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졸업식
글. 천동암 삼성전자 부장
[CLO] 아내가 드디어 졸업했다. 11년만이다. 결혼 전에 열렬히 아내를 사랑했을 때 아내는 나에게 이런 말을 하면서 다짐을 받고 했다. “ 결혼해서 대학 가서 공부하고 싶은데, 나를 사랑하면 그 때 공부 할 수 있도록 도와 줄 수 있지?”그때는 눈에 콩깍지 끼여서 무엇인들 못해주랴, 하늘에 있는 별이라도 따서 받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어째든, 내가 박사과정 공부를 시작 할 무렵, 아내는 그때의 약속을 상기시키면서, 대학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 당시, 큰 딸은 5살, 작은 아들은 3살이었다. 전업주부가 대학에 가서 공부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공부를 하고 싶다는 아내 열정을 꺾을 자신이 없었다. 내가 석사 공부 할 때에도 나에게 가끔 협박을 했다. “ 당신이 공부 하느라 주말시간 다 보내고 가족과의 시간은 없고 내 인생은 어디 있어! 당신이 손을 뻗을 때 내가 항상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야!”
이런 상황에 내가 박사공부 시작하면서 아내의 대학 공부를 하지 말라는 명분이 없었다. 아내가 대학 공부 시작할 때 나는 “C"음료회사의 광주공장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내는 만학주부 특차로 "G" 대학교에 신입생으로 입학하게 되었다. 아내는 30세가 넘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하였지만 공부에 대한 열정은 타의 추종을 불허 했다. 그 당시, 나는 모 대학에 겸임교수로 있으면서, 교수의 입장에서 대학생들 공부하는 방법 등을 아내에게 쉽게 가르칠 수 있었다. 대학공부, 시험 잘 보는 방법, 영어 등 대학 생활에 필요한 부분들을 아내에게 가르쳤다. 아내는 2년을 공부하고 나서 수도권에 있는 대학에 3학년으로 편입하게 되었다.
대학 졸업 후 대학원을 가겠다고 했다. 나는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전업주부, 아내의 처지에서 판단해 보면, 대학졸업의 학력 콤플렉스가 있기 때문에 허락하고 지원해주었다. 그러나 대학원은 진짜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이 해야 하고, 대충 석사 공부해서는 안 되고, 전문가로서 활동을 하려면 박사까지 공부를 해야 한다는 평소의 신념이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다시 아내에게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석사 공부해서 집에 눌러 있으려면 공부하지 말고, 박사까지 공부해서 전문가로서 활동을 하겠다면 내가 힘이 닿은 데까지 지원하겠소.” 아내는 엷은 미소를 띠면서 결연한 표정으로 고객을 끄덕였다.
아내는 운 좋게 서울에 소재한 “H"대학 관광학부 석사과정에 입학하게 되었다. 어느 작렬하는 햇빛 여름날 장인어른이 우리 집에 오게 되었다. 저녁식사를 마친 후 공원벤치에서 장인어른은 처음으로 이런 말을 했다. “천 서방에게 미안하네, 내가 딸아이를 대학이라도 보냈으면 자네가 고생이 덜 할 텐데 말이야,” 말하는 끝이 흐리고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장인어른은 공직 30년을 봉직하는 동안, 다섯 명의 자식들 뒷바라지 하면서 막내 3살 때 아내를 천국에 먼저 보냈다. 그 이후 재혼하여 다시 두 명의 자녀를 두었으니 돌아가신 부인 자녀들에게 잘하는 것이 무지 어려움이 있었던 환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인어른은 표현하는 것이 어눌하였지만 가슴안쪽에는 사위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샘물처럼 넘치고 있었다.
오늘 아내 박사 졸업식, 축하해주기 위해서 장인어른이 왔다. 학과 대표로 아내가 총장에게 박사 학위기를 받고 인사를 하는데, 11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한 장면씩 스쳐 지나갔다. 내가 먼저 박사학위 과정을 시작했는데, 청출어람, 아내가 먼저 박사 학위를 받고 나 보다 앞서 나간다. 나는 원래 2등을 매우 싫어하지만, 오늘은 아내의 등 뒤에서 2등 하는 것이 매우 행복하다. 아니, 영원히 아내 등 뒤에서 2등하고 싶다. 결혼이라는 수레바퀴가 앞에는 아내가 뒤에는 내가 있는 형국이지만, 앞바퀴가 끄는 것이 아닌 뒷바퀴가 밀고 있는 당신의 영원한 후륜구동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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