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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신선함이 콸콸콸” 두 자매의 과일물류 이야기

INSIGHT

by 김편 2013. 6. 2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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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신선함이 콸콸콸” 

두 자매의 과일물류 이야기

엔로지스 양수정 사장, 양복선 이사

글. 김철민 기자|사진. 선규민 기자 


40℃에 육박하는 최악의 폭염을 에어컨이나 냉장고 없이 버텨야 한다면? 상상만으로 끔찍하고 아찔하다. 에어컨이야 그렇다 쳐도, 집집마다 다 있는 냉장고 없이 여름을 난다는 것은 생각하기조차 힘들다. 더위에 해갈할 냉수 한 컵을 마실 수 없는 것은 물론, 음식을 한 숟가락 뜨고 돌아서면 모두 상할 것이다. 아픈 사람의 환부가 썩고, 노약자가 기력을 보충할 약재도 보관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부터 불과 40여 년 전인 1970년대에 우리나라에 냉장고가 보급되기 시작했으니 그리 멀지 않은 이야기인 셈이다.


요즘은 어떤가? 365일, 언제, 어디서나 신선한 농수산물을 사먹고, 보관할 수 있게 됐다. 행여 식중독 사고라도 발생하면 미개사회에서나 발생하는 부끄러운 일로 생각할 정도다. 

이렇듯 유통·물류시장은 온도에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기 위해 과일, 채소, 육류 등 신선식품을 다루는 콜드체인(Cold Chain) 수요가 늘고 있다. 의약품, 혈액, 시약 등 특수 저온관리가 필요한 운송시장은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로 꼽힐 정도다. 더욱이 폭염, 폭설 등 전 세계 이상기후 현상으로 농산물 보급체계에 비상이 걸리면서 미래의 신선물류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editor>



B2C 신선물류에 푹 빠지다 

‘여성이어서?’ 아니 ‘여성이라서!’ 더 잘하는

또순이 두 자매의 상큼·발랄한 콜드체인 점령기



6월 중순께, 30℃를 훌쩍 넘는 때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린 오전, 성남에 위치한 엔로지스 신선물류센터를 방문했을 때 일이다. ‘0~3℃’가 적힌 문을 통과하자 두 계절을 건너뛴 추위가 온몸을 감쌌다. 하얀 입김과 함께 두 손은 저절로 주머니를 찾고 있었다.


취재 등을 이유로 전국의 여럿 냉장창고를 방문했던 필자가 아니던가. 습관적으로 입구주변에 비치돼 있을 두터운 외투를 찾아 연신 두리번두리번 거렸다. 그때 ‘쾅’하고 커다란 냉장창고 문이 열렸다. 그러더니 취재진을 안내한 투피스 정장차림의 한 여성이 쑤욱 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평소 같으면 안내자를 불러 세워 외투를 달라고 했을 일이다. 그런데 할아버지 수염처럼 하얗게 입김이 나는 창고 안을 아랑곳하지 않고 들어간 그녀를 뒤따라가면서, 외투를 달라고 투정을 부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향이 좋죠. 무슨 과일인지 아시겠어요?” 발걸음을 멈추던 그녀가 다짜고짜 질문을 했다.


반사적으로 ‘킁킁’ 냄새를 맡았다. “글쎄요. 신선한 과일인 것 같은데, 냄새로는 도저히….” 

추위에 시린 코가 잘 반응할 일이 없는데다, 평소 비염에 시달리는 처지라 냄새를 맡을 수가 없었다.


“포도, 체리가 보관돼 있어요. 이 녀석들(과일)을 만날 때마다 행복해집니다. 공항이나 항구에서 도착한 ‘리퍼 컨테이너(reefer container, 냉장 컨테이너)’에 수송되어 온 과일을 담은 상자를 갓 열었을 때, 그때 느끼는 신선함은 매번 느끼지만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즐거움이죠.”


과일을 바라보며 연신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치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사랑스런 눈빛처럼…. 바로 이 신선물류센터의 주인장인 엔로지스 양수정 사장이다.


“과일은 품목과 산지에 따라 적정 보존온도와 습도가 달라요. 품목에 따라 과일보관이 까다로워서 여간 힘든게 아닙니다. 꼭 갓난아이처럼 다루죠. 그래서 직원들한테도 과일박스를 상하역할 때는 아이를 안았을 때처럼 조심스럽게 다뤄달라고 요청합니다. 좀 느리고 답답해 보일 수는 있지만, 이것이 과일물류의 기본이 아닌가 싶네요.”


양 사장의 과일물류학 개론이 한참 이어질 때쯤, 뒤에서 또 ‘쾅’하고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일하는 현장직원인가 싶었는데, 우리 쪽으로 뚜벅뚜벅 힘차게 걸어왔다.


“좀 늦었습니다. 사무실에 세관원분들이 급하게 방문해서요. 양복선이라고 합니다.”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창고 사방을 치면서 울렸다. ‘이 여자는 또 누구야.’ 여리여리한 체구에 커다란 눈망울의 순한 인상이었지만 그 속에 강단이 느껴졌다. 영낙없는 ‘또순이’ 스타일, 그 주인공은 양복선 이사였다.

 

“제 친동생입니다. 이 회사의 전략기획과 영업을 맡고 있어요.” 옆에 있던 양 사장이 그제서야 양 이사를 소개했다.  


양 이사는 지난해 엔로지스에 합류했다. 이전까지는 외국계 증권회사에서 17년 동안 금융전문가로 활동했지만 이제는 신선물류 전문가의 꿈을 키우고 있다.


냉장창고에 무방비 상태로 너무 오래있었나. 추위에 자연스레 양팔을 쓰다듬자, 눈치를 챈 양 사장은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때부터 양 이사가 주도권을 잡고 말문을 텄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일이에요. 미국 선수단이 중국산 식품의 안정성 문제를 이유로 자국 선수단에 공급할 식품을 직접 공수하겠다고 하자 양국 간 마찰을 빚은 적이 있죠. 때마침 일본과도 식품 안정성 분쟁이 있었던 중국은 물류기업들을 중심으로 전면적인 ‘콜드체인’ 체계 정비에 대한 주장이 제기됐어요. 이렇듯 콜드체인은 국가간 외교적 마찰까지 부르는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바로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증폭하고 있기 때문이죠.”


오랜 증권사 생활 탓인지 양 이사의 시장 분석력은 남달랐다. 물류에 입문한지 1년이 채 안된 물류 새내기였지만 시장을 읽는 힘만은 분명 전문가 수준이었다. 


“요즘 온라인쇼핑, 소셜커머스 등에서 급격히 증가하는 있는 식품판매 추세를 보면 엔로지스가 중소식품업체들과 할 일이 참 많을 것 같아요. 오픈마켓 등에 입점한 일정 규모의 개인판매자나 중소업체들이 분명 좋은 아이템을 갖고 있지만 신선물류 시스템의 부재로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주변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 대형 물류업체들도 있지만 시장의 포지셔닝이 다르죠.”


양 이사 말대로 엔로지스는 단순 냉동창고 임대사업보다는 인터넷 쇼핑몰과 연계한 B2C 신선물류시장의 성장성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대형 물류업체들은 규모의 경제를 위해 덩치가 큰 화주들을 주로 상대한다. 그렇다보니 중소 식품업체들이 일정 수준의 신선물류 서비스를 제공받기란 여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양 사장과 양 이사는 그 틈새시장에 역량을 키우는데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엔로지스는 얼마 전부터 유명 스포츠트레이너인 ‘숀리의 건강 다이어트 식품’의 물류를 전담하고 있다. 보관부터 재고관리, 택배용 포장은 물론 배송까지 전 물류과정이 이 두 자매의 손을 거치고 있다.


엔로지스가 B2C 신선물류 등 농산물 특화서비스로 방향성을 잡은 것은 신선물류센터가 가락동농수산물청과시장과 매우 가깝다는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엔로지스는 경기도 성남 상대원동에 위치해 있어 가락시장과의 거리가 15㎞에 불과하다. 도로운송은 20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양 사장은 “도심에 위치한 가락동시장 주변에 농산물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창고가 많지 않아요. 더욱이 최근 수입과일이 늘고 있어서 엔로지스를 찾는 유통업체들이 늘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엔로지스의 성장사가 순탄치만은 않았다. 바로 ‘여성CEO’라는 일부 고객들의 편견 때문이다. 능력을 충분히 갖췄어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계약이 성사가 되지 않은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물류업계에 아직 여성 진출이 적어서인가 봐요. 일단 고객들을 만나면 좀 어색해하는 분들이 많으시죠.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가끔 여자와 일을 논의하는 걸 아직도 불편하게 생각하시는걸 보면 안타깝지만 이 또한 우리가 물류시장에서 넘어야할 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반면 여자여서 유리한 점도 많아요. 우선 남성 중심의 시각이 아닌 여성의 시각으로 고객의 니즈를 받아들이기 쉬운 장점이 있죠. 이걸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고객업체도 많아요. 정말 고마운 분들이죠.”


사실 양 사장은 기센 건설업계에서 구매담당으로 5년 동안 근무했다. 지금이야 워낙 기업에 여직원들이 많아서 특이할 일이 아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여성이 대기업 건설회사의 구매담당이었던 것은 충분한 화제꺼리였다. 


“과거 운송, 하역, 창고 등 전통적인 물류가 남성의 전유물이었다면 3PL, 배송대행 등 현재의 다양한 물류서비스는 섬세한 여성이 더 유리하다고 봅니다. 특히 B2C 등 소비재와  농산물 등 안전한 먹거리를 다루는 신선 유통시장의 고객은 여성이 대부분인 만큼 여성 물류인의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죠.”


‘여성이어서?’가 아닌 ‘여성이라서!’ 더 잘 할 수 있는 신선물류. 그래서인지 어느새 양 사장과 양 이사의 어깨에는 자신감으로 묵직해 있었다. 


“품질, 재고, 고객관리에 필수인 물류시스템 없이는 어떤 기업도 성공할 수 없죠. 효율적인 온도, 품질관리와 B2C 신선물류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 소비자들과 함께 성장하는 엔로지스가 되는 것이 저희 목표입니다.”

 

한없는 여성의 섬세함으로, 때론 억척스런 또순이 기질로…. 엔로지스 양수정 사장-양복선 이사, 두 자매의 상큼·발랄한 콜드체인 점령기는 현재 진행 중이다. 다음은 그녀들과의 끝나지 않은 수다.


Q. 신선물류센터를 운영하게 된 배경은?

A. 엔로지스 설립은 2006년 한 중소과일유통업체의 물류센터 필요성에서부터 시작됐다. 투자가 많은 사업이라 단일 중소유통사가 직접 짖고 운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서 여러 사람들을 모아 센터를 짓기로 했다. 땅을 사고, 센터를 짓는 과정에서 리먼사태 등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었고, 우여곡절 끝에 2009년 준공이 됐다. 사업환경이 좋지 않아 적합한 임대업체를 찾기 어려워 투자자인 우리가 직접 수탁운영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Q. 콜드체인 중 과일을 선택한 이유는?

A. 우선 가락동청과시장과의 접근성이 매우 좋다. 특히, 가락시장 주변에 농산물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신선물류센터가 많지 않는 점도 엔로지스가 갖춘 경쟁력이다. 최근 수입과일도 늘고 있는 점도 관련 물류수요를 증가시키고 있다. 고객사들의 니즈를 맞추다보니 과일 등 농산물 특화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게 됐다. 


Q. 엔로지스의 살림살이는 어떤가?

A. 영업을 시작한지 아직 만 4년이 채 되지 않아 매출규모는 보잘 게 없다. 다만, 2010년 순수 매출은 10억원이었던 것이 지난해 18억원을 올리며 2배 정도 성장했다. 현재 냉동냉장보관 및 냉동냉장보세창고가 주력이며, 앞으로는 인터넷 쇼핑몰, 소셜커머스 등에 입점한 중소업체를 대상으로 3PL(B2C택배), 포장 등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Q. 두 자매의 행복 원동력은 무엇인가?

A. 공항, 항구에서 리퍼 컨테이너에 수송되어 바로 온 과일을 담은 상자를 열었을 때 느끼는 신선함은 매번 느끼지만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이 신선함을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다면 행복지수도 조금은 올라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 이런 이유로 엔로지스는 ‘과일디렉트(www.fruitdirect.co.kr)’라는 온라인 유통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저희 센터에 고객사들이 보관하는 물건들을 보면 종종 감탄할 때가 많다. 처음 보는 귀한 농수산물부터 고품질의 식재료를 대중화시키기 위한 노력들, 여러 고객사들의 꿈이 물류과정을 통하여 성공하기도 하고 좌절되기도 한다. 그런 고객들과 열정을 함께 나누는 것이 가장 보람된 일이다.


Q. 미래의 엔로지스, 계획들이 무엇인가?

A. 최근 온라인, 모바일쇼핑에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식품판매추세에 엔로지스의 미래가 있다.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있지만 물류시스템의 부재로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식품업체들이 많다. 품질, 재고, 고객관리가 필수인 물류시스템 없이는 어떤 기업도 성공할 수 없다. 효율적인 온도, 품질관리와 B2C 신선물류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 소비자들과 함께 성장하는 엔로지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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