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 지난 3월 일본의 대지진은 물론, 과거 그 어느 때 보다도 수많은 자연재해와 이로 인해 야기되었던 공급망의 교란이 극에 달했던 2010년 이후로 접어들면서 더욱 중요해 지고 있다. 돌이켜보면 2010년은 정말로 다양한 자연재해로 인해 공급사슬의 위기관리가 어려웠던 해였다. 아이티, 칠레, 중국, 그리고 이란에서 발생했던 지진은 물론, 파키스탄의 대홍수, 러시아 산불로 인한 스모그, 미국 연안에서의 기름유출사태, 북극파동의 영향으로 인한 전 세계적인 한파, 아이슬란드의 화산분출 등 갖가지 자연재해가 공급망을 뒤흔들었던 한해이다. 오늘날과 같이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의 확산과 함께 복잡하게 얽혀진 아웃소싱 네트워크에 의해 운영되는 세상에서는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발생하는 극히 확률적으로 예외적인 이벤트가 기업의 명운을 좌우 할 수 있다. 이러한 환경 하에서는 예상치 못한 뜻밖의 사건에 대비한 충분한 전략적 준비와 실행태세가 필요하다.
자연재해 그리고 공급사슬의 위기
보험회사인 Swiss Re의 추산에 의하면 자연재해뿐 아니라 인간이 초래한 다양한 재앙들로 인한 전 세계적 경제손실이 2010년 약 222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2009년도에 비해 약 3배정도 증가한 수치이다. 자연재해나 극심한 이상기후는 오랜 세월에 걸쳐 매년 발생하는 달갑지 않은 불청객이지만, 글로벌 공급사슬의 확대와 경제활동주체간의 상호의존성 증가로 인해 과거부터 존재해왔던 이들 재해가 미치는 피해의 규모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유럽은 물론 전 세계의 항공물류와 교통대란을 야기했던 아이슬란드 화산은 사실 200여 년 전인 지난 1821년에도 분출한 바 있지만, 공급망의 범위도 넓지 않았고 또한 항공기를 이용하지도 않았던 당시에는 아마도 작년 우리가 목격했었던 그러한 대란은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글로벌화의 진전이 공급사슬의 확대로 이어짐에 따라 자연재해 등과 같은 위기상황에 대한 취약성이 높다는 사실은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비즈니스 연속성 계획 (BCP)
과연 그렇다면 기업들은 어떻게 예상하기 어려운 재앙을 예측하고, 통제 불가능한 상황을 통제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하나의 해답은 비즈니스의 연속성을 답보할 수 있는 Business Continuity Plan (BCP)의 구축이다. 만일 기업이 BCP를 이미 구축했다고 하면, 이는 곧 해당 기업이 중단 없는 기업 활동에 없어서는 안 될 인적자원, 인프라, 프로세스 등의 핵심요소를 미리 인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이를 통해 인지된 핵심요소들에 대한 가상시나리오 분석 결과를 토대로 하여, 핵심요소에 대한 문제가 생겼을 경우 기업이 가지고 있는 인력 등의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재배분하여 기업 활동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미리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BCP의 개념은 동일한 방식으로 공급사슬의 관리에도 적용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가장 취약한 공급사슬의 링크와 노드를 사전에 파악해야 한다.
위기에 대응하는 공급사슬 관리 전략
최근의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공급사슬 위기 이후 MIT의 David Simchi-Levi 교수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구매전략을 수립함에 있어 재무적 영향만을 의사결정의 중요요소로 받아들일 뿐, 제품수급 리스크, 가격 리스크, 수요예측 정확도, 혁신의 속도 등과 같은 요인들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Simchi-Levi 교수는 이러한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여 제품의 구매가격과 공급사슬 위기발생시 발생하는 재무적 영향을 다음과 같은 2x2 매트릭스로 구분하고, 각 영역별 특징에 따른 구매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그림 1에서 구매 가격은 높은 반면 공급사슬 위기 발생 시 재무적인 영향도가 작은 경우는 흔치 않으므로 A영역은 사실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공급사슬의 위기 대응 관점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영역은 B와 C이다. B의 경우 구매하는 제품의 가격이 높고 또한 위기 발생 시의 재무적인 영향이 크기 때문에 파트너십이나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한편, C의 경우에는 가격이나 재무적 영향도가 모두 높지 않기 때문에 가급적 재고를 줄이고 장기적인 계약을 통해 이들 물품에 대한 수급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A, B, C 영역과는 달리 D영역은 위기 발생 시 상당히 큰 재무적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실제 구매하는 제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위기관리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D 영역에 해당되는 제품에서 공급사슬의 문제가 발생 할 경우 예상치 않게 큰 영향과 피해를 주게 된다. Simchi-Levi 교수는 D 영역의 문제에 대하여 버퍼재고의 증가, 복수공급자의 활용, 시스템/프로세스/제품설계에 있어서의 유연성 활용전략을 제안하고 있는데, 1997년 브레이크액 프로포셔닝 밸브(P-Valve)공장에서 발생한 토요타자동차 협력업체의 화재 사례는 이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1997년 도요타 자동차의 교훈
1997년 2월 1일 토요일. 도요타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브레이크액 밸브(Brake Fluid Proportioning Valve, P-Valve) 물량의 99%를 납품하던 아이진 세이키(Aisin Seiki)사의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 도요타는 아이진으로부터 밸브를 납품받아 일본 내 20여개 생산 공장에서 하루 약 1만4000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었다. 도요타는 JIT과 Lean 방식으로 생산 공정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단가가 5달러에 불과한 이 브레이크액 밸브를 대부분의 공장에서는 약 4시간 생산 분량의 재고만을 가지고 있었다. 토요타는 대부분의 부품에 대해서는 2~3개의 납품업체로부터 부품을 공급받고 있었으나 이 브레이크액 밸브에 대해서는 아이진 사의 뛰어난 기술력과 개당 5달러라는 놀라운 가격경쟁력, 그리고 성공적인 아이진 사의 JIT 배송 역량으로 인해 99%를 아이진에서 공급받고 있었다. 화재발생과 함께 모든 토요타의 생산라인은 멈추었고, 업계에서는 향후 몇 개월 동안 토요타의 생산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업계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놀랍게도 단 5일 만에 전체 생산라인은 다시 재가동에 들어갔다. 과연 어떻게 된 것일까?
아이진 사의 화재는 토요타의 입장에서는 전형적인 C 범주의 문제로서 단가가 비교적 낮기 때문에(5달러)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큰 주목은 받지 못했다. 하지만 소량의 버퍼재고(4시간 재고와 JIT)를 유지한 체 단일공급자(99% 공급)로 운영되는 까닭에 문제 발생 시 상당한 피해를 야기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도요타는 이를 생산, 설계 및 프로세스의 유연성으로 극복해냈다. 화재 발생 직후 수 시간 내에 토요타의 협력 공급사들(이들은 밸브가 아닌 전혀 다른 제품을 생산하던 업체들이었다)은 문제가 된 밸브의 도면을 입수한 후 자사 내 생산 장비를 보정하여 이들 밸브의 생산에 들어갔다. 화재 발생 3일 후인 화요일까지 36개의 협력업체가 150여개의 재하청 협력업체의 도움을 받아 약 50여개의 소규모 브레이크 밸브 생산라인을 구축하였다. 심지어 한 업체의 경우에는 자동차 부품을 만들어본 경험조차 없었지만, 선반장비(milling machine)를 재 보정하는데 500 man-hour(한 사람이 1시간에 하는 일의 양)의 시간을 들인 후 극히 소량이긴 하지만 하루 40여개씩의 밸브를 만들어 납품한 기업도 있었다. 이러한 공급사슬내의 설계 및 생산의 유연성으로 인해 화재 발생 4일 후인 수요일에는 처음으로 1000여개의 밸브가 생산 공정에 투입되었고, 목요일에는 3000여개가 그리고 금요일에는 5000개의 밸브가 추가 투입되면서 업계의 예상을 깨고 서서히 생산이 정상괘도로 오르게 되었다. 이 화재 사건이후, 토요타는 단기적인 해결방안 외에 근원적인 위기대응책으로서 부품의 종류를 줄여 부품의 공용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으며 아울러 단일공급자전략의 폐해를 막기 위해 각 공장별로 생산시스템을 손쉽게 전환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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