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물류스타트업백서⑭ 무브잇
대한민국 퀵업계의 문제 : 칼질, 저단가, 지지기
무브잇, 8월 중 대대적 앱 개편 단행
무브잇은 이륜차 물류업계의 중간과정을 제거하여 비용을 줄이고, 화주와 퀵라이더에게 그 혜택을 나누는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현재 무브잇이 퀵라이더에게 받는 수수료는 없다.(자료= 무브잇)
글. 엄지용 기자
Idea in Brief
국내 이륜차 물류업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참 이상한 점이 많다. 퀵사가 라이더가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급여의 일부를 가로채는 ‘칼질’이 만연하며, 5000원 미만의 ‘저단가’ 주문이 올라오는 것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지기’라 불리는 해킹 프로그램 사용으로 인해 생태계의 교란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이륜차 물류업계에 여러 스타트업들이 변화를 일으키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다. 무브잇 또한 여러 업체 중 하나로, 지난 11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무브잇은 그저 O2O시장이라 보기에는 어렵고 복잡한 국내 이륜차 생태계를 직접 겪으며 오는 여름, 이륜차 물류 생태계의 대격변을 꿈꾸고 있다. |
기사님들이 여러 퀵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다니는 것이 퀵 업계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심지어 모바일 디바이스를 8개씩 가지고 다니는 기사님들이 계십니다. 거기에 더해 프로그램 각각에 대한 해킹 프로그램인 ´지지기´를 따로 쓰기도 하지요. 한국 퀵 시장은 무엇인가 크게 왜곡되어 있습니다. 확실히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오시언 무브잇 대표)
국내 이륜차 물류업계를 자세히 뜯어보자면 이상한 점이 참 많다. 왜 퀵라이더들은 오토바이 전방에 여러 개의 모바일 디바이스를 붙이고 다닐까. A퀵사에 등록한 퀵라이더가 어떻게 B퀵사에서도, C퀵사에서도 주문을 받고 있을까. 퀵라이더들이 하루하루 내고 있는 ‘출근비’는 대체 무엇일까. 출근을 하면 돈을 낸다는 뜻일까. 왜 퀵라이더들은 주문을 받기 위해서 퀵사에 ‘적립금’을 넣고 있을까.
무브잇(개발사 : 하이델그래픽스)은 이렇듯 퀵업계에 만연한 다양한 문제들을 극복하고자 지난해 11월 론칭한 모바일 퀵서비스 스타트업이다. 오시언 무브잇 대표는 사실 초기 국내 이륜차 물류시장을 굉장히 쉽게 생각하고 무브잇 어플리케이션을 론칭했었다. 고객과 기사들에게 친근한 어플리케이션을 만들고 빠르게 확장하여 수수료 모델을 구축하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무브잇은 그 생각이 안일했다는 사실을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이륜차 물류업계는 결코 만만한 시장이 아니었다. 시장에 대한 명확한 제도의 테두리가 없었고, 업계에 만연한 무질서는 시장에 직접 들어와서 사업을 운영하기 전에는 알 수 없었다는 게 오 대표의 설명이다. 결국 무브잇은 서비스 론칭 한 달만에 수많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남기고 서비스를 중단했다.
무브잇은 서비스 중단 두 달 뒤인 2월에 서비스를 재론칭했다. 오 대표가 그 기간 동안 준비한 것은 이륜차 물류시장 내부의 문제를 보다 세밀하게 파악한 것이다. 오 대표가 파악한 이륜차 물류판의 문제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하나하나 짚어본다.
칼질 : 23%의 수수료를 40%로 만드는 마법
퀵라이더들은 통상 주문건당 23%의 수수료를 퀵사에 납입한다. 퀵라이더들 사이에서는 23%의 수수료도 적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그 부분은 잠시 차치해보자. 더 큰 문제는 퀵사가 퀵라이더들이 알지 못하게 부당수익을 만드는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칼질’이라고 부른다. 칼질은 화주사 영업의 주체인 퀵사와 퀵라이더 사이의 정보의 비대칭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칼질은 쉽게 말해 퀵사가 화주로부터 받은 금액의 일부를 공제하고 퀵라이더들에게 알려서 그 차액을 취득하는 것을 말한다. 가령 A퀵라이더가 B화주사의 정기화물을 매일 한 건씩, 한 달 동안 운송했다고 하자. B화주사는 A퀵라이더가 속한 C퀵사에 월정액 형식으로 매달 운송비 30만원을 지급한다. 원래대로라면 C퀵사는 A퀵라이더에게 하루 운송비 1만원에서 수수료 2300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 7700원을 퀵라이더에게 지급해줘야 한다. 그런데 C퀵사는 퀵라이더에게 B화주에게 받는 건당 운송비를 8000원이라 알리고 수수료를 공제한 금액인 6160원을 지급한다. 퀵라이더 입장에서는 프로그램 상에 올라오는 운임을 보고 운송을 수행하기 때문에 이것을 알 수가 없다. 본래 23%의 수수료를 퀵사에 지급해야 하는 퀵라이더는 실제로 40%에 가까운 수수료를 퀵사에 낸 셈이다.
칼질은 이미 업계에 충분히 만연해있고, 대부분의 퀵라이더들이 그것을 인식하고 있다. 문제는 퀵라이더들이 퀵사의 칼질 여부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는 것이다. 심지어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는 퀵사들의 연합체라 볼 수 있는 ‘공용센터’ 역시 현실적인 규제에 대한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공용센터 중 하나인 우리네트웍 관계자는 “칼질을 하는 퀵사를 발견하면 즉각 공용센터에서 퇴출시키도록 조치하고 있지만, 칼질을 적발하는 것은 정확한 근거가 뒷받침 되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어려움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저단가 : 왜 저단가는 없어지지 않는가
저단가 또한 이륜차 물류업계에 만연한 문제다. 저단가는 같은 거리의 통상적인 배송료 대비 2000원 ~ 1만원선까지 저렴한 수준의 주문이 올라오는 것을 말한다. 많은 퀵라이더들이 ‘저단가’ 주문을 올리는 퀵사를 규탄한다. ‘저단가’ 문제는 사실 앞서 언급한 ‘칼질’과 결합된다. 퀵라이더 입장에서는 같은 거리에 대한 같은 화물을 옮김에도 불구하고 매번 ‘배송비’가 달라지는 것에 대해 퀵사가 ‘칼질’을 하지 않았나 추측한다.
하지만 저단가 주문은 없어지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저단가 주문임에 불구하고 수행하는 퀵라이더가 있기 때문이다. 퀵라이더와 같은 경우 같은 경로를 이동하면서 여러 주문을 더 받을 수 있다면 똑같은 거리를 이동하고도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몇 건의 정상가 주문을 받았다면, 그 이후에는 같은 경로의 저단가 주문을 잡더라도 오히려 부가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 퀵라이더는 “고객이 화물을 받고자 하는 최소 시간만 지킨다면 그 중간 시간에 여러 주문을 더 받는 것은 순수한 라이더 역량”이라며 “신호를 위반하거나 빠른 길로 돌아간다면 1시간 30분 거리를 40분까지 감축시키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라이더들이 가능하면 같은 경로 안에서 여러 주문을 얹히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지기 :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지지기 프로그램’은 기존 사용하던 퀵 프로그램을 해킹하여 다른 라이더들보다 먼저, 빠르게 주문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현재 퀵라이더들은 퀵 프로그램 상에 나타나는 주문을 먼저 잡는 사람이 수행하는 방식으로 주문을 수주하고 있다. 지지기 프로그램은 한 때 온라인 게임에서 유행했던 ‘자동사냥 오토 마우스’와 같이 퀵라이더가 원하는 지역의 주문을 자동으로, 빠르게 잡아준다. 지지기 프로그램에 대한 사용료는 월 5~10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퀵라이더들이 기존 월 16500원(하루 550원)의 프로그램 사용료에 더해 지지기 프로그램을 부가적으로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 또한 명확하다. 지지기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더욱 많은 주문을 수행할 수 있게되어 지지기 사용료보다 더욱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퀵라이더 사이에서는 ‘지지기 프로그램’에 대한 찬반양론이 갈려있다. 찬성측은 자기 돈을 내고 프로그램 쓰는 것을 왜 막느냐는 입장이며, 반대측은 지지기 프로그램이 퀵라이더들 사이에서 공정한 경쟁을 하지 못하게 막고 있을뿐더러, 지기기 프로그램 사용자가 늘어나면 그것 자체로 퀵라이더들의 부가적인 사용료 부담이 늘어난다는 입장이다.
국내 최대 퀵 프로그램 업체인 인성데이타는 지난해 5월 지지기 프로그램 사용자에 대한 공유오더 접근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지지기 규제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 후 1년, 현재까지도 수많은 지지기 업자들이 횡행하고 있으며, 지지기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기사 또한 상당수다.
(사진= 인성데이타 2, 3, 4그룹 공용센터의 지지기규제 공지)
한 퀵라이더는 “인성데이타가 실제 지지기에 대한 규제에 적극적인 것인지 의문점이 존재한다”며 “만약 지지기 프로그램 사용이 적발되어 해당 퀵라이더가 공용센터에서 퇴출되더라도, 지인의 정보를 활용하여 쉽게 공용센터에 재가입이 가능한 것이 현실”이라 말했다.
무브잇의 방법론 :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무브잇은 업계에 만연한 칼질, 저단가, 지지기 문제를 어떤 방식을 통해 해결하고자 할까. 칼질과 저단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무브잇의 방법론은 ‘표준 가격제’ 도입을 통한 가격 표준화다. 무브잇 프로그램은 배송거리에 비례하여 가격을 산출한다. 무브잇을 통해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금천구 가산동까지 주문을 하면 이동거리 6.3km에 따른 배송비 9000원이 자동 산출된다. 거리에 따른 요금이 동일하기 때문에 저단가 주문이 올라오지 않는다. 무브잇은 이에 더해 장거리 운행요금은 단거리 운행요금에 비해 할인율을 적용시켰다. 가령 단거리 운행은 km당 1000원이 조금 넘는 가격이 적용되고, 장거리 운행은 km당 1000원 이하의 가격이 적용되는 방식이다.
오 대표는 “거리당 표준 운임제로 인해 퀵라이더가 같은 거리를 운송하면 항상 같은 운임이 산출되는 것이 무브잇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향후 이에 더해 화주의 화물 크기를 퀵라이더가 미리 가늠할 수 있는 기능을 앱에 추가할 것”이라 말했다.
무브잇은 지지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지기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닌 이륜차 물류업계의 생태계를 재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무브잇이 만들고자 하는 생태계는 기존 ‘퀵사’를 배제하고 무브잇이 이륜차 물류시장을 전부 통합하겠다는 관점은 아니다. 퀵사와 경쟁하기보다는 기존 퀵사와 협업할 수 있는 관점의 기획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 기존 퀵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퀵 프로그램사와의 경쟁은 불사하겠다는 것이 무브잇의 각오다.
무브잇에 따르면 현재 국내 이륜차 물류업계는 퀵 프로그램사가 슈퍼갑의 지위에서 모든 것을 지배하다보니 결국 고착화된 시장이 됐다. 퀵사들은 서로를 견제하며 단가경쟁을 지속하고 있으며, 퀵 프로그램사는 그저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것이 무브잇의 설명이다. 퀵라이더는 그야말로 ‘슈퍼을’이다. 많은 퀵라이더들이 생태계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지만, 그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이 되어 멈췄다.
오 대표는 “현재 이륜차 물류생태계는 각각의 이해관계자가 철저히 개인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누구 하나가 변화를 주장한다고 해서 바뀔 수 없는 상태”라며 “결국 이것을 변화시키려면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며, 그것이 지금 이륜차 물류업계에서 많은 스타트업들이 시도하는 것들”이라 말했다. 덧붙여 오 대표는 “단순한 O2O 서비스를 넘어서 퀵 생태계를 개편할 수 있는 고차원적인 서비스가 만들어진다면 ‘지지기’ 자체가 필요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 밝혔다.
대격변을 준비하며
사실 무브잇이 지난 4월 재론칭한 어플리케이션은 지난해 11월 초기 론칭했던 어플리케이션과 큰 차이가 없다. 무브잇은 이달 중 앞서 언급된 대부분의 문제점들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의 대대적인 서비스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무브잇에 따르면 서비스 개편의 핵심은 ‘기업고객을 위한 새로운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 무브잇이 ‘개인고객(C)’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 개편 이후에는 개인고객이 아닌 기업물류 프로그램을 특화할 예정이다. 전체 고객 대비 70% 수준의 기업고객으로부터 많은 주문을 받으면 그 혜택은 자연히 퀵라이더까지 연결되기 때문에 기업고객에 특화된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고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무브잇의 설명이다.
동시에 무브잇은 이륜차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퀵사 및 퀵라이더와 상생할 수 있는 프로모션을 준비하고 있다. 퀵라이더를 위한 적재물 보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기획하고 있으며, 향후 결제 프로세스 구축에 대한 고민 또한 하고 있다. 현재 무브잇은 퀵라이더가 주문한 고객에게 직접 운송비를 받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으며, 무브잇이 가지고 가는 수수료는 없다.
무브잇은 퀵라이더들이 동시에 여러 주문을 수취하게 만드는 것 또한 기획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무브잇은 ‘거리당 표준운임제’를 적용하고 있다. 때문에 퀵라이더들이 같은 거리의 여러 주문을 수행하더라도, 각 주문은 독립돼있기 때문에 ‘칼질’은 있을 수 없다. 고객 입장에서는 주문 한 번에 여러 경유지를 추가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만약 한 퀵라이더가 여러 경유지를 거치는 방식으로 운송 라우팅(Routing)을 할 수 있다면 고객이 지불하는 비용 또한 자연히 절감가능하다는 것이 무브잇의 설명이다.
무브잇은 이에 덧붙여 8월 서비스 개편에 맞춰 기존 제공하던 퀵서비스를 ‘화물시장’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무브잇에 따르면 서비스 개편의 거대한 틀인 ‘기업물류’라는 맥락에서 봤을 때 많은 기업들이 ‘퀵서비스’는 물론 ‘화물운송’ 서비스 또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주목할 점이다. 다만 무브잇은 화물운송이 퀵서비스와 유사한 프로세스를 지녔지만, 다른 시장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서비스를 확장할 전망이다.
오 대표는 “현재 무브잇은 베타서비스 단계로 여타 이륜차 물류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무브잇을 통한 고객과 퀵라이더의 직접연결을 통해 투명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8월 중 거대한 개편 이후에는 현행 이륜차 물류스타트업과의 차별성을 만드는 것은 물론, 기존 퀵업계를 장악하고 있는 프로그램사 또한 쉽게 보기 어려운 서비스가 탄생할 것”이라 강조했다.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