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택배요금 인상으로 본 아웃소싱의 역습

ARTICLES

by 김편 2013. 3. 17. 21:34

본문



글. 후버 인터넷 물류논객


얼마 전 각종 언론을 통해 택배요금 인상 소식이 전해졌다. 물류업계 소식이 공중파 방송을 타기 쉽지 않은데 얼마나 빅 뉴스였으면 메인 뉴스 토픽으로 떴을까.  

인터넷 쇼핑몰 초창기. 인터넷에서 물건을 주문하고, 신용카드로 결제한 후 고작 이틀이나 사흘 뒤 주문한 물건을 들고 올라와 초인종 소리와 함께 낭랑한 목소리로 "택배 왔습니다"를 외치며 문 앞에 서 있던 택배 배송사원의 모습을 기억한다.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던 얼리어답터들에게 배송기사는 마치 그리스 신화의 전령의 신 헤르메스와도 비교될만 했다. 우리네 어머니 세대는 택배가 오면 여름에는 찬물 한잔, 겨울에는 따뜻한 물 한잔을 건네는 분들도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들의 낭랑한 목소리가 차츰 신경질적으로 변했다. 또박 또박 외치던 "택배 왔습니다"는 "택배요"라는 짧은 한마디로 줄었다. 물 한잔을 건네려 해도 "바빠서 이만" 한마디를 남긴 채 홀연히 사라지곤 했다. 물건을 건네자마자 등 돌리는 것은 기본이다.


인터넷 전자상거래의 성장은 택배산업의 성장을 낳았고, 택배산업의 성장은 택배업을 하겠다는 기업들의 증가를 낳았으며, 업체들의 증가는 당연히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그들끼리의 경쟁을 낳았고, 그들끼리의 경쟁은 자연스럽게 단가 하락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단가 하락 덕분에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 모바일 쇼핑 등 점점 더 진화한 인터넷 전자상거래는 무료배송과 당일배송을 남발하기 시작했고, 점점 더 힘들어진 택배업을 이탈하는 이탈자가 속출하면서 이제는 업계 스스로가 견딜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리라.


원래 공급망이라는 것은 물 흐르듯 흘러야 한다. 유지될 수 없는 공급망, 흐르더라도 예상치 못한 시점에 충격을 주는 공급망은 제대로 된 공급망이 아니다. 넘쳐나는 택배차량과 택배기사 지원자들을 지입 형태로 아웃소싱하면서 누렸던 낮은 단가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된 지금의 현실은 바람직한 공급망 관리는 아니었던 셈이다.


다행히 인터넷 검색을 해 보면, 질 낮은 택배 서비스로 호되게 당한 고객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택배요금 인상을 지지한다. 특히 해외직구매를 해 본 사람들은 미국 국내배송도 몇 달러의 요금이 들어가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국내 택배요금이 싼 수준이었음을 깨닫고 있다. 


다만, 택배요금 인상이 택배기사의 처우 개선으로도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다. 택배업계의 영업이익율이 높지 않다는 팩트(Fact)도 한 몫을 했다.


이 단편적인 현상을 가지고 아웃소싱의 역습이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면 필자가 너무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전통적으로 생산을 아웃소싱하던 애플이 미국에 공장을 세운다는 소식이 작년에 해외언론에 대서특필되었다. 공급망 관리의 달인 팀 쿡이 CEO로 있는 애플이다. 아웃소싱에 따른 품질관리의 부담과 노동력 과용의 따가운 눈총을 느끼지 않고서는 할 수 없었을 의사결정이다. 


R&D 역량이 핵심역량이므로 핵심역량에 집중하기 위해 생산을 아웃소싱했을 때 그것이 늘 의도한 품질 수준과 서비스 수준을 확보해 주지는 않는다. 리퍼폰으로만 교환해 주는 애플의 서비스 정책은 따지고 보면 생산과 서비스를 아웃소싱한 애플에게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필자가 우연히 뵌 한 케미컬 업체의 SCM 관리자로 있는 분이 필자에게 자기 회사가 앞으로 공급망의 발전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당시 그 업체는 케미컬 회사라는 특성 때문에 철송보다는 트럭운송을 많이 이용하고, 주로 탱크로리나 벌크시멘트 트럭을 이용했다. 화물연대의 협상력이 강한 차종이다. 비용보다도 안정적 배송이 중요한 경우였다. 필자의 입에서 '자차를 활용한 배송망' 이야기가 나오려던 찰나, 그 분은 너무나 쉽게 한마디를 던졌다. 자기 회사에는 자차를 활용한 배송망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아웃소싱의 역습은 비단 물리적인 아웃소싱 계약관계 뿐 아니라, 아웃소싱 안에서도 일어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아웃소싱을 준 업체와 아웃소싱을 수행하는 업체 간의 관리 역량을 좁혀주는 것이 IT 솔루션인데, 이러한 IT 솔루션의 발전이 역설적으로 기업으로 하여금 아웃소싱과 자체 수행간의 격차를 못 느끼게 만든다는 느낌이다.  


물류업무를 아웃소싱한 경우 아웃소싱을 준 업체는 아웃소싱을 수행하는 업체와 EDI를 통해 양쪽 시스템 간 정보를 실시간으로 교환하기를 원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들이 직접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것에 버금가는 관리수준 향상을 달성할 수 있다. 


실제 필자는 자가물류를 수행하는 경우 물류시스템과 상류시스템간의 인터페이스를 벤치마킹하여 3자물류업체에 물류를 아웃소싱한 경우에도 동일 기능을 적용하려는 시도들을 많이 봐 왔다. 비슷한 예로, 생산을 외주업체에 아웃소싱한 경우도 생산을 자사 공장에서 직접 하는 경우의 시스템 기능을 벤치마킹하여, 외주업체 시스템과 EDI 연결을 하거나 아예 외주업체에게 자사와 의사소통을 위한 별도 포털을 만들어 주려는 시도도 경험해봤다. 


그런데 생각을 해 보자. 스스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를 벤치마킹하여 아웃소싱을 수행하는 업체와의 시스템 연결을 강화한다는 것은 그만큼 아웃소싱이 스스로 하는 것 이상의 메리트를 주기 힘들어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만약 여전히 메리트가 있다면 굳이 스스로 하는 경우와 거의 동일한 수준의 IT 솔루션을 가져갈 이유가 없다.


자가가 합리적인 사유로 아웃소싱을 대체할 수 있는 경우는 일부에 불과하다. 원칙적으로 아웃소싱에서 자가로의 전환이 가능하려면 물류건 생산이건 충분한 물량이 있어야 한다. 아웃소싱 시장이 정상적으로 지속 가능하도록 기능하고 있다면 굳이 자가로 전환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택배요금 500원 인상은 어찌 보면 아웃소싱 업체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했던 현실 속에서 아웃소싱의 역습이 시작된 신호탄이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