이 하고 있다.

 

어찌하여 민간택배사나 우체국택배, 항공특송업체들이 하는 일이 다 똑같은데 대한민국 하늘 아래에는 택배에 대한 정의가 주무부처마다 각자 다르고, 법적용 또한 서로 틀리다는 말인가. 오죽하면 민간물류업체들 사이에서 택배를 화물운송업이 아닌 서비스업으로 재규정해 지경부 산하로 들어가자는 웃지 못 할 이야기가 나돌고 있지 않은가. 이런 게 바로 국내 물류산업의 성장을 발목 잡는 역차별, 불평등, 불합리 조항인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바로 잡아야 할 부분이다.  

 

아울러 비대해진 화물연대도 비난의 화살을 피해갈 순 없다. 운송현장에서 만난 화물차기사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일부 화물연대 지부장이나 간부들이 소속된 운송회사로부터 예우를 받고, 이른바 '황금노선' 배정 등의 특혜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던 동료들이 보면 개탄한 일이다. 이런 환경은 비리의 온상으로 변질되기 십상이다.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화물연대 스스로가 우선 정화되고, 썩은 환부를 도려내야 할 것이다.

 

손봐야 할 곳은 또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제계 이슈가 됐던 대기업들의 물류자회사들의 비윤리적 행위이다. 이들 대부분은 실질적인 물류행위(고용, 구매 등)를 하지 않고 문서상으로만 화물운송과 물류를 중계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일부 문제의 물류자회사들은 계열사 간 물량몰아주기를 통해 매년 두 자릿수 매출 성장과 수익을 올리고 있다. 반면 이들의 파트너(하청업체)인 물류운송전문기업들의 수익성은 3% 미만대로 고사 직전이다. 이 시장에 동반성장은커녕 최소한의 파트너십은 있어야 되지 않겠는가.

 

대한민국 국가경제와 물류산업이 통증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서로 통해야 한다. 이제라도 정부와 화물연대, 제조·유통 등 화주기업과 물류·운송기업 등 물류시장 구성원 모두가 진정한 '자아성찰'과 '자기반성'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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