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민정웅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교수
[CLO] 블랙 스완 이론 (Black Swan Theory)
블랙 스완을 우리말로 직역하면 검은백조가 된다. “검다”라는 단어와 “희다”라는 말이 서로 모순되게 합쳐진 이상한 말이다. 우리말에서도 그러하듯 사실 많은 사람들은 당연히 모든 백조가 흰색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왔는데, 그 이유는 검은색의 고니가 발견되기 전까지 관찰해온 모든 백조가 흰색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천 년 동안 수백만 마리의 흰 백조를 관찰하며 다져진 백조의 이론은 1697년 호주에서 한 마리의 검은색 고니로 인해 송두리째 무너지고 만다. 이렇듯 검은색의 고니가 발견된 이후 모든 백조가 흰색은 아니라는 사실이 알려지게 됐고, 이때부터 블랙 스완은 ‘매우 진귀한 것’ 혹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나 불가능하다고 인식된 상황이 실제 발생하는 것’을 가리키는 은유적 표현으로 사용됐다.
이러한 은유적 표현으로서의 블랙 스완이 2007년 미국 월스트리트의 증권분석가로 일한 경험이 있는 뉴욕대 폴리테크닉연구소 교수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Nassim Nicholas Taleb)가 ‘블랙 스완 (The Black Swan)’이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블랙 스완’이라는 말이 경제 영역에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탈레브 교수는 블랙 스완의 개념을 ‘과거의 경험으로 확인할 수 없는 기대 영역 바깥쪽의 관측값으로, 극단적으로 예외적이고 알려지지 않아 발생가능성에 대한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장을 가져오고, 발생 후에야 적절한 설명을 시도하여 설명과 예견이 가능해지는 사건’이라고 정의하였다.
탈레브 교수는 이 책을 통해 2007년 당시 예기치 못한 위기상황으로 글로벌 경제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으면서 ‘극단적인 0.1%의 가능성이 모든 것을 바꾼다’고 주장하였는데, 그의 주장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현실화되어짐에 따라 주목을 받게 되었다.
공급사슬관리상의 블랙 스완? 보잉787 Dreamliner의 사례
탈레브 교수의 말처럼 우리는 아마도 인류역사상 지금처럼 글로벌 경제 위기의 위협에 노출된 적은 없을 것이다.
소수의 금융기관과 국가가 글로벌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지금은 “When one fails, they all fail”, 즉 한 곳의 붕괴가 전체 시스템의 붕괴를 야기하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도 리먼브라더스를 비롯한 소수 금융기관의 부실로 야기되었고, 미국의 재정위기로 시작한 작금의 글로벌 경제위기도 바로 이러한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글로벌 공급사슬은 어떠할까? 사실상 글로벌화의 진전은 공급사슬에 참여하는 많은 주체들을 상호 밀접하게 연계시킴으로써 “극단적인 0.1%의 가능성”을 가진 수많은 블랙 스완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보잉사의 차세대 여객기인 Boeing 787의 납기 지연사태는 이러한 글로벌 연계성과 블랙 스완의 영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보잉787은 합성플라스틱을 이용한 첫 비행기로 자체 중량을 현격히 줄여 연비를 향상시킨 차세대 여객기이다. 개발초기만 하더라도 유가의 폭등으로 인해 여객기의 대형화로 방향을 잡은 에어버스사의 A380에 비해 훨씬 더 경쟁력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상황은 그 반대였다.
올 6월 A380이 대한항공에 처음 인도되는 것을 비롯해 각국의 항공사들은 A380의 운행을 통해 프리미엄 항공사로의 도약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으나, 보잉에 55대의 787을 선 주문한 전일본항공(ANA)는 아직까지 단 한 대의 787도 인도받지 못한 상황이다. 보잉787의 경우 당초 2007년 8월 시험비행 후 2008년 5월 첫 비행기를 인도하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2010년 11월에야 시험비행을 마쳤으며(이마저도 예기치 않은 작은 화재와 비행관련 SW의 문제로 인해 비상착륙하게 되었다), 빨라야 2011년 3분기에야 첫 인도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과연 그렇다면 무엇이 보잉787에게는 검은색의 고니였을까?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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