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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이 나은 분통”…CJ대통發 소통대란

INSIGHT

by 김편 2013. 4. 8.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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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장애, 배송지연…실수보다는 수습자세가 더 중요

투명・공정・일관성 있게 고객사와 소비자들의 이해구해야


[CLO 김철민 기자] ‘소통’을 등한시한 한 기업의 ‘불통’이 소비자들의 ‘분통’을 터뜨렸다.


얼마전 CJ GLS와 합병한 국내 1위 택배회사인 CJ대한통운 이야기다. 이 회사는 지난 3일 양사의 택배 시스템을 통합해 첫 서비스에 나섰다. 그러나 서비스 하루만에 통합 전산망에 오류가 발생했다. 


전산망 마비로 CJ대한통운 이용고객들은 즉각 불편을 호소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G마켓, 인터파크, 11번가 등 오픈마켓에 입점한 소규모 개인사업자들에게 돌아갔다. 배송을 의뢰한 물품의 조회가 불가하자 주문한 제품을 기다리는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친 것이다.


물론 CJ대한통운은 택배시스템 통합에 따라 주요 거래처에 배송 추적 서비스가 일시 중지(4월2일 20시부터 4월3일 08시까지)된다는 점을 미리 알렸다. 주요 인터넷 쇼핑몰업체들도 각사 홈페이지에 관련 내용을 공지했다.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되질 않아 보인다.    


그런데 사태의 심각성은 그 이후부터다. CJ대한통운이 약속한 시스템 통합 일정을 넘기자 이용고객들의 불안감이 더 커졌다. 업친데 덮친격으로 CJ대한통운 택배의 심장부인 대전 문평동 허브터미널에 코드장애가 발생했다. 


심장(터미널)에 동맥경화(분류장애)가 오자 혈류(물품)가 눈에 띄게 줄었다. 물품의 이동방향을 알려주는 운송장 코드를 인식하지 못해  터미널 기능이 ‘올스톱’된 것이다. 사실 2008년에도 CJ GLS와 삼성물산 HTH택배가 합병으로 옥천터미널(전 CJ GLS 허브터미널)이 전산망 장애로 상당기간 마비가 된 적이 있었다. 


트라우마가 재발한 탓일까. 지난 4일 취재기자는 이 사실에 대해 CJ대한통운 본사 측에 확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회사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관련기사(‘CJ대한통운 통합 택배…첫날부터 삐걱’ 참조)가 5일 보도된 이후에도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그새 인터넷 네티즌들 사이에서 CJ대한통운의 지연배송과 콜센터 응대부족 등의 각종 불만댓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을 텐데 말이다.


오히려 사태를 책임감있게 수습하는 쪽은 가해자인 CJ대한통운이 아닌 피해자인 오픈마켓 판매자들이었다. 한 수산물 판매상은 “CJ대한통운 택배의 통합과정에 문제가 생겨 배송지연이 발생돼 제때 물품을 전달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고객님들의 불편을 끼친 점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전액 환불 조치해드리겠습니다”라고 쓴 안내문까지 붙였다. 


신뢰가 생명인 사업자에게 금전적인 손실보다는 고객들과의 신용이 더 중요하다는 간절함이 묻어있었다. 배송지연에 따른 판매신용점수(오픈마켓 입점업체)가 깎이는 억울한 상황에서도 불편함을 겪은 고객의 입장을 더 생각했던 것이다. 대기업인 CJ대한통운과 영세한 개인사업자 간 실수를 수습하는 자세가 극명하게 대조되는 대목이다.  


실수는 누구나 저지를 수 있다. 그러나 그 실수를 수습하는 과정에 따라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성서에 나오는 이스라엘의 초대왕 사울이 잘못을 저지른 후 체면을 세우기 위해 변명으로 급급하다 결국 불행한 최후를 맞이한 반면 그 뒤를 이른 다윗은 진심으로 죄의 댓가를 요구해 용서를 받지 않았던가. 


기업도 마찬가지다. 도요타의 부품 리콜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사고를 수습하는 투명하고, 공정한, 그리고 일관성 있는 자세가 무한경쟁시대로 접어든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을 가능케 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대표 물류기업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매출 1위, 물량 1위 만의 CJ대한통운을 결코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그 보다 개인과 기업이 물건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대한민국 물류일꾼에 더 많은 가치를 두지 않을까 싶다. 


<취재後>

CJ대한통운은 택배 전산장애로 인한 배송지연 등 택배대란에 대해 7일 몇몇 일간・경제지들의 취재가 들어오자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일시적인 시스템 장애로 곧 복구될 것”이라는 상투적인 답변이 전부였다. 


그러나 취재기자는 그 이전인 4일부터 관련 내용을 본사 홍보팀에 알렸고, 이에 따른 대책 마련과 정확한 사실보도를 위해 취재를 요청했다. 그러나 일체 응하지 않았다. 일간지에 비해 기사 배포력이 떨어지는 전문지라고 판단했던 탓이었을까. 아니면 몇일 대충 버티면 해결될 일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를 일이다. 


통합 CJ대한통운號가 출항한지 일주일. 더 먼 항해가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순항을 하려면 거친 파도 위에서 균형감을 잃지 않기 위해 다양한 소통채널을 유지해야 한다. CJ대한통운의 이중적 언론관을 지켜보는 마음이 왠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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