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택배비 정상화 노력에 기사 처우개선까지
올 하반기 건강검진, 장학금, 산재 등 복지 지원
한진, 로젠 등 동참, CJ대한통운은 시장점유율 확대 우선
[CLO 김철민 기자] 올초 택배비 단가 500원 인상을 발표했던 현대로지스틱스 노영돈 사장의 고집이 시장에서 통한 걸까.
노 사장은 19일 기자들과 만나 “상반기에 재계약을 한 기업고객 중 62% 가량이 가격 인상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당초 시장의 우려와 달리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둔 것.
실제로 현대는 상반기(1~6월) 기업고객 2326곳을 대상으로 평균 단가를 박스당 250원 올린 것으로 밝혔다. 지난해 평균 단가가 약 2500원인 점을 감안하면 10%를 인상한 셈이다.
홈쇼핑, 인터넷 쇼핑몰 등 화주사 동의 없이 시장점유율 2위권 택배사가 단독으로 요금인상을 추진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업계의 전망이 보기 좋게 빗겨간 이유는 무엇일까.
노 사장은 “가격 인상에 따른 이탈 고객도 일부 있었다”며 “그렇지만 신규 고객이 생겨서 전체 고객 수는 변함이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또 그는 “대리점을 늘리고 배송시간을 줄이는 등 서비스의 질을 높인 덕분에 화주들의 반응이 더 좋았다”며 “올 하반기(7∼12월)에도 재계약을 하는 기업고객 7400여 곳을 대상으로 단가 인상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한진, 로젠택배 등도 택배 요금 정상화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전했다. 한진은 올해 택배 단가를 지난해 대비 평균 9%, 258원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 관계자는 "올 들어 재계약이 도래하는 고객사를 중심으로 택배가격 정상화와 서비스 질의 향상을 이유로 1500개사에서 단가 인상을 이끌어냈다"며 "또 신규고객사 2000여개와는 지난해 평균 단가 대비 135원 인상된 가격에 계약을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로젠택배도 한진과 비슷한 수준으로 택배 요금 정상화를 이룬 것으로 업계는 설명했다.
반면 택배 1위 업체인 CJ대한통운은 올 한해 단가인상을 추진하지 않는 대신 시장점유율을 더 확대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회사 측은 택배 단가 인상은 소비자와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어 우선 배송구역 조정, 시설투자와 통합 시너지를 통한 효율성 제고 등으로 수익성을 향상시키는 게 급선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CJ대한통운이 우선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나중에 단가를 한꺼번에 올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란 판단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는 택배업계의 출혈경쟁이 심해지던 1월 가격 인상을 선언해 화제가 됐다. 국내 1위 택배사인 CJ대한통운이 2위 업체인 CJ GLS와 합병으로 시장점유율 38.1%를 기록해 후발업체인 현대, 한진 등 3~4위권과 격차가 더 벌어지는 시점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이 CJ GLS와 합병을 기점으로 택배단가가 오를 것으로 전망했는데, 2위권 업체인 현대가 먼저 단가인상을 공언한 것을 놓고 업계가 의아해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후발업체가 시장에서 요금인상을 발표한 선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노 사장은 올초 택배요금 500원 인상을 선언하면서 “이익이 발생하면 우선적으로 택배기사들의 처우를 위해 노력할 것”이란 약속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택배요금 정상화로 생긴 이익의 85%는 협력업체와 대리점이 가져갈 것으로 예고했다.
노 사장은 “하반기부터 택배기사 6000여 명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우수 택배기사 자녀에게 장학금을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또 대리점에 택배기사를 위한 산재보험금을 일부 지원할 방침이다.
노 사장은 “택배기사가 살아야 택배업이 산다”며 “서로(회사와 택배기사)가 상생하게 되면 현재 택배서비스 품질 논란도 곧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사장의 고집이 반가운 이유다. 그의 뚝심이 하반기에도 통할지, 2위의 반란은 현재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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