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철민 기자
[CLO] 얼마 전 용인에 200mm가 넘는 폭우가 내렸을 때 일이다. 하루 종일 집 전화와 초인종이 쉴 새 없이 울렸다. 느긋한 주말 오전…. 누가 그렇게 전화를 하는가 싶어 아내에게 물었다. "누구야?", 아내 왈 "택배야~."
그날 집에는 한 달에 한두 번 올까 말까하는 택배아저씨가 하루에 무려 세 차례나 방문했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며칠 전 밤늦게 아내가 PC를 켜놓고 무엇인가를 주문하던 모습이 스쳐 지났다. "혹시 나 몰래 명품백 샀나? 오 마이 갓~ 제발 안돼…."
재빨리 확인이 필요했다. 슬쩍 방문을 열고 현관문을 살폈다. 그런데 박스가 없었다. "그새 흔적을 없앴군." 엄습한 불안감이 더 커지면서 집안 구석구석을 뒤졌다. 사실 이런 모습이 약간 X 팔렸다. 속으로 "꼭 이래야 되나? 무능한 남편~."
의심스런 행동을 몰래 지켜보던 아내가 뒤에서 등을 쳤다. "뭐 찾아?" 화들짝 놀란 나머지 "아, 아, 아니…" 머리를 긁적거리며 뒤돌아섰다. 아내의 두 손에 빨래세제와 두루마리 화장지가 들려 있었다. 아내가 웃으며 말했다. "왜 이거 찾았어?"
머쓱한 표정으로 아내에게 물었다. "왜 이런 걸 택배로 주문해… 마트에 가면 되지?" 그러자 아내가 창밖을 가리켰다. "밖에 좀 봐봐. 저 빗속을 헤집고 마트에 가고 싶니?"
"장마는 택배를 부른다."
폭우·폭염·폭설 등 궂은 날씨엔 '안방쇼핑족' 활개
평일보다 주말에 비오면 생필품 대량구매 급증
일기예보 따라 온·오프라인 매장 '희비' 엇갈려
비가 오면 택배가 바쁘다. 이유가 있다. 유통업계 매출에 답이 있었다. 장마철이 되면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이 줄어드는 반면 홈쇼핑이나 인터넷쇼핑몰의 매출은 증가한다.
얼마 전 롯데마트 김경환 신사업본부 상무(CSCO, Chief Supply Chain Officer)와 인터뷰가 있던 날이다. 때마침 비가 왔다. "비가 많이 오면 유통업체 매출은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상무는 "장마기간 온·오프라인 매출은 다른 양상을 띈다."며 "궂은 날씨로 인해 소비자들이 외출을 삼가는 대신 인터넷을 통한 안방쇼핑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 스스로 직접 매장을 찾아 쇼핑하는 즐거움보단 편리함을 선호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소비자들에 상품을 전달하는 택배가 장마철에 물량이 급증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오픈마켓 옥션 관계자는 "장마나 태풍이 오면 소비자들의 외부활동이 크게 위축되다 보니 온라인쇼핑몰 이용이 증가한다."며 "쌀이나 라면, 생수에서 기저귀나 화장지, 세재 등 부피가 크고 무거운 생필품들이 잘 팔린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주말에 비가 오면 외식 활동도 줄게 돼 집에서 요리할 수 있는 식품류 판매도 증가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G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태풍 메아리가 통과한 6월24∼26일 전체 매출이 평상시 대비 16% 늘어났다. 같은 기간 대표적인 장바구니 상품인 신선식품과 가공식품은 각각 80%와 15%의 매출 증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중보다 주말에 비가 올 경우, 온라인쇼핑몰 매출은 더욱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말을 이용해 소비자들 대부분이 대형마트에서 일주일치 생필품을 한꺼번에 구매하는 소비 경향 때문이다. 결국 비가 오면 매장 대신 인터넷에서 대량구매가 발생되는 셈이다.
한진택배 관계자는 "장마철에는 온라인쇼핑몰 매출 향상에 힘입어 평상시보다 배송물량이 20~30%씩 증가한다."며 "특히 주말에 비가 올 경우, 온라인쇼핑 주문이 급격히 늘면서 월~화요일에 택배가 집중되는 현상이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레인부츠, 패션우비, 우산 등 요즘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장마철 패션아이템 3종 세트'도 불티나게 팔리면서 장마철 택배 물량 급증에 효자상품으로 떠올랐다. 인터파크는 우산과 장화 판매가 전달 같은 기간보다 각각 300%, 240% 급증했다고 밝혔다.
대형 할인점들도 장마철 '레인 마케팅'을 펼치며 소비자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마트는 오는 13일까지 비 오는 날 쿠폰을 제공한다. 여름철 인기 먹거리와 생필품을 선정, 최대 50%까지 할인해 준다.
이마트 관계자는 "올해 강수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돼, 점포별로 선보이던 ‘레인 마케팅’을 2년 만에 전점에서 재개했다"고 말했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 15일까지 내내 비소식이 있다. "띵 동~", "띵 동~" 주택가 경쾌한 초인종 소리가 커질수록 장마철 온라인 유통시장 및 택배업계 매출도 쑥쑥 올라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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