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급 중소 물류 벤처기업 출현해야
글. 김인석 SH로지스틱스 대표
“화물운송시장에 있어 2012년은 그 어느 때보다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내놓은 화물운송선진화 정책인 개정 화물운수사업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일부 규정들은 2013년 1월 1일부로 시행될 예정이지만,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일년이란 시간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이 내용은 2011년 12월에 한 물류전문지에서 내다본 2012년의 화물운송시장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지난 한 해 동안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고,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체감하기란 쉽지 않다. 정부 탓만 하기엔 화물운송 시장의 완고함은 일반인의 상상을 불허한다. 그나마 택배업계는 자가용 택배차량의 합법화 방안 발표로 분주한 편이지만, 일반 화물운송업계의 경우는 대외적인 경기 침체와 악화되는 수익성, 돌파구를 찾기 힘들 정도로 낙후된 산업구조 등으로 인해 새해를 맞는 분위기가 어둡다. 밤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까워 온다고 했던가.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상황이지만, 화물운송 업계도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첫째,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본격 시행
2013년부터 직접운송의무제, 최소운송의무제 등이 본격 시행된다.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은 2015년으로 유예되지만, 의무 기준의 충족을 위한 업계의 눈치보기와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것이 2013년도에 기회의 요인이 될 것인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이미 번호판 사재기가 본격화된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며, 이런 상황에서 정상적인 운송사업자들이 선의의 피해를 보거나 일할 의욕이 꺾이는 일은 없기를 바랄 뿐이다.
특히 지난해 12월13일 국토해양부는 화물운송 자격증을 갖추지 않았거나 법적으로 결격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한 나머지 현행 자가용 택배차량은 사업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하였다.
국토부에서는 이번 조치가 택배 배송차량 부족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지만 택배배송 기사들의 30% 정도는 신용불량자이거나 자신의 명의로 사업을 할 수 없는 이들로 여전히 인정받을 수 없다. 이러한 택배배송기사들의 이탈로 인한 네트워크 붕괴사태가 발생할 경우 많은 유통업체, 운송업체, 물류업체 또한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둘째,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과세 시행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2013년부터 과세와 세무조사가 실시된다. 지난해 말 증여세와 상속세법이 개정되고 올해 2월 시행령이 마련됨에 따라 내년부터 과세 신고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대기업 물류자회사들 내부적으로 대책 마련이 분주한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물류 자회사 상호 간에 물량을 주고 받아 일감 몰아주기를 회피할 수 있으며, 따라서 중소 물류 업체들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할 것이라는 냉소적 시각이 많으나, 최소한 형식적 차원에서라도 기회의 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중소 물류업체들이 대기업 물류를 직접 맡을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대기업 물류자회사의 실행력의 대부분은 중소 물류업체들에 대한 아웃소싱을 통해 확보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중소 물류업체들의 경우 부분적, 지역적 실행력이 있을 뿐, 이를 종합적, 전국적으로 묶어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은 대기업 물류자회사들을 따라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중소 물류업체들이 어떻게 종합적, 전국적 실행력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기회를 스스로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화물운송업계 또한 개별적으로는 구축이 어려운 전국적 운송망을 다양한 방식의 제휴와 협력을 통해 확보하는 것이 화두가 되어야 하며, 컨소시엄, 협동조합, 조인트 벤처 등 단일 기업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실험과 노력이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셋째, 중소기업 활성화와 물류 벤처기업 등장
여야를 막론하고 새롭게 탄생한 정권이 추진하는 경제 민주화라는 과제는 중소기업 활성화 시책으로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물류업계, 특히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화물운송업계는 이 기회를 반드시 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중소기업 지원금을 조금 더 타내자는 얘기가 아니다. 다시 말해 화물운송업계에서도 스타 벤처기업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화물 운송시스템에 IT기술을 접목하는 것만으로는 벤처기업이라고 할 수 없다. IT는 물론, 산업의 경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야 한다.
해외 배송대행 업체인 ‘몰테일’의 성공은 비즈니스 모델의 승리라고 본다. 물류현장에서의 실행력과 원가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 2013년이 이러한 스타 물류 벤처기업 탄생의 원년이 되어야 하며, 물류시장의 70%를 차지하고, 40만의 사업자를 자랑하는 화물운송 업계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를 통해, 젊은 인재와 자본이 관심을 갖는 산업이 되길 희망해 본다.
넷째, IT의 습격, 물류의 반격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복마전 수준이지만, 미국은 이미 아마존, 월마트, 이베이, 심지어 구글까지 뛰어들어 당일배송 서비스 도입을 위한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IT산업과 유통산업이 ‘물류’라는 전쟁터에서 만난 것이다.
“온라인 유통과 오프라인 유통의 대결”, “유통의 물류 통합”에 이어, “IT의 습격”이 이어지는 동안 물류산업계는 언제까지 관전평만 날리고 있을 것인가. 그 거대 기업들도 사실은 작은 벤처기업으로부터 시작했다는 것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현재 우리나라의 물류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대기업들의 역할이 물론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물류생태계”가 붕괴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작은 기업들이 특유의 민첩함과 도전 정신으로 “물류의 반격”을 주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표1> 2013년 화물운송시장 주요 변화 요인
정책 /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본격 시행
정치 /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과세 시행
업계 / 중소기업 활성화와 물류 벤처기업 등장
김인석 대표는
김 대표는 서울대학교 무기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인하대학교 물류대학원 박사과정(동 대학원 MBA졸업)에 재학 중이다. 2006년 수출입 전문운송업체인 SH로지스틱에 입사할 때까지 인터넷, 서버 보안, 임베디드, 모바일 등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을 설립, 운영했으며, 현재는 SH로지스틱 대표이사로 자체 IT운영개발을 통한 운송시스템 개선과 물류기반의 신사업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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