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물류스타트업 백서⑨ 원모먼트
‘꽃보다 남자’ 당신의 순간을 위하여
글. 엄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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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a in Brief
최근 몇 년 동안 국내에는 많은 꽃배달 스타트업이 태동했다. 원모먼트는 그 중 ‘빠른배송’을 무기로 시장에 진입한 업체다. 원모먼트가 매달 달라지는 구성으로 큐레이션한 꽃바구니, 핸드부케는 그날 필요한 고객에게 당일배송 된다. 서울, 경기지역에 3시간 배송 서비스가 제공되며 강남구, 관악구, 송파구 등 일부지역은 90분 배송이 가능하다. 그러나 원모먼트가 강조하는 ‘빠른 배송’이 정작 배송단에서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재밌다. 원모먼트의 속도는 배송 이전의 조달, 생산라인을 직접 통제하면서 만들어 낸 결과다. 마치 도요타의 JIT(Just In Time)을 닮아있는 원모먼트의 공급망은 그들만의 독특한 당일배송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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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평소 돈 주고 꽃을 사지 않는다. 그런 남자들이 폭발적으로 꽃을 구매하는 시점이 있다. 왠지 모르게 한 달 건너 있는 ‘무슨무슨 데이’라는 날들이 그러하다. 특히 가정의 달, 결혼기념일, 소중한 누군가의 생일 또한 마찬가지다. 남자들이 이러한 날에 특별히 감춰두고 있던 감성이 폭발하여 꽃을 사는 것일까. 아니다. 남자들에게 꽃이란 선물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수요예측이 되는 날이면 꽃을 미리 구매해둘 수 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일이 발생한다면? 가령 결혼기념일을 까마득히 잊고 있다가 오늘 아침 달력에서 날짜를 확인했다는 등의 끔찍한 일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할까.
원모먼트는 돌발적인 위험(?)을 겪은 남성들에게 순간을 선물해준다. 원모먼트가 매달 달라지는 구성으로 큐레이션한 꽃바구니, 핸드부케는 그날 필요한 고객에게 당일배송 된다. 서울, 경기지역에 3시간 배송 서비스가 제공되며 강남구, 관악구, 송파구 등 일부지역은 90분 배송이 가능하다.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늘어난 꽃배달 업체와의 경쟁력을 ‘배송’에서 찾은 것이다. 원모먼트의 핵심고객은 여성이 아니다. 원모먼트의 고객의 70%는 25세~35세 사이의 구매력 있는 남성 직장인이다. 꽃을 직접적으로 소비하는 주체가 아닌 누군가에게 꽃을 선물하는, 혹은 돌발적으로 꽃이 필요한 누군가가 메인 타겟이다.
원모먼트는 빠른 배송을 강조하지만 정작 ‘배송속도’에 집중하지 않는다. 원모먼트의 꽃배달은 이륜차 중개업체를 통해 아웃소싱하고 있기에 배송속도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는 어렵기 때문이다. 원모먼트가 강조하는 ‘빠른 배송’은 배송에서 나타나지 않는다. 배송 단 이전에 있는 조달과 생산부분 즉, 공급망의 상류에서 탄생하는 것이다.
피보팅(Pivoting)의 연속
원모먼트는 지난해 7월 서비스 론칭을 했다. 초기 원모먼트는 ‘정기배송(Subscription)’ 형태의 꽃배달을 강조하며 시장에 진입했다. 그렇게 구축한 정기배송 모델은 불과 2개월 만에 전면 철수했다. 그렇게 피보팅된 것이 현재의 당일배송 모델이다. 피보팅(Pivoting)은 린스타트업의 기본 전략 중 하나다. 피보팅이란 급격하게 변하는 환경에 따라 탄력적으로 주력 서비스를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원모먼트의 피보팅은 이것이 처음이 아니었다.
임규형 원모먼트 대표는 지난 14년 여름 ‘지렁이총각’이라는 화훼용품 편집샵에 합류했다. 지렁이총각은 실용허브 등 트렌디한 아이템을 굉장히 싼 가격에 판매하면서 매출 측면에서 큰 성장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월 매출 4000~5000만 상당을 달성했던 반면 실제 영업이익은 0에 가까웠다. 이 시점에 임 대표는 과감히 ‘지렁이총각’을 접었다. 매출은 높았지만 성장성이 부족했으며, 단순히 싼 가격에 상품을 공급해 판매하는 정도로는 폭발적 성장을 일으킨다는 의미의 ‘스타트업’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애매했기 때문이다. 지렁이총각을 통해 화훼산업을 겪었던 경험은 ‘원모먼트’라는 새로운 사업을 론칭하는 발판이 됐다.
원모먼트는 서비스 론칭 이후 8월까지 정기배송을 강조하며 시장에 진입했다. 사실 원모먼트는 애초에 정기배송 시장은 고려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모먼트가 정기배송 아이템을 강조한 이유는 ‘바이럴 마케팅’을 위한 것이었다. SNS를 통한 광고는 기존 매스미디어를 통한 광고에 비해 훨씬 저렴한 가격에 큰 효율을 볼 수 있다. 값싼 가격에 형성된 ‘정기배송 상품’은 SNS상에서 2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 결과 원모먼트는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페이스북 좋아요 1만 개를 돌파할 수 있었다.
원모먼트는 바이럴 마케팅을 어느 정도 달성한 이후 바로 정기배송에서 당일배송으로 사업모델을 전환했다. 임 대표에 따르면 정기배송 모델은 가격이 고착화된다는 큰 한계가 존재한다. 가격이 조금이라도 올라가면 정기배송 모델의 주 고객인 20대 초반 여성들은 절대 그 상품을 사지 않는다는 것이 임 대표의 설명이다. 원모먼트에게 20대 초반 여성들은 메인타겟이 아니었다. 20대 여성들은 바이럴의 주체로 그 역할을 충실히 해줬으며, 보다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남성대상의 사업모델로 서비스는 전면 개편됐다.
유통구조의 파편을 조립하다
임 대표는 지렁이총각 운영을 통해 화훼산업의 파편화되고 복잡한 유통구조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개선될 점이 많은 유통구조는 자연스레 원모먼트가 극복해야 될 방향이 됐다.
원모먼트에 따르면 꽃배달 시장은 다단계 유통구조를 가지고 있다. 가령 소비자가 꽃을 주문하는 ‘꽃배달 웹사이트’가 소비자 주문 이후 지역별 중개업체에 연락을 하고 이 중개업체가 소비자 근교에 있는 꽃배달 업체에 재연락을 하는 식이다. 실제로 최종 소비자에게는 꽃배달 사이트가 아닌 다단계 아랫단에 있는 판매자가 배달을 하는 것이다.
당연히 이 모든 과정에는 수수료가 따른다. 임 대표에 따르면 장미꽃 한 송이의 원가는 700원이지만, 모든 유통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도착할 때는 그것이 3500원까지 올라간다. 다단계 유통구조의 또 다른 단점은 꽃바구니, 꽃다발의 디자인의 평준화된다는 점이다. 이는 판매자들이 언제나 안정적인 가격에 공급받을 수 있는 꽃만을 선택하기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원모먼트는 이런 문제를 직영방식을 통해 풀었다. 원모먼트는 원자재 조달부터 상품 생산, 유통플랫폼 직영을 통해 소비자 판매까지 이르는 공급망을 일원화했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 중개방식에 비해 큰 비용을 야기한다. 원모먼트가 큰 비용에도 불구하고 중개방식을 사용한 이유는 운영 및 생산 효율화를 통한 서비스 품질의 균일화를 위한 것이다.
임 대표는 “높은 비용에도 직영구조를 사용하는 이유는 운영 효율화를 위한 것”이라며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개발이 끝나는 순간 어느 누구도 우리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신생 원모먼트로 재탄생할 것”이라 강조했다.
원모먼트의 JIT(Just In Time)
원모먼트의 이러한 철학은 공급망 관리까지 이어진다. 원모먼트가 구축한 직영 공급망을 통해 고객 주문량을 예측하여 원자재를 발주하고 상품을 생산, 당일 배송하는 과정이 체계적으로 통제되고 있다.
원모먼트의 서초동 사무실(겸 작업실)은 원자재를 매입할 수 있는 양재꽃시장과 차량으로 10분 거리에 위치해있다. 임 대표는 화훼시장에 꽃이 많이 들어오는 날인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에 맞춰 새벽 5시에 플로리스트와 함께 시장에 방문하여 원자재를 매입한다. 고객들의 예약주문량에 맞춰 원자재를 매입하며, 평균 고객주문량 시계열 데이터에 기반하여 추가 안전재고를 산정하여 함께 구매한다.
이렇게 구매한 꽃을 상품화되기 전 단계인 ‘반제품’의 모습으로 다듬고 세팅하는 것이 오픈시간인 오전 10시까지 할 일이다. 오전 10시 이후에는 고객 주문에 시시각각 대응한다. 원모먼트는 고객주문 발생과 동시에 배차를 시작한다. 배차된 이륜차 퀵라이더가 원모먼트 사무실에 도착하기까지는 평균 30분이 소요된다. 이 시간동안 상품이 완성되어야 고객에게 약속한 90분 배달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30분 안에 상품제작이란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원모먼트는 단시간 제작을 위해 두 가지 방법을 채용했다. 하나는 생산 시스템의 공장화다. 원모먼트는 플로리스트 하나 당 1~2개의 상품생산만 전담시킨다. 이는 플로리스트의 숙련도를 올려서 상품의 품질은 물론 작업속도까지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이다. 둘은 미리 준비된 ‘반제품’이다. 주문 발생 전인 오전 10시 이전에 원자재를 미리 다듬어서 ‘반제품’화 한 것이 작업속도를 단축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임 대표에 따르면 원모먼트 플로리스트의 평균 생산시간은 꽃다발의 경우 8분, 꽃바구니의 경우 15분이다. 이후 포장을 거치는데 이는 이륜차 기사가 도착하기 전에 모두 완료된다.
결과적으로 원모먼트는 하나의 공장 같은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완제품 생산 전 반제품을 구비하여 생산속도를 높이고, 고객 주문에 따라 배송기사가 도착하고 바로 출하되어 나갈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은 흡사 도요타의 JIT(Just In Time)를 보는 듯하다. 원모먼트의 강점은 ‘빠른배송’이다. 그렇지만 원모먼트의 ‘빠른배송’을 만들어 낸 것은 배송단이 아니다. 그 이전 조달, 생산라인을 직접 통제하면서 만들어 낸 결과인 것이다. 원모먼트는 이렇게 구축한 공급망을 통해 평균 재고율 5% 미만을 달성했다.
임 대표는 “주문과 동시에 90분 배송을 위해서 배송 단을 통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원모먼트의 90분 배송은 우리가 통제 가능한 영역인 원자재 조달, 생산 과정의 효율화를 통해 만들어낸 것”이라 말했다.
꽃이 아닌 선물을 전해주는 회사
원모먼트는 스스로를 ‘꽃을 배달하는 회사’가 아닌 ‘선물을 전해주는 회사’라 말하고 있다. 원모먼트의 주요고객은 꽃을 소비하는 사람이 아닌, 꽃을 선물해주고 싶은 사람이다. 때문에 원모먼트는 스스로가 통제하는 공급망의 마무리 단계인 ‘포장’에 단연 집중하고 있다.
원모먼트는 포장용기를 직접 제작하여 사용하고 있다. 퀵배송 중에 꽃의 모양이 손상되지 않을 ‘안전한 포장’은 기본이다. 이는 지금 수준의 포장으로도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원모먼트의 설명이다. 그러나 원모먼트의 포장은 단순히 안전한 포장을 넘어서 고객이 감동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원모먼트가 판매하는 상품에는 꽃뿐만 아니라 미니케익, 마카롱 등이 포함된 옵션상품이 있다. 해당 상품들은 고객주문수요에 맞춰 제휴업체를 통해 공급받거나 판매 소매점에서 직접 구매하며, 원모먼트의 포장용기에는 꽃과는 별도로 이러한 옵션상품이 들어갈 공간 또한 마련되어 있다. 지금은 단순히 추가공간만 확충하는 정도지만, 이는 장차 포장 내부적으로도 심미성을 갖추는 방향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임 대표는 “고객들이 상품을 받았을 때 무엇인가 특별한 느낌을 받기 위해서는 상품의 아름다움은 물론 포장 또한 중요하다”며 “포장의 외형뿐만 아니라 포장 내부의 인테리어까지 개선하는 이유”라 설명했다.
데이터 공급망을 구축하라
원모먼트는 최적의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지속적인 실험을 하고 있다. 현재 원모먼트가 판매하는 상품의 가격, 원자재 매입량, 안전재고 구매량 등은 모두 지속적인 실험을 통해 산정된 것이다. 물론 모든 예측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성공이든 실패든 그에 따른 데이터는 이후 전략에 즉각적으로 반영된다.
가령 지난해 11월 11일은 원모먼트에게 뼈아픈 하루였다. 원모먼트가 특별한 의미를 두고 준비하지 않았던 11월 11일은 ‘빼빼로데이’다. 이는 젊은 연인, 친구들이 서로 빼빼로를 교환하며 우정과 사랑을 나누는 날이다. 그에 따라 연인에게 빼빼로와 함께 꽃을 선물하고자 하는 주문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원모먼트에 따르면 빼빼로데이 당일은 말 그대로 대혼란이었다. 즉각적으로 동원될 수 있는 외부인력이 총동원되어 포장작업에 투입됐으며, 그나마도 부족한 원자재로 인해 결국 ‘조기품절’이라는 아픔만이 남았다. 더욱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었음에 불구하고 수요예측 실패로 인해 상당수의 주문을 놓친 것이다.
이 일은 원모먼트에게 큰 교훈이 됐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 기간에는 ‘얼리버드 형식’의 예약을 받고 있으며, 다음 달 찾아올 발렌타인데이(2월 14일), 화이트데이(3월 14일)에도 그에 따른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재료, 인원, 배송 3가지 단에서 이벤트데이를 준비하고 있으며 그 중 배송 단에서는 시스템 연동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원모먼트가 현재 일순위로 개선하고자 하는 것은 배송사 API(Application Programing Interface) 연동을 통한 자동화 시스템 구축이다. 고객에게 실시간 배송과정을 전달하는 문자 서비스를 자동화하고 이에 따른 자동 트래킹 서비스 구축 또한 염두에 두고 있다.
임규형 대표는 아마존을 좋아한다. 배송속도를 강조하지만, 그 이전에 데이터를 통한 기업내부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원모먼트의 철학이 이를 반증한다. 장차 아마존과 같이 공급망 전체를 자동화하고자 하는 원모먼트의 데이터 공급망에 대한 꿈은 이제 첫 발을 내딛었다.
임 대표는 “고객 주문에 대한 대응은 기본적으로 기업 내부 프로세스의 데이터화, 자동화가 되어야 가능할 것”이라며 “기술적으로 생산, 유통, 물류의 효율성을 만드는 것은 고객서비스를 생각하면 당연히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 해당 기사는 CLO 통권 67호(1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일부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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