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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相生) = "당신은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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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2. 5. 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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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후버 인터넷 물류논객

 

CLO TIP 큰 기업이건 작은 기업이건 제공한 서비스에 대하여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주는 사회가 선진국이다. 선진국은 대부분 '제대로 된' 서비스 요금을 주고받고 있다.  상생은 곧 정당한 댓가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상생은 물류선진화로 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물류도 그렇다. 필자가 호주에 위치한 한 고객사의 물류센터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창고 그래서 누군가가 나서서 상생을 끊임없이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상생은 물류에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대형할인점이 중소상공인의 장사를 방해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중소상공인을 위해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공산주의적 발상이다."

 

얼마 전, 모 초대형 유통업체 대표의 발언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필자는 몇 년 전 그 분이 대표로 있는 유통업체 본사가 있는 영국에서 그 매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기억대로라면 실제 매장 영업시간은 이렇게 표시돼 있었다. "Mon ~ Sat 24Hr, Sun 07:00 ~ 00:00" 말인 즉, "일요일 아침 7시간만 문을 닫는다."는 소리다.

 

영국이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각종 서비스 요금은  비싼 반면 서비스 수준은 낮기로 유명한 국가이다. 인터넷 개통하려면 몇 주를 기다려야 하고, 혹여 고장이 발생되면 또 몇 주를 기다려야 하는 곳이다. 그것도 A/S기사가 방문할 때에는 돈을 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백화점, 할인점, 양판점, 대리점은 물론 인터넷 쇼핑몰 등 어떤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TV를 사더라도 가전제품업체 설치·배송기사가 직접 물건을 들고 와서 설치까지 해준다. 리모컨에 건전지 넣어 주고, 전원 들어오는지 확인해 주고, 채널 자동설정 해 주고, 빈 박스는 수거해 가며, 그것도 모자라서 얼마 뒤에 제조사에서 잘 쓰고 있냐고 젊은 아가씨들 시켜서 안부전화까지 해준다.

 

대한민국은 TV를 사기만 하면 이 모든 서비스가 공짜다. 영국은 어떤가? 직접 배달 설치 부르려면 기본으로 수십 파운드의 추가요금을 내야한다. 영국 소비자들은 그 비용을 지불하기 싫어서 런던캡(택시, 런던 대표 교통수단) 불러서 직접 TV를 싣고 가는 사람도 있다. 


 
여기서 선진국에 이민을 가거나 주재원 생활을 하는 우리나라 교민들의 이야기를 꺼내보자.  대부분 이런 얘기들을 한다.

1. 애들 교육시키기 좋다.
2. 근무환경이 좋다.
3. 퇴근하고 인생을 즐긴다.
4. 서비스 엉망이다. 비싸기만 하고 느려 터졌다. 그나마 신뢰감 있게 해 주는 것 같다.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제대로 된' 서비스 요금을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진국이다.

 
물류도 그렇다. 필자가 호주에 위치한 한 고객사의 물류센터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창고 직원들 중에 경력직 창고 피커(Picker)의 시급은 25달러 정도였다. 요즘 환율로 따지면 시급 3만원짜리 피커다. 이 분은 당시 고객사 소속의 정규직 직원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저학력의 현장 인력치고는 적은 보수는 아니다. 창고 피커에게 시급 25달러를 주다니? 호주가 분배에 충실한 공산주의 국가이었던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의 대우였다. 그렇다고 고객사가 매출액 대비 물류비가 높았던 것도 아니다. 다만, 합리적인 요율관리와, Full Truck 배송, 배송지 인근 물류센터 입지를 통해 높은 인건비를 상쇄하고 있었다. 

 
필자가 10년 전 해외 물류센터 근무시절 외국계 인력파견업체 아데코로부터 지게차 기사 한사람을 파견 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 지게차 기사의 나이는 30대 초반이었고, 가져가는 월급이 250만원 정도였다. 당시 센터장은 비용이 많이 든다고 그 기사를 몇 달 쓰지 않고 금방 내보냈다. 그러나 그 기사는 정말 완벽하게 일을 처리한다는 것이 현장 직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후 센터장은 능숙한 지게차 기사의 월급에 절반 정도만 주고, 젊고 눈썰미 있는 피커들을 교육시켜서 지게차 운전에 투입했다. 그 결과, 정말 여기저기서 물건이 파손되고, 잘못 피킹되는 사고들이 많이 발생돼 업무 생산성이 떨어졌다.

 

실제로 한 젊은 피커가 지게차에서 물건 떠내다가 랙을 포크로 눌러 버리는 바람에 랙이 무너지면서 셀 로케이션 여러 개를 며칠 동안 쓰지 못했고, 팔레트 3개에 실려 있던 수백만원 어치 물건은 쓰레기장으로 직행하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필자는 일 때문에 세계 곳곳의 물류센터를 자주 방문한다. 선진국의 물류센터를 갈 때마다 물류센터 사무실이 깨끗하게 잘 꾸며져 있어 놀랄 때가 많다. 최소한 우리나라 중견기업 수준은 돼 보였다. 

 

그렇다면 물류업체의 서비스에 대해서 고객사가 제대로 된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는다면 과연 사무실을 멋지게 관리할 수 있을까? 필자는 물류시스템 일을 하기 때문에 물류서비스 회사의 IT담당자와 일할 기회가 많다. 그들은 고객사로부터 물류시스템 개선 요청을 받으면, 꼬박꼬박 고객사에 비용을 청구했다. 그 비용보다 필자가 맡은 부분을 바꿔주는 것이 훨씬 더 싸니 필자보고 바꿔 달라는 요청도 몇 번 들어준 적도 있었다. 괘씸했다. 하지만 한 발짝 물러나 생각해 보니, 그렇게 제대로 된 수수료를 받고 서비스를 제공했으니 그런 잘 꾸며진 사무실에서 일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국내 물류업체 사무실은 대충 꾸미는 것이 미덕이었던 십여년 전, 필자의 지인이 한 물류회사의 팀장으로 근무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지인이 근무하는 사무실을 가보고 매우 놀란 적이 있었다.

 

사무실이 꽤나 깨끗하고, 멋지게 단장돼 있었다. 사무실이 깨끗하다고 칭찬하자 그분이 대끔 이런 말을 했다. "물류업체라고 사무실이 늘 지저분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냐." 투자할 것은 하고, 그만큼 직원들의 생산성 향상으로 보상받으면 된다는 논리였다. 직원들의 노동은 서비스고, 그에 대한 보상의 일부로 사무실을 예쁘게 꾸며준 셈이었다. 


 
큰 기업이건 작은 기업이건 제공한 서비스에 대하여 정당한 댓가를 주는 사회가 선진국이다. 솔직히 선진국이라고 해서 파격적인 서비스 비용을 약속하고 최저가에 가격파괴 서비스를 해주는 거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그래도 그런 것이 성행하지 않는 것은 제공한 서비스만큼 그에 상응하는 돈을 낸다는 서양식 '기브앤테이크(Give & Take)' 사상의 발로일 것이다.


 
받은 서비스에 대해서는 정당한 댓가를 주는 의식과 문화만 있으면 상생도 공산주의도 더 말할 필요 없다. 왜냐면 받은 서비스에 대해서 정당한 댓가를 주는 것 그 자체가 상생이니까 말이다.

 

우리나라는 애석하게도 아직 받은 서비스에 대해서 정당한 댓가를 주는 나라가 아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나서서 상생을 끊임없이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상생은 물류에도 예외가 될 수 없다.

 

who? '후버'는 젊어서부터 물류에 뜻을 두고, 물류센터 현장분류(이른바 '까데기')부터 '운송회사'까지 전전한 끝에 최근 대형 제조업체 물류IT 업무를 맡고 있는 평범한 물류인이다.  현재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dcscully)를 운영 중으로 물류의 관점에서 본 세상 이야기와 물류업계 종사자들의 삶과 애환을 독특한 시각과 필체로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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