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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코리아냉장 화재…수천억원 피해 전망

INSIGHT

by 김편 2013. 5. 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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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측 400억 규모 보험가입, 보상금 턱없이 모자라 

돼지고기 1만톤 잿더미, 의약품, 전자제품, 참치캔 등 보관

마스터리스 후 재임대…화주-물류-창고 간 보상 및 구상권 문제 복잡   


<현장 취재노트>

[CLO 김철민 기자] 지난 3일 새벽 1시경 큰 불이 발생한 코리아냉장 물류센터(경기도 안성 일죽면 방초리)에 다녀왔습니다. 


온통 시커멓게 타버린 건물. 쉴새없이 뿜어져 나오는 매캐한 연기. 파란 하늘이 불에 그을린듯 회색빛 먹구름으로 뒤덮여 있었는데요. 현장은 참담함 그 자체였습니다. 

  

흉물스런 외벽재(샌드위치 패널)는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었고, 건물 곳곳에는 여전히 불길이 타올랐습니다. 그때 창고 어디선가 ‘꽝꽝’ 폭발음이 들리기도 했는데요. 무척 겁이 나더군요.


4일 오전 9시, 사고가 발생한지 32시간이 지난 화재 현장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었습니다.    


물류업계 종사하시는 분들은 지난 2008년에 발생한 서이천 물류창고(GS리테일) 화재사고를 기억하실 텐데요. 공사를 하던 냉장창고에서 불이 나면서 작업자 등 40명이 질식하거나 불에 타 숨지고 10명의 근로자가 화상 등을 입는 등 대형 참사가 발생했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경기도 소방서는 물류창고업체들의 소방시설 기준을 강화하고, 대형 물류창고를 중심으로 인근 주변지역의 순찰을 늘리는 등 점검활동 강화에 나섰습니다. 또 창고 등 물류업체들도 직원들을 대상으로 재예방 교육 강화와 시설물에 대한 소방시설 보강에 나서기도 했는데요.


그러나 화재는 또 발생했습니다. 최근 물류센터는 통합・대형화로 인해 갈수록 규모가 커지면서 자칫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지고 있는 추세인데요.  


현재 소방서와 경찰 측은 이번 안성 코리아냉장 창고 화재의 피해규모를 9억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지만 인근 물류센터에 근무하는 현장 관계자들은 그 규모가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직접적인 화재에 영향을 받지 않더라도 주변 창고에 보관 중인 식료품들이 많아 연기와 냄새로 인한 상품 훼손 등이 예상돼 그 피해는 더 커질 것이란 게 현장 관계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서 더 설명드리겠습니다.

▷현재 코리아냉장 안성 물류센터에는 동원산업, 대상,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선진, 팜스코, 웰팜, 하이마트, 롯데로지스틱 등의 업체들이 이용 중입니다. 주로 냉동육(돼지고기), 의약품(백신), 식료품, 전자제품, 참치캔 등이 보관돼 있다고 합니다. 업계 관계자들에 의하면 1~2층 냉동창고에는 냉동고기 1만여톤 이상(900억원 어치 추정)과 의약품, 4층 상온창고에는 전자제품과 참치캔 등이 보관돼 있으며 제품가격 기준으로 수천억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코리아냉장 입구에서 본 모습입니다. 3일 새벽 1시에 화재가 발생한지 32시간이 지난 4일 오전 9시10분경의 현장 모습인데요. 여전히 매캐한 연기가 쉴새없이 내뿜고 있습니다.


현장에 좀 더 가까이 가봤습니다. 화재로 인해 외벽, 철근 등이 손상되면서 추가 붕괴 위험이 있어 소방 관계자들도 출입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사진을 보면 건물 내부에 불길이 아직 타오르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소방방재청 한 관계자는 "건물이 전소가 된 상태여서 더 이상의 진화가 의미가 없다"고 설명하더군요.  

이번 화재로 떠오를 이슈 중 하나가 물류업계 '보험' 문제입니다. 최근 3PL(3자물류)업체가 물류센터를 마스터리스(Master Lease) 후, 재임차(전전대·傳傳貸)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때문에 보험계약에 따른 보상 절차나 구상권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3PL전용 (화재)보험 상품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샌드위치 패널이 불에 녹아 엿가락처럼 늘어져 있는 모습입니다. 대부분의 창고는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졌는데요. 값싼 자재로 시공비가 저렴하고, 냉난방 효율성이 높다는 이점이 있지만 얇은 철판 안에 스티로폼이 들어있어 불에 약한 것이 큰 단점입니다. 최근 잇단 창고 화재로 스티로폼 대신 내연재가 들어가 있는 패널 사용을 권장하고 있지만 가격이 비싸서 이용을 꺼려한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2008년 서이천 물류센터 화재 이후, 창고 건축시 내연재 사용 의무화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화재 현황을 브리핑한 모습입니다. 상황지휘본부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현장의 진화작업 상황을  수시로 알려주고 있습니다. 현 단계는 광역3호인데요. 화재로 인한 비상상황 중 최고 단계(소방재난본부장이 직접 현장을 지휘)라고 합니다. 다행히 인사사고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소방서측은 재산피해 규모가 9억원으로 추정을 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주변 업계 관계자들은 최소 1000억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코리아냉장은 이곳에 400억원 규모의 보험을 가입한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이중 건물은 300억원, 물품은 100억원 정도인 것으로 전했습니다. 이 때문에 피해를 본 입주업체들의 보상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란 게 주변 창고업체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물론 물건을 맡긴 화주기업들도 화재보험에 가입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러나 이들 업체들이 가입한 보험의 보상 규모가 전체 물품가에 30~40%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위, 아래 사진에 보이는 건물에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근에 지어진 창고 대부분은 샌드위치 패널이 가로형으로 시공되고 있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세로형으로 패널이 올려졌다고 하는데요. 문제는 가로로 패널이 설치될 경우, 화재가 났을 때 외부에서 온도 측정(발화점 등 가장 화재가 큰 지점을 찾기 위해)이 부정확하고, 소방대원이 외부에서 건물을 해체하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화재 진압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인데요. 현장 근무중인 한 소방관에 따르면 "가로형 패널로 지어진 창고는 세로형 패널로 지어진 창고에 비해 외부에서의 해체작업이 서너배 더 어렵다"며 "창고업체들이 가로형 공법을 선호하는 것은 시공비가 세로형에 비해 덜 들어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물류창고를 신축하실 계획이 있으신 기업이나 관계자분들은 한번쯤 고민해 볼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상황지휘본부에 따르면 화재의 완전 진압까지는 최소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 때문에 화재가 발생하지 않은 3개동 창고에 입주해 있는 화주 및 물류기업의 운영에 차질이 예상돼 업무 정상화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위 사진은 설치된 지휘본부를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모습인데요. 이유를 물어봤더니 이곳 창고를 사용 중인 업체로부터 화물 입출고를 위해 장소를 이전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합니다. 업체의 입장도 이해가 되지만 화재 진압으로 정신없을 소방대원들에게 좀 미안한 일인듯 합니다. 어차피 화재 진압까지는 현장에 화물차량의 진입도 불가한 상황인데요, 아무래도 지휘본부가 설치돼 있는 창고 앞에 각종 취재진이 몰려 있다보니  회사가 노출되는 것을 꺼려서 그런듯 보였습니다.   


▷화재가 발생한 곳으로부터 5km 떨어진 곳에서도 검은 연기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코리아냉장 안성 물류센터 인근에는 다른 창고들도 많이 밀집해 있는데요. 매캐한 연기로 인해 주변 창고업체들도 적잖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주변 창고업체 한 관계자는 "창고 안애 식품이 주로 보관돼 있는데, 냄새로 인해 상품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아 화재 발생 당일 화주기업체 담당자가 찾아와 보관 제품들의 샘플을 채취해 검사를 진행 중이다"고 말했습니다. 이 경우, 코리아냉장 화재에 따른 배상 책임은 주변 창고업체까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화재를 입은 대부분의 업체들은 냉동창고를 필요로 하는 식품 및 제약회사들인데요. 이번 화재로 대체 냉동창고(보세)를 찾아야 하는데, 인근 주변지역의 냉동창고 시설이 부족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 소방대원이 밤샘작업을 마치고 근무교대를 하고 있습니다. 잠깐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피곤함도 잊은채 친절히 설명을 해주시더군요. 사고현장에 남은 동료들이 걱정되서인지, 현장을 뒤로한 채 내려가는 이분의 발걸음이 무거워 보입니다. 화재발생시 평택, 안성, 용인 소방대원 450여명이 현장에 투입됐으며, 현재는 90여명이 현장상황을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고생을 하고 계시더군요. 인터뷰에 응해주신 소방대원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화재 예방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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