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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속 질주의 힘 ‘변화’보다 ‘기본’…57년 물류외길 천일의 정도경영

INSIGHT

by 김편 2013. 4. 1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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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업의 가장 큰 이슈는 창업(創業)보다는 수성(守成)이다. 


새로운 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그 업의 성과를 지속할 것이냐가 더욱 중요한 기업의 목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기업들이 한때 성대한 창업을 통해 천하를 호령했으나 결국 방향을 잃고 한순간 방심해 수성에 실패한 것을 보면 성장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지속임에 분명해 보인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평균수명은 대기업이 29.1년이고 중소기업체는 12.2년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기업을 경영하고 있거나 앞으로 그럴 생각이 있다면 기업의 평균 수명을 훨씬 뛰어넘어 장수하는 기업들을 눈여겨봐야 한다. 왜냐하면 그곳에 기업이 지향해야 할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올해 창립 57주년을 맞은 부산의 토박이 향토기업인 천일정기화물자동차(이하 천일)를 유심히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업의 평균수명이 30년이 채 안 되는 우리나라의 기업환경 속에서 특히나 부침이 심했던 운송·물류산업을 외길로 걸어온 천일은 1대 박남도 회장에서 2대 박재억 대표이사까지 대(代)를 잇는 '한 우물 경영'의 정도(正道)를 보여주고 있다. 


57년 역사의 대한민국 대표 장수 물류기업인 천일의 박재억 대표를 만나 그 동안 생존과 발전을 위해 쉼없이 달려온 혁신과 도전의 날을 되돌아봤다. <editor>



57년 한우물 천일정기…

불황 속 질주의 힘 ‘변화’보다 ‘기본’

천일정기화물자동차 박재억 대표이사


지난 3월 13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자동차 공업도시인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찰스 H 라이트 미국 흑인 역사박물관. 이곳에 제네럴 모터스(GM) 임직원과 협력사 관계자 수백여명이 자리를 함께 하고 있었다. 


해마다 GM은 거래 중인 1만8500개 자동차 부품 등 전 세계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혁신 기술 선도, 품질 수준 및 서비스 강화, 비용 절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를 창출한 협력업체를 선정하는데, 바로 2012년 시상식이 열리던 날이었다.


이날 그레이스 리블레인(Grace Lieblein) GM구매 부사장은 "우수한 기술력, 높은 품질의 제품 그리고 납품기일의 정확한 준수 등 탁월한 역량을 바탕으로 2012년 GM의 성과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온 한 업체를 소개하겠다."며 한국의 물류 파트너인 천일정기자동차화물의 이름을 힘차게 불렀다.


2004년부터 GM의 협력사로 활동해온 천일이 수많은 기업들과 경쟁해 세계적인 물류 운영능력을 확보한 점을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수상도 첫 번째가 아닌 2년 연속의 쾌거였다.


시상식에 참석한 천일정기화물자동차 박재억 대표는 "GM의 물류파트너(LLP)로서 당사의 능력과 실적을 인정받게 됐다"며 "이번 수상을 통해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가진 물류회사로 도약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車부품 조달물류 '원조의 힘'

1956년 설립된 천일은 사실 대한민국 최초로 선진 자동차 조달물류를 국내에 도입한 기업이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천일은 오랜 거래처인 일본 닛산자동차로부터 차부품 물류를 현지에서 일찌감치 배워온 국내 조달물류의 원조라 할 수 있다. 더욱이 당시 국내에서 JIT(Just In Time) 시스템을 도입한 몇 안 되는 기업 중 한곳이었다. 


"(천일은)자동차 물류분야에서는 준비된 기업이었습니다. GM 이전에 천일은 1996년도부터 삼성자동차(SMI)의 조달물류 수행사로 활동을 해왔어요. 당시 삼성자동차가 부산에 공장을 짓다보니 지역업체를 물류협력사로 찾고 있었는데, 때마침 우리는 닛산 자동차의 물류자회사인 요쿠이반텍으로부터 자동차 조달물류 기술을 익혀온 국내 유일의 물류업체였던 셈이었죠."


치열한 경쟁을 뚫고 때로는 반세기를 넘는 긴 세월을 버텨 낸 기업의 역사에는 그토록 오랫동안 번영하는 저마다의 비법이 숨겨져 있기 마련이다. 천일의 자동차 조달물류가 바로 그랬던 것이다.


천일은 직영 화물차량 100여대를 자동차 조달물류 분야에 투입했다. 특히, 일본의 선진 자동차 물류기법을 배우기 위해 자사의 화물차 승무원 100여명을 일본으로 급파해 직접 교육을 받게 했다. 


삼성자동차의 물류 파트너로 성공적인 활동을 해온 천일에게 GM이 관심을 갖게 된 배경도 이때부터다. 삼성자동차 인수를 검토 중인 GM대우(현 GM)가 천일이 국내 물류업체 중 자동차 조달물류 운영수준이 꽤 높다는 것을 알아보게 된 계기가 됐던 것이다. 기회는 아무에게나 오지 않았다. 천일처럼 준비된 기업에게만 행운을 누릴 기회가 다가오는 것이다. 


"2004년 GM대우 물류가 입찰에 나오자 국내 3PL시장은 시끌벅적 했습니다. 한진, CJ GLS, 한솔CSN, 한익스프레스 등 대기업 물류업체들이 입찰을 따내기 위해 열띤 경쟁을 펼쳤죠. 쟁쟁한 업체들 사이에서 천일은 전혀 주목을 받지 못하는 중소기업이었죠. 그러나 우리는 전혀 위축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그 자신감의 토대는 반조립(CKD) 등 자동차 물류 경험을 천일만큼 쌓아온 물류업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천일이 대형 물류업체들을 제치고 GM대우의 주력 생산기지인 부평공장의 물류전담사로 선정된 것만 봐도 당시 자동차 물류분야에 강한 면모를 갖추고 있는지를 입증하게 된 기회가 됐다.


"올해로 천일이 GM 협력사로 9년째 활동 중입니다. GM의 협력사가 전 세계에 2만여개 정도인데, 이중에 GM의 우수협력사로 선정된 한국 업체가 19개라고 합니다. 미국 다음으로  최고로 많은 수치라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한국출신 기업인으로서 무척 자랑스러웠습니다.  또 GM의 우수물류협력사로는 DHL, 머스크 20여개가 포함됐는데 이중 한국 물류기업은 천일과 CJ대한통운 2곳이 뽑혔습니다. 세계적인 물류기업들과 이름을 함께 할 수 있었다는 자체가 더 큰 기쁨이었습니다."



몸집 보다는 실력을 쌓아라

'문어발식 확장'에 경계를 늦추지 않은 것도 천일의 장점이다. 1대 경영인인 박남도 회장은 모르는 사업에 뛰어들어 확장을 거듭하는 무모한 행동을 자제했다.


박재억 대표도 "모르는 사업보다는 아는 곳에 집중하고, 특히 운송업에 관련된 분야에 한 우물을 파고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아버님의 가르침"이라고 강조했다. 


천일이 외환위기, 고유가 등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강소(强小) 물류전문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다른 업체와 달리 '몸집 불리기'에 치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화물운송·물류사업은 심각한 성장의 벽에 부딪혀 있는 상태이다. 천일의 새로운 50년을 열 돌파구를 찾아봐라."


아버지 박남도 회장의 주문은 박 대표에게 큰 힘이 됐다. 그리고 박 대표는 하나, 둘씩 실천해 나가고 있다. 실제로 박 대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물류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는 사업다각화에 온 신경을 썼다. 


사업 분야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천일은 철도운송서비스, CY운영 및 컨테이너 운송, 국내화물 및 택배서비스, 자동차 부품물류서비스, SCM 및 3자물류서비스, 프레이트 포워딩, 일반부두 하역서비스, 자동차 종합정비, 철강제품 운송서비스 등 운송업을 기반으로 성장 중이다.


이 같은 노력은 실적으로 고스란히 나타났다. 천일정기화물자동차는 냉연코일운송 전문회사로 잘 알려져 있는데, 지난 2001년 포스코 냉연코일 철도운송 주간사로 선정돼 2003년 12월부터 광양제철소 냉연코일물량 운송을 전담하고, 2004년 11월부터 포항제철소에서 생산되는 냉연코일에 대한 철도운송도 시작했다.


포스코의 냉연코일 철도운송을 위해 천일정기화물자동차는 경기도 부곡역에 부지 2610평 규모의 유통기지를 조성하는 한편, 코일전용화차를 별도로 제작해 사용하고 있다.


기존에 해상과 도로로 운송되던 냉연코일의 철도운송이 본격화되며 물류비를 대폭 절감하는 한편, 정확한 시간에 배송도 가능하게 됐다.


또 부산신항만 북‘컨’부두 배후단지에 2만평 규모(350억 투자)의 복합물류센터인 C&S(국제물류센터를 운영해 자동차전용물류센터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다지고 있다. 이곳을 통해 자동차 생산을 위한 부품과 자동차 A/S 부품, 자동차 OEM제품의 집배송과 전세계 유통을 위한 KD센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으로 르노삼성차 부산 녹산공장을 대상으로 연간 약 5만TEU의 물동량이 창출되고 있다. 


조선 부품센터 조성은 조선부품과 선박용품의 조립가공, 조달 재포장, 분류 등의 부가기능을 수행하고, 복합기능의 고부가 물류사업 조성은 단순보관과 운송 등의 단일물류기능을 지양하는 한편, SCM서비스와 가공, 조립, 라벨링 등 부가가치물류를 개발하여 고객중심의 복합물류사업을 조성한다는 목표다. 


"'아무리 날씨가 좋아도 삼일 동안 쾌청한 날씨는 없고(天無三日晴), 아무리 땅이 평평해도 삼리 이상 평평한 땅은 없다(地無三里平)’는 말이 있습니다. 창업을 통해 승승장구하며 잘나가다가 한순간 몰락의 길을 걷는 국가와 기업, 사람을 보면서 멋지게 창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수성을 통해 유지해 나갈 것인가를 더욱 고민해야 한다는 아버님의 가르침은 저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삶의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창업보다 어려운 수성의 요체는 바로 정도(正道)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류보국(物流報國), 봉사의 마음으로 

얼마 전박 대표는 대한민국 물류기업들을 대변하는 한국통합물류협회(이하 통물협) 3대 회장에 취임했다. 통물협 출범부터 협회 선임부회장으로 일해 왔지만 오랫동안 부산 지역에서 주로 활동해 왔던 터라 중앙 무대에서는 박 회장에 대해 아직 낯설어 하는 이들도 있다.


"의미 있고 영광스러운 일을 맡았다는 기쁨과 함께 물류산업 발전을 위해 일을 제대로 해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동시에 느낍니다. 물류산업에 종사한지 벌써 30여 년이 돼 가지만 회사 경영에만 전념하다 보니 정작 우리 물류산업 전체를 위해 희생정신을 갖고 봉사한 적이 있는가 자문했을 때 늘 부끄럽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실 박 회장은 협회 이사회에서 추대를 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협회장에 나설 계획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전임 석태수 회장이 희생과 봉사라는 말로 끈질기게 설득하자 문득 박 회장 스스로 '단 한번이라도 물류인으로서 봉사를 생각해 본적이 있느냐'고 자문을 했다고 한다. 곰곰이 생각한 결과 2년만이라도 물류업계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 물류산업에 평생 종사하고 있는 사람의 도리가 아니겠나 싶어 수락했다는 게 박 회장의 이야기다.


협회장으로서의 책임도 막중하다. 특히 새 정부 출범으로 물류관련 부처가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로 이원화됐다. 그 어느 때보다 협회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에서 박 회장의 어깨도 무겁기 마련이다.


"물류 관련 부처가 두 곳으로 분리됐지만 국가물류정책의 방향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봅니다. 협회 운영의 최우선 과제는 협회의 위상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협회가 업계를 대표해서 정부에 정책을 건의하고 정부 정책 추진에 업계 참여를 유도하는 (정부와 업계의) 가교 역할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 회장은 무엇보다 업계 시급히 처리되어야 할 현안에 대해 택배법 신설 등 물류산업 발전을 위한 근거법 마련에 주력할 방침이다.


"물류산업, 물류기업, 물류 종사자 모두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협회를 중심으로 업계가 합심해야 어려운 난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습니다. 현재의 물류시장은 정부에서 자유 시장 논리만 앞세워 각종 규제를 대부분 풀어주다 보니 무질서한 시장 체제가 형성돼 있는게 문제입니다. 이를 위해 협회는 운송사업 면허제, 운송료 허가제 전환 등 정부가 통제·관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더불어 컨테이너운송업, 택배업 등의 업종 신설을 정부에 강력하게 건의해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天一의 자랑 'C&S국제물류센터' 

박 대표, 센터 디자인 직접 참여한 자동차물류의 심장부 


부산광역시 강서구 성북동 부산 신항 배후물류 단지내에 자리 잡고 있는 C&S국제물류센터. 총 부지 면적 2만95평, 창고 면적 1만393평, 위험물 창고 290평을 갖췄다. 주요 사업으로는 국제복합물류센터(일반화물, 위험물 등 다양한 화물 취급, 부가물류서비스 제공), 국제운송(IFF)(국제운송/ 수출입포워딩/ 통관대행/ 다양한 국내 수,배송 서비스), SCM 서비스(공급망 통합 및 관리 (SCI/SCM) 서비스), 종합물류컨설팅(현장분석/ 진단 → 신물류체계 제안/ 구축 → 지속적 개선 효율화, 최적화) 등으로 천일정기화물자동차의 심장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C&S국제종합류센터는 총 A, B, C의 3개 동으로 나뉘어져 있다. 먼저 A동은 5150평으로 르노삼성, 닛산 자동차 핵심 부품의 국내 조달물류를 맡고 있고, B동은 총 2525평으로 르노삼성, 닛산 자동차의 수출 핵심 부품 부분 등을 관리, 조달한다. C동은 총 2525평으로 수많은 조선, 수리 부품, 선박 선용품 같은 조선기자재를 관리 및 보관하고 조달하고 있다. 또한 현재까지 분실율 0%, 파손율 0%, 직원 상해율 0% 등 각종 물류센터 효율성 평가 부문에서 완벽에 가깝게 진행하고 있다.


C&S물류센터가 자랑하는 캐노피로 개조된 옥내작업장 공간이 있다. 천일정기화물 박재억 대표가 직간접적으로 아이디어 및 디자인 개발에 도움을 준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공간은 대한민국 물류센터, 창고 최초로 옥내 작업장 위에 특별 제작 캐노피를 설치해 어떠한 악천후에서도 작업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또한 Wing Body화물차를 포함한 모든 차량의 출입이 가능하고, 입출고를 위한 물품의 임시 장치 역할도 할 수 있다. 여기에 곡선형태의 외관 디자인은 지금까지 대한민국 사각형 물류센터 외관 디자인을 파격적으로 바꾼 곳이기도 하다. 


아울러 옥내작업장으로 A동 (60m × 221m), B동 (60m × 110m), C동 (60m × 110m) 의 3개 동으로 구성된 공간이다. 또한 41.5m의 도크시설이 갖춰져 있어 대형화물차들도 수월하게 물류센터를 오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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