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 도이치포스트 DHL(DP DHL)은 독일 최대 우편·화물 배송업체다. 전 세계 200여개국 및 지역에 네트워크를 두고 50만명을 채용하고 있다.
2008년까지 18년간 도이치포스트를 이끈 클라우스 줌빈켈은 1995년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를 민영화해 흑자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는 2001년 다국적 물류기업 DHL을 인수하며 도이치포스트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변모시키는 데도 공헌했다. 하지만 그는 2008년 2월 개인 탈세 혐의로 불명예 퇴임했다.
줌빈켈 후임으로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프랭크 아펠(50)은 위기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로 미국 내 수요가 급감하자 특송사업을 포기하고 9500명을 감원하는 등 빠르게 대처했다. 또 손실 규모가 늘어나고 있던 항공 화물운송서비스를 중단하는 동시에 국제운송에 집중, 순익을 늘렸다.
변화무쌍한 아펠의 전략은 지난해 내놓은 '전략2015'에도 반영돼 있다. 도이치포스트가 독일 우편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는 동시에 DHL의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게 이 전략의 골자다. 그룹 내 모든 부문의 실적을 업계 평균보다 1~2% 더 높인다는 것이 중간 목표로 설정돼 있다.
아펠의 전략 덕분인지 도이치포스트는 지난 1분기 순이익이 17억5000만유로로 지난해 같은 기간 9억4400만유로보다 85% 급증했다. DHL이 주도한 매출 역시 120억유로로 1년 전에 비해 4.4% 늘었다.
프랑크 아펠 회장의 경영 철학은 이렇게 요약된다.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복잡하다고 느낀다면 이미 그 서비스는 잘못됐다. 단순해야 비용을 낮출 수 있고 단순해야 믿을 수 있으며 단순해야 지속 가능하다. 무엇보다 단순해야 고객이 감동한다." 그는 임직원들에게 단순함(simplicity)이라는 단어를 자주 강조한다.
경영스타일도 마찬가지다. 2008년 CEO에 취임한 그는 회사의 비(非) 핵심분야를 매각하거나 정리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국내 특송 사업(일종의 택배 서비스) 포기였다. 이 사업은 페덱스(FedEx)와 유피에스(UPS)의 안방 시장을 점령하기 위해 전임인 클라우스 줌빈켈(Klaus Zumwinkel) 회장 시절 40억달러(약 4조5000억원)를 쏟아부은 사업이었다.
하지만 기업이든 국가든 역사를 보면 얻는 것보다 버리는 일이 훨씬 힘들다. 아펠 회장이 DP DHL의 강점이었던 국제운송 분야에 집중하며 나머지 사업을 정리하자 회사 안팎의 반발이 터져 나왔다. "막대한 돈을 투자했으니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아펠 회장은 회사가 잘할 수 있는 분야, 경쟁이 덜한 분야에 집중했다. 예를 들어 미국 내 특송사업은 인도·멕시코·러시아에서는 사업을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경쟁이 심하지 않고 그 자체로 이익이 나는 시장들이다. 2005년 인도의 특송업체 블루다트(Blue Dart)를 인수한 뒤에는 인도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DP DHL는 공기업 민영화와 세계 시장 진출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독일에서 편지와 소포를 배달하던 회사가 인수·합병을 통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지금 DP DHL에 인수·합병된 기업들은 합병 전 짧게는 수십년, 길게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더구나 DHL(미국), 단자스(Danzas·스위스), 엑셀(Exel·영국)처럼 국적마저 다르다. 다음은 프랑크 아펠 회장의 경영철학이 담긴 인터뷰 내용들을 재구성해 소개한다. (중략, CLO 8월호 Innov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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