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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비저빌리티는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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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3. 9. 10.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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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스피드 경영을 실천하려면 기업 내 흩어진 수많은 데이터를 모아서 경쟁사보다 신속하게 데이터를 가공하여 의미 있는 정보로 보여줘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공급망 가시성(Supply Chain Visibility)에 대한 시장의 니즈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다.


글. 후버 인터넷 물류논객


물류나 SCM을 담당하는 사람이라면 듣기만 해도 가슴 벅차오르고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단 한마디. 단언컨대 이 말 한마디만 하면 왠지 모르게 유식해 보일 것만 같은 그런 한 단어. 어찌 보면 정보기술이 기업에 공헌하는 궁극의 영역. 바로 ‘공급망 가시성(Supply Chain Visibility)’이다.


공급망 관리를 혁신하려는 많은 기업들은 S&OP(판매운영계획, Sales and Operation Planning)를 수립할 할 때 반드시 과거 매출실적을 전월대비, 전년동월대비, 전주대비 등등 여러 변수로 취합한 데이터를 놓고 회의하기 마련이다. 소의 귀에 붙인 태그 하나만으로 이 소가 언제 어디서 길러져서 도축되고 포장되어 매장에 진열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시대다. 국제회계기준이라 불리는 이른바 IFRS에 따라 인수증 정보를 받다 보면 궁극적으로는 어떤 물건이 언제 주문을 받아 언제 출하되어 언제 거래선에 인도되었는지가 모두 나온다.


오늘날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의 주기는 점점 짧아지게 되었고 (현재는 월 단위 계획 수립에서 주 단위 계획으로 전환 중), 그렇게 짧은 의사결정 주기에 의사결정을 제대로 할 수 있으려면 당연히 현황 또는 흐름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하므로, 가시성, 이른바 ‘비저빌리티(Visibility, 가시성)’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러한 비저빌리티가 없는 기업의 직원들은 사내 시스템으로는 도저히 뽑을 수 없는 무슨 이상한 데이터를 누가 어떤 경로로 요구할지 몰라서 고생한다. 하지만 비저빌리티가 잘 갖춰져 있고 그것을 임직원 모두가 동등하게 공유하는 기업의 직원들은 고생할 필요가 없다.


설령 누군가 평상시 잘 보지 않는 데이터를 요구한다 해도 대체적으로 몇 가지 데이터를 추출해서 브이룩업 함수(VLOOKUP, 엑셀에서 두 데이터의 공통 키값을 놓고 한 데이터와 다른 데이터의 특정 값을 연결해 주는 엑셀의 함수 이름)라도 묶으면 대체적으로 답이 나온다.


기업의 의사결정의 주기가 짧아지면서 결국 브이룩업하는 시간마저도 아끼기 위해 많은 기업들은 이런저런 형태의 비저빌리티를 구현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필수적으로 정보기술이 투입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특히 시대의 흐름에 따라 기업의 관심 영역이 바뀌기 때문에 비저빌리티에 대한 니즈도 시대가 변함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월말 기준의 예상 매출금액에 대한 비저빌리티가 구현되었다면, 그 다음에 기업은 각 주말 기준의 예상 매출금액이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요컨대, 정보기술을 활용하면 할수록 앞으로 구현해야 하는 비저빌리티의 난이도는 점점 높아진다.


공급망 가시성을 구현하기 위해 정보기술을 많이 이용하다 보면 세 가지 가장 어려운 순간을 맞는다.

첫번째, 도저히 나올 수 없거나 나온다 해도 아주 불안정한 비저빌리티를 요구할 때. 예를 들면 이렇다. 기업은 매출을 해서 수익을 남기기 때문에 어떤 기업이나 매출에 대한 비저빌리티는 많은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물류비용은? 물론 매출 데이터를 가지고 창고비, 운송비 등을 예상해서 보여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처리 시점 청구비용이 거의 확정되고 이후 변동이 크지 않은 매출과는 달리 비용은 내가 아무리 촘촘한 타리프(Tariff)를 가지고 잘 평가했다 해도 매출만큼 정확하게는 예상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물류센터 직원들의 오버타임(Over Time) 비용이 청구될 수 있다면, 그 비용을 누가 어떻게 예상할 수 있을까? 설령 어떠한 공식을 가지고 예상치를 구현했다고 하자. 예상치라는 것은 나중에 그 어느 누구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예상치는 분명 본인의 실적 평가에 불리한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불안정하고, 억지스럽고, 시비가 붙을 수 있는 비저빌리티는 업무 담당자의 혼란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시스템 유지보수비용을 증가시키며, 불필요한 논쟁만 낳는다.


두번째, 데이터의 헤더와 라인의 관계도 모르고 비저빌리티를 요구할 때. 어떤 비저빌리티의 경우는 각각의 데이터를 엮는 과정에서 한쪽 데이터는 헤더 기준이고 다른 한쪽 데이터는 라인 기준이어서 구현할 경우 헤더 데이터가 불필요하게 반복된다거나 아니면 라인 데이터를 대표값만 보여줘야 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수주 주문의 도착 예정날짜는 분명 처음 수주주문을 입력할 때는 헤더 기준이 될 수 있지만, 이후 부분적으로 출하가 발생할 경우 라인 기준으로 데이터가 달라진다. 분명 보고자 하는 데이터는 수주주문의 헤더 기준인데, 찬찬히 뜯어보다 보니 라인 기준으로 달라지는 데이터를 반드시 함께 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하면, 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세번째, 첫번째와 두번째 난관을 거쳐 겨우 비저빌리티를 구현했는데, 현장에서는 여전히 브이룩업을 신주단지 모시듯 하고 있을 때. 비저빌리티의 내용과 분량, 그리고 정확성과 범용성 중 하나를 택일하라면 필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정확성과 범용성을 선택할 것이다. 왜냐하면 비저빌리티는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 확인되는 순간,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다. 범용성도 중요하다. 실제 현장에서는 정확하고, 절대 다수의 구성원이 공유할 수 있는 비저빌리티가 존재하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덧붙이려 한다. 


모두가 똑같은 비저빌리티를 보고 그것을 기준으로 삼고 있을 때 본인은 뭔가 특별해 보이기 위해 계속 끊임없이 엑셀로 뭔가를 더 붙인다. 그리고 더 복잡한 보고서를 만들어 공유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렇게 되면 현장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을 정보기술 쪽에서 알고 구현 가능성을 검토하여 구현할 수 있을 때까지는 모두가 엑셀 작업하느라 고생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원천이 되는 비저빌리티를 구현한 담당자가 뭔가 데이터 확인을 해 주려 해도 어려워질 수 있다. 도대체 그 보고서를 엑셀로 뭘 어떻게 갖다 붙여 만들었는지 어떻게 알까? 요구사항을 제시할 용기가 있으면 당당히 제시해서 비저빌리티로 구현하고 경영진 이하 전체가 보는 기준으로 삼도록 하던가, 그게 안 되면 그냥 표준 기준으로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하던가. 안 그러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엑셀 때문에 고생한다.


스피드 경영의 시대라고 했던가. 스피드 경영을 하려면 결국 기업 내 흩어진 수많은 데이터를 모아서 경쟁사보다 신속하게 데이터를 가공하여 의미 있는 정보로 보여주는 자가 이기기 마련이다. 그런 차원에서 비저빌리티에 대한 니즈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은 그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여전히 엑셀 작업을 하고 있을 것이고, 어떤 이들은 헤더와 라인의 개념도 모른 채, 자기 머리속에서 나온 아이디어대로 비저빌리티를 구현하지 못하는 이유 때문에 분개할 것이며, 어떤 이들은 부정확하더라도 지금 당장 뭔가 보여주기 위해 억지로 예상치를 비저빌리티를 구현하려 할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묻는다. 당신의 비저빌리티는 오늘도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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