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소리 내 울지 않는다」 저자. 송호근 서울대 교수
글. 천동암
서울대 송호근 교수가 저술한 책, 「그들은 소리 내 울지 않는다」를 읽고 나는 내 서재 방을 잠그고 책 표지의 내용처럼 소리 내지 않고 울었다.
그 눈물의 의미는 베이비부머 시대의 현재의 시대상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묘사 하였는데, 그 내용이 내가 당면한 문제와 똑같은 문제이고 짊어지고 가져가야 할 삶의 질곡이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애기한 베이비부머 시대는 “가교 세대(Bridging Generation)” 라는 말이 특히 공감이 간다. 가교 세대는 다리를 놓은 세대라는 뜻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지적한다.
첫째는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의 모든 부양책임을 스스로 짊어지면서도 “농업세대”와 “IT 세대” 사이에 소통을 책임지는 세대이다.
둘째는 근대와 현대 사이에 가교 역할을 했다. 현대가 시작되는 1970년대에는 신문명의 담지자가 되었고, 1980년대에는 “운동권 시대”, 1990년대에는 “탐닉 세대”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었다. 즉, 베이비부모는 “근대”가 끝나는 절벽에서 “현대”로 나아갈 수 있는 교량 역할 담당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베이비부머 자신을 위해서는 누가 자신들의 다리가 되어 줄 것인지 반문하고 있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도 흥미롭다. 어느 날 친구들과 술 한잔하는 모임을 끝나고 대리 기사를 불렀는데 대리기사의 베이비부머 저자의 같은 세대인 사람이었다. 그 대리기사의 대화를 하면서 베이비부머는 삶의 내용을 진지하게 파헤치고 싶은 충동이 있었다고 한다. “10년만 버티면 돼!”의 내용은 더욱 공감하는 내용이다.
저자가 만난 베이비부머들의 공통 슬로건이었다. 정년은 아직 남았고 그때까지는 생활비 걱정은 일단 접어둘 수 있으니까. 단, 일생 최대 과제인 자식들 교육과 결혼은 남았다. 베이비부머의 맨 저층에서 이런 각오를 다지는 사람들을 만나면 고개가 수그러진다고 한다. 부모는 저학력 농부였고 형제자매는 너무 많았다. 이제 막바지 자식농사와 노후 생계 근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눈물겨운 얘기를 1인칭 관점에서 얘기 속 얘기(Story In Story)형태로 서술한다.
김난도 교수가 저술한 「아프니까 청춘이다」 책은 젊은 층에게 삶의 희망의 두레박을 선물하였지만, 저자인 송호근 교수는 “아픈 청춘은 그래도 행복하다”라고 일갈한다. 베이비부머는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들지만 자식 뒷바라지에 부모 부양 때문에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고 쓸쓸한 뒤안길에 쭈그리고 앉아 가슴만 쓸어내릴 뿐이다. 베이비부머의 삶의 모습을 필자가 자작한 시로 본서의 결론으로 그 내용을 대신 하고자 한다.
아빠 아버지/ 천동암
아이들이 내 키 보다 크기 시작할 때
교육비가 월급에서 많이 빠져나가
친구와 소주한잔 마시고 싶지만
딸아이 학원비 생각나
전화로만 안부를 전한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두 놈이 한꺼번에 ‘아~빠’
소리 지르며 달려들어
내 팔에 매달리며
볼에 볼을 문지르고
노란 유채꽃 향기
달콤했던 아득한 추억들
지금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아이들은 더 이상
재잘거리지 않고
방에서 나오지 않고
가슴만 쓸어내리며
매번 헛기침만 한다.
추수하고 남은 쭉정이처럼
아빠는 가고
아버지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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