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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날씨 어때?" 비맞고, 빙판길 달리는 이륜차 배달시장의 안전이 위협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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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8. 10. 1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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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천후를 대하는 '라스트마일 딜리버리(Last-mile Delivery)'의 자세

사계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기상, 이륜차 배달원들의 현장 이야기를 듣다

 

 

글. 신승윤 기자

 

Idea Brief

 

배달 초강국 대한민국. 편리한 택배 및 퀵서비스 인프라와 함께 언제 어디서든 가능한 음식배달은 외국인들을 놀라게 한다. 이 같은 배달 서비스의 중심에 ‘이륜차’가 있다. 어떤 곳이든 운행과 주정차가 가능한, 유연한 모빌리티의 대명사 이륜차는 그 강점만큼 약점도 분명하다. 바로 악천후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운전자가 외부 환경에 노출되는 운행구조로 업무환경에 있어 기후가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이륜차. 이 이륜차 배달원들을 괴롭히는 계절별 악천후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고, 그들이 생각하는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들이 있다. 모기 등 해충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이들은 작은 곤충과는 스케일이 다르다. 대자연이란 이름으로 인류를 끊임없이 괴롭혀온 재해. 장마와 태풍, 폭염이 올해도 어김없이 한반도를 찾았다. 그러나 외출을 삼가라는 국가 경보가 개인 휴대전화로 날아드는 가운데도 분주히 도로 위를 다니는 이들이 보인다. 하루에도 몇 번씩 거리에서 마주치는 라스트마일 배송의 일인자, 이륜차다.

 

이륜차의 천적, 악천후

배달 서비스에 있어 이륜차는 여전히 절대강자다. 빠른 주행속도와 더불어 사륜차에 비해 작은 크기와 유연한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유연한 운영에는 별도 허가 없이 원동기 면허만 있으면 자유롭게 진입 가능한 특성도 한 몫 한다.) 이륜차는 신속하게 물건을 싣고 또 내릴 수 있으며, 골목이나 언덕 등 승용차 운행이 불편한 환경에도 방해받지 않는다. 더군다나 항상 주차공간이 부족한 도심 가운데 간편한 주정차를 보장하기에 이륜차는 배달·배송에 최적화됐다 할 수 있다. 가정, 직장, 심지어 한강 공원이나 해변, 계곡까지 배달 가능하니 말이다.

 

이처럼 강점이 많은 이륜차지만, 치명적인 약점 또한 존재한다. 바로 기후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이륜차 특성상 운전자가 외부에 노출돼 있고, 보관 공간 또한 외부 충격에 큰 영향을 받는다. 때문에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힘, 날씨에 따라 운행조건이 판이하게 달라지며, 그 중 악천후 앞에서는 무력해지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달 서비스가 멈출 수는 없는 가운데 이륜차 배달원들은 어떤 방식으로 악천후를 견뎌내고 있을까.

 

사계절만큼 뚜렷한 계절별 악천후

누가 뚜렷한 사계를 아름답다 했던가. 계속되는 계절과 날씨 변화 가운데 이륜차 배달원들은 매번 대처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계절을 대표하는 악천후에는 무엇이 있으며, 이것이 이륜차 배달원들을 어떻게 괴롭히는지 그들에게 직접 들어봤다.

 

봄 : 황사와 미세먼지의 계절

꽃이 피는 계절 봄. 마냥 따스한 봄일 것 같지만 배달원들의 사정은 다르다. ‘봄볕에 그을면 보던 님도 몰라본다’는 속담처럼 팔다리와 목, 얼굴을 직사광선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때문에 기능성 소재로 된 토시를 온 몸에 두르고 있는 배달원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허나 베테랑 배달원에게 햇빛은 그저 가리면 되는 것일 뿐,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따로 있다고 한다. 강제로 마실 수밖에 없는 공기, 황사와 미세먼지의 습격이다.

 

16년차 베테랑 이륜차 배달원 A씨는 “매년 괴롭히던 황사와 더불어 미세먼지까지 극심해지면서 주행이 더 힘들어졌다”며 “미세먼지로 눈이 따갑거나 목이 아픈 증상이 발생한다. 물론 미세먼지 방지 마스크를 사용한다. 그러나 마스크를 써본 사람은 알겠지만, 일을 하다보면 호흡이 힘들어져 답답한 마음에 자꾸 벗게 되더라. 내리쬐는 봄볕에 미세먼지까지 더해지면 정말 최악”이라 호소했다.

 

우체국 집배원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강성주 우정사업본부 본부장은 “집배원들의 현장 업무환경을 파악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배송 현장에 나가 직접 체험하고 있다”며 “황사와 미세먼지로부터 집배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보급했다. 그러나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일하는 것이 힘듦은 물론, 고객들을 대면함에 있어 마스크를 한 모습을 불편해 하시는 분들이 있더라”며 난색을 표했다.

 

여름 : 장마와 태풍의 계절

더위와 장마, 태풍이 함께 찾아오는 여름은 그야말로 고통과 인내의 계절이다. 따가운 여름 볕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야함과 동시에 더위를 식힐 수 있어야하고, 때로는 비를 막을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찜통 같은 더위 가운데 우의와 방수 비닐을 둘러 비바람을 막아야하는 상황에 처하는 것이다. 이 같은 여름철 악천후 콤비네이션은 비와 땀으로 배달원들을 괴롭힌다.

 

이륜차 배달대행업을 하고 있는 B씨는 “장마, 태풍기간에는 오히려 배달주문량이 월등히 증가한다. 밀려오는 주문에, 시야를 가리는 비바람에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며 악천후일수록 늘어나는 주문량이 부담이라 말했다. 같은 업종의 C씨는 “빗길에 미끄러지기라도 하는 날엔 세상이 다 원망스럽다”며 “비바람 가운데 내 몸과 오토바이, 음식 모두를 신경 써야 하는 극한 상황”이라 말하기도 했다.

 

강 본부장은 “아무리 우의를 입는다 해도 그 재봉선 사이로 결국은 빗물이 스며든다”며 “하루 몇 시간씩 배송을 하는 과정에서 스며든 빗물로 결국은 전신이 젖는다. 업무 시간 내내 비에 젖은 채 일하게 돼 손발이 불고, 체온이 떨어진다. 그러다 우편물이 비에 젖기라도 하는 날에는 이를 헤어드라이기로 말리는 등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말했다.

▲ 다양한 공간을 활용해 우편물을 적재하는 우체국의 이륜차. 그러나 갑자기 소나기라도 퍼붓는다면 ‘배달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가을 : 방심은 금물

가을만한 계절이 없다. 적당한 햇볕과 선선한 기온, 그리고 기분 좋은 바람까지. 그러나 이륜차 배달원들은 여전히 방심할 수 없다. 가을바람을 타고 모인 낙엽, 은행, 모래 등으로 인해 미끄러지는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가을철 낙엽으로 인해 집배원이 미끄러지거나 발을 헛디뎌 골절 및 찰과상을 입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낙엽 등이 주로 쌓이는 도로 가장자리나 골목 사이가 이륜차의 주 운행경로이기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하는 말년 병장처럼 말이다.

 

겨울 : 보이지 않는 빙판

겨울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베테랑 배달원들이 손사래를 친다. 이것 앞에서는 경력 30년, 40년도 필요 없단다. 바로 겨울철 빙판길이다. 폭설도 폭설이지만, 마치 함정처럼 숨어있다 갑작스레 배달원들을 덮치는 빙판길, ‘블랙아이스(black ice)'는 치명적이다. 어떤 대처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퀵서비스 배달원 D씨는 “겨울철 추위와 칼바람은 옷을 껴입거나 장갑, 목 토시를 착용하면 그나마 낫다. 하지만 빙판길은 매번 까다롭다”며 “눈 온 뒤 빙판길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넘어진 경험이 있다. 눈은 하얗게 보이기라도 하지, 도로 위 형성된 얼음은 보이지 않아 대처가 힘들다”고 말했다.

 

악천후 대처, 우정부의 선택은?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 1월 폭설과 한파로 인해 전라남도 및 제주지역 총 37곳에서 배달지연이 발생했다. 더군다나 폭우·폭설과 같은 악천후에는 배달 속도가 늦어지고, 우편물이 훼손되는 등 집배원의 안전사고와 더불어 배송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우려가 높다.

 

이에 우정부에서는 ‘자연재해 시 집배운영지침’을 시행하고 있다. 폭우·폭설·폭염 등 자연재해로부터 집배원의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기상악화 시 배송 업무를 중지하는 방안이다. 강 본부장은 “지침 운영 권한을 각 지방 우정부에 위임해둔 상태”라며 “지방마다 서로 다른 기상상태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함”이라 밝혔다. 실제 지난 폭염 경보 가운데 오후 12시부터 2시까지 배달 업무가 중지됐으며, 고객들에게는 안내 문자를 보낸 바 있다.

 

또한 온도, 강수확률, 미세먼지 농도 등 당일 기상상황을 사전에 안내해주는 ‘기상안전 신호등’과 기상상황에 따른 운송 및 배달장애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여 배달 안전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우정사업본부 강성주 주무관이 우편물 배달용 초소형 전기차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우정부가 사륜 전기차를 도입하는 이유도 오토바이 배달원들의 잦은 사고에서 찾을 수 있다.(출처: 우정사업본부)

 

강 주무관은 “향후 이륜차 대신 초소형 전기차 배달을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전기차는 환경오염 방지와 함께 악천후로부터 집배원들을 보호할 수 있다. 차체 내부에 집배원이 탑승하는 구조로 햇볕을 막고, 탑재된 에어컨과 히터로 온·습도 조절까지 가능할 것”이라 밝혔다. 우정사업본부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전기차 1만 대 도입을 추진 중에 있다.

 

‘개인사업자’인 이륜차 배달원들에게 악천후란

16년차 베테랑 이륜차 배달원 A씨는 계절별 악천후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질문에 멋쩍게 웃었다. 그는 “날씨로 고생하는 것은 이야기 해봤자 끝도 없다. 우리 배달원들만 고생하겠느냐. 모든 직업이 각자 고충이 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배달대행 업무는 음식이 많기에, 악천후 속 폭등하는 주문량과 함께 저녁 또는 야식을 위한 야간배송이 늘어날 때가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B씨 또한 “폭우·폭설 가운데 야간 배달이 늘어나면 감당하기 힘들다. 제한된 시야에 악천후가 더해지면 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다”며 “만약 배달이 늦을 경우 우리 배달원들은 손님에게 한 번, 배달대행 플랫폼에게 한 번, 점주에게 한 번, 최소 세 번의 짜증 섞인 컴플레인을 감당해야 한다”며 정신적, 심리적 압박과 고통이 상당함을 토로했다.

 

또 다른 배달원 C씨는 “특히 음식은 때를 놓치거나, 식거나, 흔들려 뒤섞이는 순간 상품가치가 완전히 사라진다. 때문에 이륜차 배달원들이 쫓기듯 속도를 내는 것이다”며 “더군다나 배달 지연과 실패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배달원의 몫이기에, 금전적 손해가 두려워 악천후 가운데도 속도를 내다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 빗길에 미끄러진 이륜차 배달원이 자신의 처량한 상황을 직접 촬영해 공개했다. (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클리앙’)

 

이에 배달원 A씨는 “과거에는 음식 매장마다 배달원을 고용해 보험가입과 함께 월급을 지급하는 등 직원으로 일하는 형태였다면, 요즘은 배달대행 플랫폼 활성화와 함께 절대다수의 배달원들이 개인사업자로 일하고 있다”며 “때문에 보험, 사고, 배달장애 등 모든 변수에 대한 책임을 배달원 본인이 감당해야 한다. 이는 엄청난 심리적 압박감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 이륜차 배달원들은 종합보험 가입이 불가능해 3~4개 보험사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그 보험료는 일반 레저용 오타바이의 10배가 넘어, 매년 300만 원에서 500만 원에 달해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A씨는 “악천후 가운데 어디 기댈 곳 없이 나홀로 도로를 달린다 생각할 때가 가장 힘들다”며 “배달대행 직종이 얼른 전문직으로 인정받아 제도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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