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통합물류시스템에 삼성SDS 첼로 솔루션을 적용한다는 소식은 매우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말 그대로 파일럿(Pilot)이 아닌가, 매출액 2조가 넘는 거대 물류회사가 삼성SDS가 만든 솔루션을 테스트해 주는 셈이 된다. CJ대한통운 관련한 데이터는 삼성SDS의 솔루션 개발에 유용하게 사용될 날이 올 것이며, 그것을 삼성SDS는 바라고 있던 것이 아닐까?
글. 인터넷 물류논객 후버
CJ그룹이 대한통운을 인수하고 대한통운 로고에서 '빨간 날개(금호아시아나그룹 로고)'가 빠지고 익숙한 CJ 삼색 로고가 들어간 지도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지난달이었던가, 대한통운의 통합물류시스템 컨설팅을 EXE C&T가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1990년대 말 SLI 시절부터 쌓아온 EXE C&T의 컨설팅 능력을 모르지는 않지만, EXE C&T는 삼성SDS에서 인수하였으며, 이달 조직개편과 흡수합병을 마무리한 회사다. 삼성이라면 대한통운 인수전 당시 CJ에 맞서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맺지 않았던가.
즉 다시 말해 대한통운 인수전의 경쟁 상대였던 이들에게 어렵게 인수한 기업의 통합물류시스템 개발을 위한 컨설팅을 의뢰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삼성과 CJ가 화해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등의 추측도 있었지만, 역시 물류라는 바닥은 좁고, 물류 IT가 물류 르네상스의 시대를 이끌어 갈 것이라는 반증으로 해석해야 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본지를 통해 삼성SDS가 소규모 전문 컨설팅 업체인 EXE C&T를 인수한 것은 EXE C&T가 지금까지 해 온 주요 기업들에 대한 물류 컨설팅 관련 지식을 한꺼번에 확보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EXE C&T는 고객사의 물류비와 물류 네트워크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하여 분석하고, 최적화 방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독보적인 물류 프로파일링 능력을 갖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물류 컨설팅의 질을 중요시하는 기업이라면 마치 80년대 금융권에서 IBM의 솔루션을 유행처럼 도입하던 것 마냥 EXE C&T에 관심을 갖기 마련이고, 그래서 자사의 컨설팅을 EXE C&T에 맡기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기업에 대한 물류 프로파일링 정보는 삼성 SDS로 들어가는 구조가 된 셈이다.
삼성 SDS는 당연히 그 지식을 십분 활용하여 더 나은 솔루션을 만들기 위한 백 데이터(Back Data)로 활용할 것이고, 그러면 삼성SDS는 보다 현실적인 물류와 SCM 관련 솔루션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선순환 구조를 만든 셈이다.
여기에는 한 가지 변수가 있다. 삼성이 이토록 열심히 컨설팅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애쓰는 이유 중 하나는 역설적으로 보안 때문이다. 외부 컨설팅 업체에 컨설팅을 맡기면 일단 비싸다. 특히 외국계 전략컨설팅 회사는 더 비싸다. 또한 그 컨설팅 업체에 자사의 정보가 빠져 나간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삼성은 내부적으로도 그룹 내 컨설팅 회사인 오픈타이드나 EXE C&T 등을 더 많이 이용할 것을 독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삼성그룹 내부 컨설팅만으로도 일감은 넘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EXE C&T의 매출액이 그룹 내부 물량으로 인해 전년 대비 폭증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도 몇 달 전에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외부회사, 그것도 예전의 인수전 경쟁 상대였던 CJ계열사인 CJ대한통운 컨설팅을 삼성SDS(EXE C&T)가 맡는다는 것은 그만큼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단 EXE C&T로서는 삼성 외의 고객사를 확보하고 활동하던 과거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셈이고, 국내 최대의 물류 회사의 컨설팅을 수행함으로써 물류 컨설팅 업계의 독보적인 존재임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켜 주고 있다. 대체할 만한 파트너가 없다는 뜻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대한통운 관련한 데이터는 삼성SDS의 솔루션 개발에 유용하게 사용될 날이 올 것이며, 그것을 삼성SDS는 바라고 있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그런지 대한통운 통합물류시스템에 첼로 솔루션을 적용한다는 소식이 매우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말 그대로 파일럿(Pilot)이 아닌가, 매출액 2조가 넘는 거대 물류회사가 삼성SDS가 만든 솔루션을 테스트해 주는 셈이 된다.
물류는 시스템이라는 필자의 말은 그래서 아직 유효하다.
수만대의 배송차량과 수백대의 MHE(Material Handling Equipment)를 움직일 두뇌를 만든다는 점에서 솔루션 개발을 동반한 물류 컨설팅은 현장 업무만큼의 다이내믹(Dynamic)한 매력은 없을 수도 있으나, 결국 현장이 움직일 수 있도록 솔루션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현장 밀착을 지향할 수밖에 없다.
배송차량과 MHE, 물류센터는 돈 주고 빌리거나 살 수 있고, 비정규직 물류인력을 파견하는 인력파견업체도 매우 많이 있지만, 이들을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게 해 줄 솔루션을 분석하고 개발하고 사후관리해 줄 만한 업체는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 물류시장에서 조만간 또 한번의 대규모 인수합병이 벌어진다고 할 때, 배송차량과 MHE와 배송망을 가진 회사는 매물로 나올 수 있겠으나, 과연 컨설팅 능력을 가진 업체가 매물로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래서 CJ대한통운이 삼성SDS(EXE C&T)의 컨설팅을 받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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