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 독일 풍력물류단지를 가다
전력수급 비상, 삼성물산 등 한국기업들 발길 이어져
플랜트 등 계약물류 블루오션 부상…지역특화 ‘눈길’
[CLO 김철민 기자] 독일 브레멘 시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브레멘항.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드넓은 평원 같은 거대한 주차장에 차들이 빼곡하다. 브레멘항을 통해 수출입되는 차들이다.
브레멘항은 독일 자동차 허브항만이다. 차에서 내리자 바람이 무척 세차다. 통상 바닷가는 바람이 평균적으로 거세지만 이곳 브레멘 하펜은 더욱 거세게 다가온다.
바다 물결을 눈으로 봐도 거칠다. 사진을 좀 찍겠다고 하니 항만 안내인은 "바람이 너무 세니 너무 가까이 가지 마세요"라고 당부한다.
거센 바람이 부는 브레멘항 앞바다가 다름 아닌 북해이고 이 바람이 독일 에너지 역사를 다시 쓰는 현장이기도 하다. 북해에서 사상 유례가 없는 실험이 현실화되고 있는데 부두에서 180㎞ 떨어진 북해 바다 한가운데 풍력단지를 조성해 풍력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브레멘항의 자동차 부두와 컨테이너 부두 사이에 골리앗 같은 구조물과 자동차 운반선과 다른 특수한 모양의 선박이 서 있다.
BLG의 풍력에너지 로지스틱 로게 팀장은 "저기 노란 선 있는 데까지가 34m이고 저기 바다 밑에 들어가는데 이 트라이 포드 무게가 무려 900ton에 달합니다"고 말한다.
트라이포드 전체 높이는 65m. 녹슨 철의 거대한 구조물은 풍력 바람개비를 받칠 하단 구조물을 말하는 것이다. 고개를 들고 보기도 어마어마하다. 언뜻 보기에 로켓 발사체 같기도 하고 항포구의 축항을 축조할 때 파도를 막기 위한 바다에 내리는 콘크리트 구조물 모양 같은데 규모는 엄청나다. 로게 팀장은 "엊그제 삼성중공업에서도 여기 시찰을 왔다 갔습니다."고 귀띔한다.
그 앞에 정박해 있는 선박이 이 구조물을 실어나르는 특수 선박이다. 이노베이션(INNOVATION)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배에는 147.5m 길이에 42m 폭의 크레인이 설치되어 있어 1500㎏ 무게까지 들어 올릴수 있다.
북해 풍력단지로 싣고가서 배 위에서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작년 9월부터 운송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부두에서 거대한 구조물을 바다로 싣고가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고 이 수송을 전문적으로 하는 게 로게 팀장이 맡은 BLG의 윈드 에너지 로지스틱스(Wind energy Logistics, 풍력물류)이고 이는 계약 물류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는 분야다.
풍력단지를 조성하는 바다를 오가는 물자를 운반하는 일을 물류로 규정, 전략적으로 접근하면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풍력단지조성에서 전체비용의 20%가 물류비용이라고 말한다. 물류비용이 엄청나게 든다는 것이다.
로게는 북해 풍력단지가 완공되면 "20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하게 되는 양의 생산이 가능해요"라고 말한다. 브레멘 하펜은 풍력단지 조성에서 물자 공급기지인 셈이다.
이같은 북해 풍력단지 프로젝트는 독일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과 긴밀한 연관이 있다. 독일은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기로한 바 있고 의회도 승인했다. 친환경에너지 정책을 주도해온 독일다운 결단이다. 이렇게 지구 온실가스를 1990년 기준 2020년까지 40%, 2050년까지 80%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독일의 에너지 전환정책은 더욱 탄력을 받고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사실 ‘Energie Wende’는 독일정부의 정책 방향이다. 이미 통일 이후 과거 정권에서 입안되어온 것을 국면마다 과감하게 추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독일국민은 당연히 전기료가 비싸지기에 더 많은 부담을 해야 하고 이 때문에 논쟁도 격렬하다.
그러나 전체 대세는 값이 비싸더라도 친환경으로 간다는 국민적 합의가 굳건하다. 정부가 싼값으로 에너지를 공급해야 산업경쟁력이 있다고 하는 게 아니라 전체 방향을 지구 환경보호로 초점을 맞추고 정책을 추진하는 게 에너지 전환이다. 물론 업계 반발도 크다.
독일은 녹색정책을 정당 강령으로 채택한 녹색당이 세계 처음으로 등장한 국가이고 어느 나라보다 친환경 의식과 일상화가되어 있는 국가다. 특히, 에너지 절감도 생활화 되어 있어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고 있는 국민성을 갖고 있다.
그 이면에는 어릴 적부터 환경에 대한 교육 영향이 크다. 에너지 절약을 환경과 접목해 나의 편리함보다 환경보호라는 지속가능 측면을 가치적으로 접근하는 교육을 통해 에너지 절약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가게나 가정에서나 에너지를 펑펑 낭비하는 모습은 사실상 금기다. 그렇게 하는 것 자체가 안 통한다. 이같은 독일 환경과 에너지 정신의 시험대가 북해 풍력단지다.
이 풍력단지에서 신재생 에너지를 성공적으로 생산해 내는 게 다름 아닌 독일 에너지 전환 정책의 성공 여부와 직결되어 있다. 이를 위한 무수한 기술적 도전도 만만치 않다.
해저로 송전 케이블을 설치, 생산된 전기를 육지로 끌어오는 것도 과제다. 막대한 투자에 대한 논란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는 베트남 입양아 출신으로 독일 경제장관에 오른 뢰슬러의 표현대로 "새로운 에너지 시대의 대장정 초입에 서 있다"고 단언한다.
결산서는 나중에 나오겠지만 위대한 도전이자 혁명이다.
전환이 시대정신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독일은 에너지의 25%를 신재생에너지에서 얻고 있다. 온실가스도 99년 기준 25.5%를 감축, 교토의정서의 공약보다 앞질렀다.
실천에 옮기는 중이고 이렇다고 해서 지금 독일경제가 허약해진 것도 아니다. 여전히 독일경제는 강하다. 에너지 전환의 성공이 독일 경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도 있고 이 점은 지구 환경보호뿐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 차원에서도 세계가 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에너지 전환 프로젝트를 통해 2020년까지 50만개, 2050년까지는 80만개의 일자리를 추가로 창출한다는 것은 에너지 전환이 갖는 부수 효과이다. 새로운 에너지 경제모델이다.
이게 도전에서 얻는 창조경제 아니겠는가?
그 에너지 전환의 중심적 현장인 브레멘 하펜은 그래서 오늘도 거대한 굉음이 거친 파도소리를 누르고 있다. 바다에서의 위대한 도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도 크다.
원전 고장으로 여름철 전력수급 비상이 걸렸다,
보이지 않는 곳, 사소한 것에 부실한 한국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지만 원전에만 의존하고 국민의 에너지 소비행태는 바뀌지 않고 근본적인 대안 없는 현실을 타개할 방안 도출이 시급한 게 현실이다.
비용과 효과를 넘어 새로운 전환을 모색하는 위대한 도전과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도출로 우리도 독일처럼 에너지 전환에 대한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
그 역시 중대한 경쟁력 확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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