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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집줄게, 새집다오’ 모빌리티 생태계를 위한 발상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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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8. 10. 1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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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카풀과 여객 공유하고 택배와 화물운송 가능한 시대 변화적 역발성 필요

정부, 공공 인프라 활용해 교통·물류 통합서비스 등 창의적인 정책에 힘실어야

 

어제 택시를 탔습니다. 이동 중에 급한 용무로 통화를 했는데, 그 대화가 들렸던지 기사님은 대뜸 “기자세요?”라고 물었습니다. “네” 했더니, 기사님이 작정한 듯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냈습니다. 아차 싶었지만 때는 이미 늦었죠. 탑승 후 20여분 간 카카오 카풀 때문에 택시업계가 다 죽게 된 사연을 듣게 됐습니다. 

 

택시 기사님들은 사회적 경제적 약자입니다. 유홍준 교수가 쓴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에서 1980년대 사북 탄광촌 광부들의 막장 인생이 나옵니다. 그 당시 광부들에게 하늘이 두 개 있는데, 그 하나가 탁막힌 막장의 검은 하늘이요, 나머지 하나는 태백의 맑은 하늘을 뜻합니다. 광부들의 막장 삶은 1990년대 이후에 택시 기사님들의 천장 아래 삶에 비교되곤 합니다. 40~50대 아버지들이 퇴직 후 일자리를 찾다 맨 마지막 귀결지로 오는 곳이 택시인 셈입니다. 

 

2018년, 우리가 함께 사는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미국, 중국, 유럽, 동남아 지역에서 이미 우버, 디디추싱, 그랩 같은 공유여객 서비스는 일상 속 생활 문화가 돼 버렸습니다. IT업계 발 모빌리티 혁신은 전 세계에서 확대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자율주행차 개발 경쟁은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모빌리티 서비스의 정점으로 이 모든 변화가 택시산업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적 변화는 택시업계라고 빗겨가지 않습니다. 

 

택시업계와 카카오 등 카풀 서비스 업체와의 갈등은 이미 해묵은 사연입니다. 공유여객 서비스의 대명사 우버가 2015년 국내에서 사업을 접은 이후에도 몇 차례 유사한 서비스가 나왔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택시업계의 반발과 제도의 높은 벽에 부딪혀 좌초됐습니다. 토종 공유여객 서비스인 ‘플럭스’가 그랬고, 전세버스를 활용한 카풀 서비스인 ‘콜버스’도 규제 앞에 주력 서비스를 변경해야 했습니다. 최근 11인승 차량을 활용한 공유여객 서비스 ‘타다’가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사업확장에는 가시밭길이 예상됩니다.

 

택시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전국의 법인(일반)택시 회사는 1683개(2018.6.30 기준)라고 합니다. 개인택시 면허대수는 16만 4633대에 달하구요. 택시 회사들은 정부의 면허제와 차량대수 규제(시장 경쟁없이)로 차량 한 대(주·야간 2교대)당 25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회사는 기사 한명당 약 150만원의 급여를 챙기는 반면, 매달 26일 근무 기준으로 기사 한명당 3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일으킵니다. 물론 회사마다 상황은 좀 다를수 있지만 현 택시회사의 매출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해외에 비해 턱없이 싼 국내 택시요금의 정상화가 필요한 실정입니다. 정부가 택시비 인상을 허가하더라도 법인택시 기사들의 경우에는 수익의 재분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경험을 통해 알수있듯이 회사는 기사에게 사납금 인상을 강행할 여지가 많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유류인상에 대한 유가보조금 등 정부지원금을 감안하면 그 혜택은 고스란히 회사가 챙깁니다. 택시요금 정상화로 서비스가 개선되지 않을 것이란 소비자들의 불신은 여기서부터 시작합니다. 

 

2018년 10월18일, 7만여대 서울의 택시가 멈춰섰습니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카풀 애플리케이션 출시 방침을 공개하며 정면돌파에 나선 것입니다. 그래서 택시업계에 한가지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카풀 시장에 여객을 공유하고, 택배로부터 화물을 함께 배송하면 어떨까요. 초연결의 시대, 그리고 공유경제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면 카카오 등 공유여객 서비스처럼 공유의 가치를 내세우는 역발상이 필요합니다. 택시업계의 수익 개선이 필요하다면 방법이 있습니다. 손님이 몰리지 않는 시간을 활용해 당일배송이 필요한 가벼운 짐을 운반하는 공유물류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정부와의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겁니다. 

 

정부도 강건너 불구경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기득권을 보호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은 아닙니다. 2016년 인디애너 주 엘크하트에서 열렸던 타운홀 미팅 때 오바마의 연설을 떠올려 봅니다.

 

당시 러스트벨트(Rust Belt) 지역의 캐리어 에어콘의 한 노조원은 대통령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대책이 있느냐?”
오바마가 답합니다. 
“우리가 해야하는 일은 이곳 사람들을 새로운 직업에 잘 준비되어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 왜냐면 그동안 이 지역에서 대부분의 이들이 해왔던 과거의 일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What we have to do is to make sure that folks are trained for the jobs that are coming in now because some of those jobs of the past are just not going to come back.”)

 

당면한 모빌리티 시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가 택시시장을 지켜주는냐, 못지켜주는냐의 문제로 고민하면 시대착오적 선택이 될 것입니다. 가까운 미래에 택시 일자리는 결국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을 우리는 잘알고 있으니까요.

 

아참, 앞서 기자가 택시에서 내리면서 기사님께 물어본 질문이 있습니다.
“기사님, 혹시 카카오 카풀 서비스하면 카카오택시 콜 안받으실거에요?”
“아니요. 받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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