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인터넷 물류논객 후버
2013년도 어느덧 여러 달이 지났다.
물류인에게, 그것도 필자와 같이 시스템 관련 업무를 하는 물류인에게 연말은 그해 매출실적을 맞추기 위한 영업부서의 밀어내기 출하를 받아주기 위한 응대도 어렵지만, 그보다 더욱 어려운 건 연말이면 꼭 들어오는 트랜지션(Transition) 관련 요청이다.
Transition은 우리말로 번역하면 '이행(移行)'이다. 필자는 과거 경험과 직업 특성상 외국계 3자물류(3PL)들을 여러 차례 만나 왔는데, 외국계 3PL들과 새로이 계약을 맺고 물류센터 인수작업을 하다보면 그들의 계획서에 반드시 나타나는 단어가 바로 'Transition'이다.
물류센터 운영업체가 변경됨에 따라 서로 언제 재고를 실사해서 언제 서로 확인하고, 양수도에 합의하며, 운영을 시작할 것인가를 정한다. 물류업무 아웃소싱이 보편화된 요즘 Transition을 얼마나 잘 처리하는지도 물류인이 가져야 할 소양 중의 하나다.
비단 물류 아웃소싱 업체가 바뀔 때만 Transition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다음해부터 뭔가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를 창출하기 위해 제조 및 유통업체의 각 영업부서에서는 특정 사업의 정리, 특정 사업들의 통합, 신규사업 론칭 등을 이듬해부터 바로 시작하고자 한다.
어느 경우건 Transition을 할 때는 현재 존재하는 모든 형태의 '아직 완료되지 않은 재고 트랜잭션(Transaction)'들을 어떻게 할지를 결정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요컨대, 물류 데이터를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여기서 재고 Transaction이란, 재고를 증가 또는 감소시키는 모든 형태의 시스템 데이터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건, 기존 사업을 정리하건, 물류업체가 변경되건, 아직 출하되지 않은 수주주문, 아직 입고되지 않은 발주주문, 아직 완료 처리되지 않은 재고이동주문 등 이 모든 것들은 기본적으로 확정처리하거나, 취소하는 것이 원칙이다. 경우에 따라서 안해도 되는 경우를 본 적은 있지만, 필자의 경험으로 정리하는 것이 가장 깔끔했다.
당장 Transition이 이듬해 사업전략 또는 사업목표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경우 영업부서에서는 이들 미처리 주문들을 확실하게 정리하겠노라고 큰소리 탕탕 친다. 정리 다 해줄 테니 너희들은 Transition이나 잘 하라는 뜻이다. 이쯤되면 예상되겠지만 그래놓고 절대로 정리 안 한다. 정리가 잘 되고 있을 것 같으면 필자가 이런 주제로 기고하지도 않았다.
한두달 정도 말미를 두고 미리 정리하라고 하는 것과, 보름 정도 남겨놓고 미리 정리하라고 하는 것, 결과는 동일하다. 정리 안 한다. 원래 Transition에 앞서 미처리 데이터라는 것은 100건 남아 있거나 1건 남아 있거나, 남아 있으면 진행 못하기는 똑같다. 열심히 모니터링 하다가 미처리 데이터를 발견하고 이미 영업부서 내부적으로는 다 합의된 줄 알고 정리를 요청하면, 반응들이 가관이다. 아래 일곱가지 중의 하나다.
1) 못 들었는데요?
2) 처음 들었는데요?
3) 누구 마음대로 정리해요? 누구 지시인데요?
4) 우리 바로 다음주에 출하인데 이걸 어떻게 정리해요?
5) 다음달 1일에 배 잡아 놨는데 얘만 어떻게 안 될까요?
6) 아직 물류센터에 도착 안했는데 이걸 어떻게 입고해요?
7) 취소하고 싶은데 직원들이 다 퇴근했는데요?
반응 하나하나가 시스템 담당자의 아드레날린 수치를 증가시키는 것은 물론이다.
그렇다고 모든 Transition이 다 이런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미처리 데이터가 생길 것을 미리 예상하고, 아예 SCP(Supply Chain Planning) 단계부터 이를 고려하려고 노력하는 담당자들도 보았다. 특히 수발주 주문의 경우 요즘은 SCP 단계에서 치밀하게 정한 대로 실행되기 때문에 아예 Transition 전부터 출하를 최대한 앞당기거나 늦추는 방식으로 미리 통제해 주는 눈물나게 감동적인 경우도 보았다.
자신이 다 책임질 테니 남은 데이터는 일괄 정리해 달라고 쏘쿨(So Cool)하게 요청하는 담당자도 있었고, 포워더와 협의해서 어렵사리 다른 항차 배를 부르는 것으로 하고 대신에 Transition 깔끔하게 잘 해달라는 격려를 남겨주는 담당자도 있었다.
그런 분들과 함께 일한 Transition은 정말 깔끔하게 끝난다. 오류가 10건 날 것이 1건으로 줄어든다. 특히 이러한 작업에 앞서 영업부서를 대표하여 이러한 정리 작업을 진두지휘할 담당자를 선정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사실 담당자를 선정하더라도 그 담당자는 상근이 아니기 때문에 제대로 못 봐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는 일하기 수월하고, 나중에 책임을 가리기도 쉽다. 그렇게 담당자가 정해져 있으면 방금 언급한 바와 같이 '모범적인 Transition'으로 역사에 남을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
물류인들에게 오늘도 내일도 어김없이 Transition 요청은 들어온다. 제발 제대로 정리되기를 바라며 일을 시작한다. 솔직히 Transition이 시스템 관리자 좋자고 하는 것 아니지 않은가? 다 회사의 장기 전략 달성을 위해 지원해 주는 업무다. 그럴 것 같으면, 아주 단기간에 걸친 미처리 데이터 취소 또는 확정처리는 좀 해 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
노력은 전혀 들이지 않고 이익만을 취하려 한다면, 시스템 관련 업무가 아무리 지원 업무라고 해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필자는 말한다. Transition만 잘 처리해도 물류는 절반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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