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물량 옥천·용인터미널로 분산…대전 문평동 정상화 주력
'전산장애냐, 단순 현장인력 문제냐' 규명 없고, 의혹만 증폭
[CLO 김철민 기자] 국내 1위 CJ대한통운발 택배대란이 발생한지 일주일 만에 차츰 정상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0일 CJ대한통운에 따르면 밤샘작업 등 임직원들의 각고의 노력 끝에 지난 9일 오전부터 집하, 배송 등 업무가 개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상황이 급박한 주요 쇼핑몰업체들의 물량을 우선 처리하고 있다"며 "통합 후 대전 터미널에 집중된 허브기능을 옥천, 용인 등으로 분산시켜 물량 병목현상을 해결해가는 과정 중"이라고 말해다.
그렇다고 CJ대한통운 택배의 심장부인 대전 문평동 허브터미널의 기능이 100% 회복된 것은 아니다.
'ㅇ'쇼핑몰업체 물류팀 한 관계자는 "(지난주 사고발생 이후) 이번주부터 물품을 대전이 아닌 옥천(전 CJ GLS 허브터미널)과 용인터미널로 빼고 있다"며 "이곳에 보내진 물건은 그나마 배송이 되고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물량분산을 유도해 급한 불은 껐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인 셈이다.
현재 옥천과 용인을 거쳐 물품을 배송하고 있는 인터넷쇼핑몰업체는 인터파크와 예스24, 11번가 등인 것으로 업계는 전했다.
CJ대한통운 대전 문평동 터미널 현장은 아직까지 오리무중이다. 이곳에 보내진 택배 물건들은 10일 오전 현재까지도 배송률이 평상시대비 30~40%로 떨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ㅅ'쇼핑몰업체 관계자는 "지난주 대전에 있었던 물품이 10일부터 일부 배송이 되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도 많은 물건이 전산상으로 확인이 되지 않아 물건이 배송되었더라도 본사 측에서 확인할 방법이 없고,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화물조회가 되질 않아 답답해하는 상황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불편은 한 쇼핑몰업체의 배송률 수치에도 잘 나타나 있다. 한 쇼핑몰업체의 경우, 평상시 익일택배(이틀안에 배송) 배송률이 94% 정도 수준이었지만 지난주 사고발생일인 4월4일~5일 집하율과 익일 배송률은 각각 23%, 19% 정도로 집계됐다. 현재(4월 누계)까지 익일 배송률은 64% 정도다. 쉽게 말해 이 기간동안 CJ대한통운 택배이용 고객의 절반 정도가 배송지연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언론보도처럼 대규모 전산장애로 인한 사고가 아니다"며 "대전 터미널에서의 분류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CJ GLS와)통합운영에 따른 터미널 증축으로 지역별 분류(슈트)기 개수가 늘어났고, 이곳에 투입되는 현장인력들의 업무숙련도가 떨어져 발생한 일시적 현상일 뿐 업계 일각의 추측과 확대해석은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번 사고의 원인을 놓고 CJ대한통운과 거래처 간 양측의 해석이 서로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온라인 쇼핑몰업체 한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의 설명처럼 전산장애가 아닌데 인터넷으로 화물조회가 되지 않은 점은 쉽게 이해가 되질 않는 부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반대의견도 있다. 택배업체 한 관계자는 "전산장애라면 CJ대한통운의 전국 터미널에서 동시에 발생해야하는데 이번 사고가 대전에서만 일어났고, 예상보다 복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봐선 단순 지역분류에 따른 코드 오류나 현장 인력의 업무 미숙 등이 원인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유통·물류업계 정보통신 실무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오가며 향후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속 시원한 규명이 없어 의혹만 늘어나고 있는 꼴이다.
무엇보다 이번 CJ대한통운발 택배대란을 키운 이유로는 사고발생시 초기대응에 부실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로 인해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들의 더 큰 원성을 사는 계기가 됐다는 것. 블로그, SNS 등에 '카더라' 같은 추측이 난무하면서 CJ대한통운의 대외 소통채널에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다.
대형 택배업체 고위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한 것보다 이를 투명하게 알리고, 고객사와 협력할 것은 같이 공조해 해결 실마리를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택배사의 주요 거래처인 쇼핑몰업체 물류실무자들도 이번 사건에 대해 정확한 원인을 모르고 있고, 이렇게 흐지부지 넘어간다면 향후 양측은 물론 소비자들과의 신뢰관계에서도 흠집이 나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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