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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칠 때 떠나라” 獨 자동차물류 거장의 ‘통큰’ 리더십

INSIGHT

by 김편 2013. 5. 1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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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칠 때 떠나라” 

獨 자동차물류 거장의 ‘통큰’ 리더십 

BLG그룹 아덴 회장 


“수천대의 독일자동차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으로 가는 벤츠부터 한국으로 오는 BMW 등 11만대의 자동차가 대기하고 있다.”


독일의 대표적인 자동차 전용항구 브레머항의 풍경이다. 이곳의 자동차 물류를 총괄하는 곳은 BLG(Bremen Logistics Group)라는 회사다. 지난해 브레머항은 자동차만 200만대 이상 처리하면서 사상 최대실적을 올렸다. 유럽경기 침체의 우려를 비웃듯이 괄목할 만한 성적을 냈다. 

 

이런 업적으로 BLG 아덴 회장은 브레머항의 중흥을 이끈 장본인이자, 독일 자동차물류 산업의 거장으로 불린다. 


그런 그가 재임 16년 만인 오는 5월23일 BLG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다. 해외에서 보기 드문 장수(長壽) CEO로서 얼마든지 BLG에 남아 고문 형식으로 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과감하게 기득권을 버리고, ‘물류’ 그 자체의 비전과 가치를 새롭게 열어가는 구상을 준비 중이다. 

잘 나갈 때 박수 받고 떠나는 글로벌 물류리더 아덴 회장이 남긴 ‘통큰’ 리더십의 교훈을 살펴봤다. <editor>


‘굿바이’ 아덴의 네버 엔딩 스토리

독일 종합물류기업인 BLG그룹(Bremen Logistics Group) 한국대표부 최양환 대표는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본사와 한국대표부는 업무상 늘 이메일을 수시로 교환하지만, 얼마 전 도착한 메일은 제목부터 달랐다. 작별인사를 뜻하는 ‘페어웰(Farewell)'이란 단어가 쓰여져 있었다. BLG 아덴 회장의 정년퇴임을 알리는 소식이었다.


아덴 회장은 5월22일(현지시간), 16년 오랜 임기를 끝으로 회사를 떠난다. 이날 개최되는 BLG월드미팅을 겸해 아덴의 환송식이 열릴 계획이다. 독일인들은 정년퇴임 시 이런 형식으로 초청장을 발송하는 것이 통례이다. 하지만 최 대표의 마음에 아덴 회장의 작별 소식은 여러 상념을 불러 일으켰다. 


아덴 회장은 BLG의 중흥을 이끌었던 리더였다. 무려 16년 동안 회사에 몸담아 있는 동안  BLG의 성장세는 두드러졌고 사세도 무척 커졌다. 글로벌 물류기업으로서의 위상도 우뚝 섰다.


BLG 본사가 있는 브레멘주(州)도 이젠 수출항으로서 위치를 분명하게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통계로 BLG는 12억 유로의 매출을 달성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2011년에 10억 유로였다.


이 기간 동안 안팎으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을 감안한다면 매우 괄목할만한 성장세다. 특히 BLG의 강점인 자동차 물류분야는 총 700만대 이상을 작년에 처리했는데, 브레머항을 통해서만 220만대를 처리했다. 이 역시 최대 실적이다.


수출 물량은 75%, 수입 물량은 25%이다. 수입 물량은 우리나라 현대자동차 등 아시아에서 들어오는 물량이다. 더구나 아시아 자동차 메이커들은 이제 동유럽에서 현지 생산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서유럽으로 가는 철도 등 내륙운송 역시 BLG의 중요한 사업영역이다.


지난 2월, 아덴 회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아덴 회장은 본지 자매지인 쉬퍼스저널과 인터뷰를 통해 “퇴임 후 월드로지스틱스포럼(World Logistics Forum)을 결성해 새로운 형식으로 물류 분야에 기여하고자 한다.”는 뜻을 밝혔다. 


재임기간 16년, 해외에서 보기 드문 장수(長壽) CEO로서 얼마든지 BLG에 남아 고문 형식으로 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과감하게 기득권을 버리고, ‘물류’ 그 자체의 비전과 가치를 새롭게 열어가는 구상을 한 것이다. ‘통큰’ 리더의 결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마음씨 푸근한 이웃 아저씨 모습을 연상케 하는 아덴 회장. 독일 자동차 물류산업 중흥의 산증인이었던 그의 퇴임을 바라보는 BLG 후배들과 주변 물류인들에게 남긴 메시지는 무엇일까. 


잘 나갈 때 박수 받고 떠나는 아덴 회장에게서 과연 ‘행복한 리더’, ‘성공한 리더’의 참모습이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현대차 등 한국과 각별한 인연

아덴 회장은 지난 2월에 한국을 3박4일 일정으로 방문했다. 후임인 프랑크 드레케 회장에게 한국의 주요 고객사인 현대글로비스 등을 찾아 업무를 인계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한국방문에 고객사인 유코카캐리어와 현대글로비스를 방문했습니다. 차기 회장으로 선임된 프랑크 드레케 씨를 소개하고 기존 업무를 인계하는 게 그 목적이었죠.”


아덴 회장은 한국 물류산업과도 인연이 각별하다. 그는 현대·기아차그룹의 물류회사인 현대글로비스가 처음 설립될 때부터 장기계약을 맺고 성공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 인연으로 현대글로비스는 BLG로부터 자동차물류 노하우를 전수받기도 했다.


이달 23일 퇴임을 앞둔 아덴 회장에게 가장 보람된 기억은 독일 현지 물류사업 영역을 한국을 비롯해 중국, 브라질까지 전 세계적으로 확대한 것이다.


“제가 부임했을 당시만 해도 BLG의 물류사업 영역은 브레멘주와 브레머항에 한정돼 있었습니다. 독일에선 자동차물류 전문업체로는 BLG의 평판이 좋았지만 국제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입니다. BLG는 이때부터 해외로 눈을 돌렸죠. 남아프리카를 비롯해 브라질, 아르헨티나, 인도, 말레이시아, 중국까지 전 세계적으로 네트워크를 확대했습니다. 과거 직원 수가 3000명이었는데, 현재는 1만6000명까지 5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룬 셈이죠.”


국영기업 최초 상장회사…해외 각국 롤모델

BLG는 브레멘주가 공적으로 소유하고 있지만 주식시장에 상장된 세계 유일한 회사이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어 현재 러시아, 남아프리카, 중국 등의 국가들이 BLG의 사업모델을 연구 중에 있다.


아덴 회장은 독일 기업지배구조법(German Corporate Governance Law)에 따라 회장직에서 물러난다. 그 이후에는 BLG와 일체의 업무관계를 끊게 된다. 만일 BLG 고문으로 활동하고 싶다면 최소한 2년간의 휴식기간을 거쳐 복귀할 수 있지만 새로운 운영진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통상적으로 다시 관계를 갖지 않는 것이다. 낙하산 인사로 고위공무원이 산하단체의 수장으로 내려오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대조되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아덴 회장은 “독일도 예전에는 그랬지만 6년 전부터 은행, 정부 등 여러 이해당사자가 주주그룹으로 참여하는 기업지배구조 위원회를 법제화시켰기 때문에 의결을 거쳐야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퇴임이 아름다운 이유는 또 있다. 아덴은 이제 순수한 물류리더로서 ‘물류’ 그 자체의 비전과 가치를 새롭게 열어가는 ‘월드로지스틱스포럼’을 준비 중이다. 성공한 물류인으로서 잘 컸으니, 이제는 업계 리더로서 전 세계 물류산업 발전을 위해 사회적 봉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월드로지스틱스포럼’ 통해 봉사할 것

그는 퇴임 후 일반기업의 감사역을 맡을 예정인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처럼 물류업계의 수장들이 모이는 월드로지스틱스포럼을 2014년부터 발족시킬 계획이다.


아덴 회장은 BLG 출신 중 대학졸업장을 따지 않은 마지막 최고경영자이기도하다. 이 때문인가, BLG는 사내 교육프로그램이 잘 준비된 회사이다. 


“이제는 젊은 학생들이 실질적인 업무 경력과 더불어 대학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BLG는 2년 마다 자체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신입 직원들이 교육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이 영업 쪽인지, 기술 쪽인지 판단해 업무를 선택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아덴의 업적 중 또 하나가 지역사회와의 유대관계 강화이다. 말 그대로 BLG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잘 알고, 실천하고 있다. BLG는 브레멘주의 브레머 캄머 필하모니(Bremer Kammer Philhamonie) 오케스트라의 해외 공연 준비를 지원 중이다. 현재 일본과 브라질 공연이 예정돼 있는 가운데 올해 12월 4일과 5일에 걸쳐 한국에서도 공연이 가능하도록 협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공연 기간 중에는 고객사인 현대글로비스와 특별행사도 함께 진행하는 것을 계획 중이다.


who? 아덴 회장은

아덴은 세계적인 특송기업인 UPS가 처음으로 독일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창립자 겸 매니저로 활동했다. 이후 세계적인 출판회사인 베텔스만(Bertelsmann)그룹에서 물류업무를 총괄했으며, 철강회사 티센(Thyssen)사도 거쳤다. 무역업체 하니엘(Haniel)의 물류부문 담당 포워딩회사인 THL(Thyssen Haniel Logistics)의 최고 경영자로서 8년간 재직한 후, 1999년부터 16년간 BLG 회장직을 맡아왔다. 


영문기사

‘Never Ending Story’ by BLG Chairman A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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