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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애플 vs. 삼성-CJ “닮은 소송, 서로 다른 결말”

INSIGHT

by 김편 2012. 12. 2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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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소송 "애플에 손내밀고, CJ는 등돌려" 


"삼성-애플 특허공방 속 핵심부품 공급망 공조 유지 선택한 반면

유산분쟁 휩싸인 삼성-CJ는 7년간 쌓은 3PL 파트너십 배제 '눈길'"


[CLO 김철민 기자] 삼성전자를 둘러싼 국내외 법적공방이 연일 화제다.

 

삼성은 2011년부터 해외에서 아이폰, 아이패드 등 모바일 시장의 맞수인 애플을 상대로 전 세계 9개국 13개 법원에서 특허소송을, 올해는 국내에서 범삼성가인 CJ를 상대로 유산상속소송을 각각 진행 중이다.


그러나 삼성은 애플, CJ 등 각각의 소송에 대해 서로 다른 처리방식을 내놓고 있다. 사실 애플과 CJ는 모두 삼성의 주요 파트너로 통한다. 애플은 삼성과 모바일기기 핵심부품을 서로 공급하는 관계로, CJ는 삼성전자 동남아 생산판매법인의 3자물류(3PL) 서비스 사업자로 활동 중이다.   


삼성에 부품을 납품하거나, 이를 운반・보관하는 협업모델이 다를 뿐 애플과 CJ는 모두가 공급망(서플라이체인, Supply China) 상에서 삼성과 협력관계에 있다. 


그런데 삼성은 소송 중에도 애플과는 생산라인 확대 등 긴밀한 공조를, CJ와는 7년간 쌓은 물류계약 관계를 해지하는 쪽으로 해결 방향을 잡았다. 삼성-애플-CJ를 둘러싼 소송, 서로 다른 결말의 이유는 뭘까?



생산라인 증설…‘적과의 동침’

얼마 전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오스틴 반도체 생산법인(Samsung Austin Semiconductor) 생산라인에 39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오스틴 공장은 그동안 애플향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대부분이 생산됐던 곳이다.


삼성 측은 생산 증설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이곳에서 애플향 AP 등을 주로 생산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여전히 시스템반도체 최대 고객이라는 점에서 일각에서 제기된 것과 같이 애플향 물량이 크게 줄었다면 삼성전자도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나섰을 것"이라며 "일정대로 증설에 나선다는 것은 우려와 달리 삼성의 애플향 물량이 줄지 않았다는 방증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삼성의 증설 결정이 애플 향 물량 확대를 감안한 투자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투자가 스마트기기 확대에 따른 시스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대응차원으로 풀이되나 여전히 관련수요의 애플비중이 절대적이라는 점에서 AP 등 핵심부품 수급에서 여전히 삼성과 애플측이 긴밀한 협력관계를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너 간 불협화음…‘입찰 배제’

소송 중에도 삼성과 애플은 이성을 잃지 않았다. 반면 삼성과 CJ의 처리진행 방식은 사뭇 다르다. 


최근 보도처럼 CJ그룹 물류회사인 CJ GLS는 7년간 이어진 삼성전자 동남아 생산・판매법인의 3PL 재계약이 불발될 위기에 놓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부친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소송을 벌인 여파가 CJ GLS로 번졌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오너 간 불협화음으로 CJ가 삼성한테 ‘괘씸죄’를 샀다는 것.


CJ와 삼성의 전체 물류계약 규모는 3600억원, CJ GLS 전체 매출의 4분의 1 정도다.  이중 CJ GLS는 지난 9월 삼성과 베트남 지역 물류계약이 종료됐지만 재계약에 실패했다. 삼성이 공식적으로 CJ GLS에 계약해지를 통보한 것은 아니다. 입찰에서 자연스럽게 배제한 것이다. 


업계는 내년 2월 재계약인 싱가포르, 태국, 중국 베이징 지역 등 물류입찰 과정에서도 CJ GLS가 빠진 것으로 전했다. 삼성이 CJ에 맡겼던 물량을 대놓고 축소에 나섰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해외법인 물류 파트너가 되려면 국제적 통관 보안규정은 물론 현지 물류사정에 밝아야 한다.”며 “재무현황, 화물처리실적, AEO인증, 해외법인・지점 설치 등 진입조건을 감안할 때, 기존 수행업체(CJ GLS)가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배제한 것은 아주 예외의 경우”이라고 말했다.


상생적 3PL 파트너십 아쉬워

삼성과 CJ간 계약해지 논란이 업계에 불거지자 국내외 물류전문가들이 우려의 목소를 높이고 있다.


해외물류업체 한 임원은 “7년 동안 쌓아온 물류 파트너십을 하룻밤 만에 뒤집는 것은 양사(삼성-CJ) 모두에게 득이 되질 않는다.”며 “업무 중심적인 해결방법이 아닌 오너 간 불협화음의 이유 하나로 계약해지를 운운하는 것은 낙후된 한국 물류시장의 현 주소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내 화주들이 3PL 등 전문물류의 역할과 중요성 등에 대한 몰이해가 아쉽다는 것. 


그는 또 “삼성, 현대차 등 국내 글로벌 기업들이 경기침체 속에서도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원료 및 부품조달, 생산, 판매 등 공급망관리 상에서 이뤄지는 기업과 기업, 지역과 지역 간 물류를 성공적으로 수행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국내 제조업체들이 물류를 단순 하청업체 수준으로 이해할 것이 아니라 위기 속 상생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을 해야 된다는 설명이다. 


민정웅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교수는 “삼성과 애플이 삼성반도체-삼성LCD로 이어지는 부품 공급망을 공동 활용하게 된 것은 전통적인 경쟁개념을 탈피한 것”이라며 “글로벌시장에서 공급망 대 공급망 대결 구도가 만들어낸 새로운 협업모델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1> 삼성을 둘러싼 법적소송 현황

구분 / 내용 / 대응 방향

삼성 vs. 애플 /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전 세계 9개국 13개 법원 특허소송 / -. 미 오스틴공장 생산라인 증설, -. 부품공급 등 전략적 협업 파트너로 긴밀히 공조 

삼성 vs, CJ /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산상속 소송 / -. 삼성전자 동남아 해외법인 6곳 물류입찰 배제, - 오너 간 불협화음, 7년간 물류계약 해지 수순 




삼성과 CJ의 ‘빅딜’…어코드와 HTH택배  


CJ와 삼성이 물류로 인연을 맺은 것은 2006년부터다. 당시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물산이 운영 중인 삼성HTH택배를 365억원에 인수한 CJ GLS는, 같은 해 삼성전자 해외물류를 담당하던 싱가포르 물류회사인 어코드익스프레스홀딩스사(이하 어코드)까지 300~400억원 규모에 인수했다.  


업계는 당시 CJ와 삼성의 ‘빅딜’을 놓고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놨다. 

삼성물산이 삼성몰과 삼성플라자 등을 운영하면서 택배 서비스를 위해 HTH를 인수했지만, 유통사업이 예상만큼 확대되지 않으면서 HTH 매각을 CJ GLS에 넘겼다는 것. 


적자 등 운영난에 시달리던 HTH의 가장 큰 고민은 사실, 택배 서비스 불만으로 인한 ‘삼성’ 전체 브랜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이었다. 반면 CJ GLS는 2000년대 초반 택배사업 진출 이후, 사업외형 확대와 대한통운(현 CJ대한통운), 한진, 현대택배(현 현대로지스틱스)와 어깨를 견줄만한 터미널, 차량 등 물류인프라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중견택배사의 인수・합병이 절실했다. 


삼성과 CJ 양측의 니즈가 절묘하게 떨어진 셈이다. 이때 CJ는 삼성으로부터 HTH 인수를  조건으로 한 가지를 제시한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전했다. '앓던 이(HTH)'를 CJ가 빼주는 대신 삼성전자의 해외물류 일부를 수행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랬던 것.


그해 CJ GLS는 삼성전자의 동남아 물류를 맡던 어코드도 함께 인수했다. CJ가 삼성전자 해외물류 협력사로 이름을 올리게 된 대목이다. 


어코드는 1984년에 설립, 아시아와 유럽 12개국에 37개 지사를 두고 있는 포워딩 업체로 CJ GLS 대표를 지낸바 있는 임오규 사장(전 삼성전자 출신)이 당시 대표로 있던 회사이다.


CJ GLS는 이후에도 현지법인과 인력까지 통째로 흡수하면서 삼성의 동남아 6개국(태국, 필리핀, 중국 베이징,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등)까지 확대했다. 해외 물류경험이 부족했던 CJ GLS 입장에서는 혹독한 시기를 보냈지만 매출은 놀랍게 성장했다.


그 결과, 1998년 사업 첫해 고작 640억의 매출 밖에 올리지 못했던 내수형 물류기업 CJ GLS는 출범 15년 만에 매출 4조23000억원, 직원수 8000명(CJ대한통운과 합산 결과, 2012년 기준)을 거느린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관련기사: 삼성전자-CJ GLS 간 물류계약 해지를 바라보는 객관적인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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