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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삼성가의 물류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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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1. 7. 1.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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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 범삼성가의 '물류' 전쟁
CJ, 대한통운 최종 인수 성공여부는 '삼성'하기 나름(?)

승자의 표정이 밝지 않다. 대한통운 인수 우선협상자인 CJ 이야기다. 업계는 CJ가 2조원이 넘는 인수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물음표를 던졌다. 또 인수반대에 나선 대한통운 노조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이런 이유로 외부전문가들은 CJ가 대한통운 최종인수까지 순탄치 않은 여정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CJ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지난 6월 29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CJ제일제당의 보유현금 활용과 CJ GLS의 유상증자, 삼성생명 주식 및 가양동 토지 처분 등을 골자로 한 자금조달 계획을 공개했다. 또 대한통운 임직원에 대한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2020년까지 글로벌 7대 물류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그러나 시장반응은 냉담했다. CJ와 계열사, 대한통운 등 관련 주가는 힘없이 떨어졌다. 양사의 시너지 창출에 대한 기대감도 예상보다 약했다. 무엇보다 시장의 관심은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노출된 범삼성가의 불화에 더 초점을 맞췄다. 분명치 않지만 이번 인수전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었다.     

이쯤에서 시간을 되돌려 보자. CJ와 삼성은 방법을 달리 했을 뿐 대한통운 인수에 모두 관심이 있었다. 차이가 있다면 CJ는 초반에 노출이 됐고, 삼성은 뒤늦게 공개됐다는 점이다. 양사가 시간을 두고 포스코에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자금력 면에서 열세에 있던 CJ는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다. 삼성은 이런 CJ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CJ는 포스코와 짝짓기에 실패하자 삼성의 문을 두드렸다. 삼성이 그룹차원에서 물류업 육성을 꾀하는 점을 간파했던 CJ로서는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전략적 협업을 제안했던 것이다. 그러나 삼성의 입장에서는 CJ와의 밀애가 부담이 컸을 것이다. 범삼성가의 물류업 진출로 인한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을게 뻔했기 때문이다.

삼성은 고민 끝에 삼성SDS의 물류IT 활성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포스코와 손을 잡았다. 이를 놓고 외부에서는 삼성이 명분(CJ)보다 실리(포스코)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했다. IT전문가들은 물류솔루션 등 시스템 판매를 놓고 볼 때, CJ보다는 규모가 큰 포스코가 더 유리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시 이야기를 원점으로 돌려보자. 결과로 볼 때, CJ와 삼성은 분명 대한통운이란 공통적인 관심사항이 있었던 게 틀림이 없다. 그러나 양사는 미묘한 줄다리기 싸움 속에 결국 합의점을 도출해내지 못했다. 결국 양다리를 걸친 삼성은 포스코를 선택했고, 분노에 찬 CJ는 독자노선을 선택했다.

이로 인한 양사의 피해는 크다. 승자인 CJ는 엄청난 인수비용이 그룹 전체에 부담이 될 것이고, 삼성은 절대 관심 없다던 물류업 진출에 대한 꿈을 세상에 알렸다. 대한통운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범삼성가의 속내가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향후 CJ와 삼성의 물류업 육성에 대한 노선이 중복될 경우, '범삼성가의 물류전쟁'은 불 보듯 뻔하다.

현재 CJ의 물류계열사인 CJ GLS는 삼성전자의 물류파트너로 활동 중이다. CJ GLS의 해외매출 중 삼성의 비중은 20~30% 정도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CJ GLS는 사장, 부사장 등 삼성 출신 CEO들을 경영진에 전면배치했다. 이 같은 CJ의 전략은 향후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성공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물동량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삼성은 CJ의 목표를 일찌감치 눈치 챘다. 그리고 CJ가 대한통운 인수에 한발짝 다가서자 다급히 제동을 건 것임에 틀림이 없다. 삼성 또한 그룹물류 활성화를 위해 삼성SDS를 전면에 내세워 물류IT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 중이다. 삼성SDS는 올해초 정관에 물류사업을 추가하고, 물류컨설팅업체인 EXE c&t를 인수했으며, 상반기에만 30여명의 물류전문인력을 채용하는 등 꾸준히 준비작업을 해왔다.

대한통운 인수 성공을 선점한 CJ와 빼앗긴 삼성. 범삼성가의 물류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CJ가 대한통운 최종인수에 성공할지, 일부 시장의 전망대로 '승자의 저주'는 없을 지는 지켜볼 일이다. 양사의 물류업 진출은 경영권 승계구도라는 양보할 수 없는 집안 사정이 깔려 있다. 범삼성가의 '불화', 그 중심에 물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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