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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콜’도 능력인 시대의 회수물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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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3. 6. 1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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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인텔 펜티엄 칩의 결함이 발견되었을 때 얼마나 신속하게 회수되었는지 사람들은 기억할 것이다. 당시 인텔은 회수를 신속하게 하기 위해 3PL까지 동원해 가면서 회수를 독려했고 자칫 사이릭스나 AMD에 시장을 빼앗길 수도 있는 상황을 지혜롭게 면했다. 제조물 책임법과 리콜 조치는, 제조업체의 회수물류에 대한 시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고 됐다. 리콜로 대표되는 회수도 능력이 되어 가는 시대다. <editor>


글. 인터넷 물류논객 후버


얼마 전 자동차의 제조사에서 필자 소유의 차가 리콜 대상이며, 가까운 정비소에 가서 조치를 받으라는 문자 메시지와 우편물을 보내왔다. 언론을 통해 필자의 자동차가 리콜 대상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리콜 대상 부품 관련해서 필자가 평소 점검을 해왔고 별 이상 없었기에 굳이 귀찮게 갈 필요 있나 싶다가 우편물까지 보내주는 정성에 마음 바꿔서 교환하고 왔다.


요즘 들어 제조물 책임 및 리콜 관련한 소식들이 많이 들린다. 필자의 자동차도 그 소식들 중 하나를 차지했다. 국산 B제품과 함께 어린이용 해열제의 쌍벽을 이루던 타이레놀 현탁액도 리콜 대상에 올랐다. 최근에는 몇년 전 영아 사망의 원인으로 지적된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입법도 있었던 모양이다.


요즘처럼 제조사들끼리 경쟁이 격화되는 현실 속에서 제조사들 사이의 격차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럴수록 제조사들 사이의 격차는 작은 것을 어떻게 잘 처리해서 문제가 커지는 것을 잘 막는지에 따라서 발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경쟁사나 필자의 회사나 B/L(선하증권) 1건당 커머셜 인보이스(Commercial Invoice) 건수를 많이 발행해서 수입통관 수수료를 아끼려고 노력할 수 있다. 이 경우 경쟁사나 우리의 차이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양사는 비슷한 물류비 정책을 가져가고 있고, 따라서 어느 한쪽이 경쟁력이 있다고 하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가 잘못 작성된 선적서류를 미리 확인 못해서 세관에서 수입을 거부당해 상대방보다 늦게 시장에 제품을 투입했거나, 수입통관할 때 잘못된 HS Code를 적용해서 더 높은 관세를 지불하고 통관을 했다면, 그 순간만큼은 상대방이 이기고 내가 진 것이다. 모 회사의 광고 카피처럼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


리콜이라는 것도 비슷한 범주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리콜은 어찌 보면 요즘 물류업계의 화두인 역물류, 또는 회수 물류의 정점이다. 제품을 파는 것은 경쟁사나 우리나 똑같이 열심히 잘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지금까지 열심히 팔았던 물건들을 죄다 회수해야 한다면, 그 때서야 지금까지 누가 반품과 회수에 관련한 프로세스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왔으며, 누가 잘못을 빨리 인정하고 빨리 회수에 착수할 수 있으며, 누가 더 효율적으로 저비용으로 회수하느냐에 따라 경쟁사와 우리 중 누가 승자인지가 좌우된다.


따지고 보면 제조사는 물건을 만들어 파는 것이 사업이지 반품을 받는 것이 주 사업은 아니다. 역물류 또는 회수 물류가 물류의 새로운 분야가 되어 가는 것 자체가 지금까지 제조업체들의 역물류 프로세스가 정방향 물류 프로세스에 비해 치밀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아닌 것 같다고?’ 그럼 한 가지만 물어보겠다. 불특정 기업에서 가장 똑똑하다고 일반적으로 인정받는 인재들은 어느 부서 소속인지를 보라. 회계, 재무, 기획, 영업, 회수 업무를 담당하는 물류나 고객서비스 부서라고 대답하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점점, 회수와 리콜을 등한시할 경우 지금까지 해 왔던 모든 경쟁들을 무력화할 수 있는 시대로 가고 있다.


실제 리콜이나 제조물책임법이 매우 엄격한 국가에서 해외사업을 전개하는 기업의 경우, 실제 해당 국가에서 리콜 대상 제품이 발생하면, 필자와 같은 시스템 관리자들도 바빠진다. 해당 SKU의 생산 또는 판매 이력 데이터를 단시간 안에 추출해 줘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지금까지 이용하던 반품 관리 기능들의 처리 속도를 올려 주거나, 사용자가 여러 반품 지시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사용자 편의성을 높여 준다. 


반품을 입고하는 물류센터는 갑자기 들어오는 반품들을 특정 구역에 적치해야 하므로, 별도 셀 로케이션을 지정하고, 해당 셀 로케이션은 평상시 이동 가능 로케이션에서 해제하는 등의 행위를 통해 갑자기 쏟아져 들어올 반품에 대응한다. 일반 반품과 리콜 반품을 구분 관리할 것인지, 통합 관리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며, 리콜 반품재고에 대한 재고 평가감 적용도 고민해야 한다. 추후에 동일 SKU가 실수로 출하되어 시장에 풀리는 일이 없도록 SKU의 주문 및 출하를 SKU 속성 또는 시스템 옵션으로 통제하고 이미 출하가 진행중이라면 취소 처리한다.


리콜이나 제조물책임법이 엄격한 경우, 아예 사후에 품질 문제에 시달리지 않도록 아예 판매주문을 입력하기 전부터 QC, 즉 품질 검사를 강도 높게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정책에 대응하려면 특정의 입고분량에 대하여 판매주문을 통제하고 품질검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일련의 조치들도 시스템 관리자가 신경써야 한다.


요컨대, 이제는 리콜로 대표되는 회수도 능력이 되어 가는 시대다. 필자는 가끔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회수에 등한시하는 제조사들의 면면을 보면, 어쩌면 저들은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라, 책임이 있긴 한데, 당장의 공급망 관리 능력으로는 회수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저렇듯 책임이 없다고 강변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회수 관련해서는 공급망 관리 능력이 없음을 요즘 SNS 용어로 '인증'하는 꼴이다.


실제 2011년 당시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이 사회 문제가 되었을 때 가습기살균제 제조사들이 물류관리에 막대한 돈을 투자한 대형마트들을 대상으로 수거한 뒤 정작 반품 받기가 힘든 소형거래선들을 대상으로 해서는 반품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그래도 사회적 파장이 크면 아무리 힘들어도 회수할 거 다 하면서 말이다. 2000년도 일본 유끼지루시 우유가 신속하게 회수되었고, 2001년 미국에서 결함이 발견된 파이어스톤 타이어가 신속하게 회수 및 교체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1989년 삼양식품의 라면이 신속하게 회수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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