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서플라이체인부문>
ERP도입 이어 SCM 확산…대형 제조업 물류전략 강화
글. 후버
2012년 포스코의 차세대 ERP가 오라클로 선정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그해 연말은 삼성전자의 SCM을 이끌었던 주역들의 잇따른 승진과 대기업 2자물류회사의 국내 물류사업 독식 소식으로 마무리되었다. 따지고 보면 이것이 제조업 분야의 물류IT를 설명해 줄 수 있는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ERP
하나의 제조업체에 ERP가 들어간다는 것은 그 제조업체의 물류시스템 전략을 검토한다는 뜻이다. 최근의 ERP 솔루션들은 기본적인 개별 물류시스템 관련모듈을 하나쯤은 갖고 있다. 예를 들어 SAP이나 오라클 ERP 솔루션에는 TMS나 WMS의 기능을 수행하는 모듈이 들어 있다. 처음에는 개별 솔루션에 비해 기능이 떨어지고 통합성이 부족하다고 생각되었던 이들 모듈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훌륭한 기능과 ERP 덕분에 싼 라이선스 비용을 무기로 물류IT 시장을 잠식해 가고 있다.
SCM & 2자물류회사
2012년도 삼성전자의 폭발적인 영업이익과, LG전자의 흑자전환 뒤에는 치밀한 SCM이 존재했다. 제조업체들 상당수가 이미 IT투자에 자유로운 2자물류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계약기간 보다는 모회사의 의사결정에 따라 물류사업을 영위하는 만큼 IT투자비 회수기간에 대한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제조업체들이 고용한 3자물류(3PL)들은 나름대로의 시스템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제조업체의 입맛에 가장 맞는 시스템 솔루션을 제공해 주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2자물류회사다.
따라서 많은 제조업체들은 직간접적으로 WMS나 TMS 등 개별적으로 물류업무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출 만큼 갖추었다고 본다. 만약 아직도 갖추지 못했다면 이유는 물류를 아직도 투자가 아닌 비용으로 인식하거나, 굳이 시스템을 갖출 정도의 충분한 물동량이 없거나, 있더라도 수작업으로도 충분할 만큼 공급망이 단순한 경우일 것이다.
2013년 시장 전망
이미 개별적인 물류시스템은 충분히 이용되고 있지만 그것들을 얼마나 폭넓게 활용할 것인지의 문제가 남는다. 제조업체가 자재나 모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에게 현재의 재고상황과 앞으로의 생산계획, 완성품 출하현황 등을 보여주는 웹 기반의 솔루션이 있다고 해 보자. 여기까지는 제조업체의 기간 시스템과 SCP 솔루션만 연계해도 충분히 제공 가능한 데이터들이다.
그러나 몇 월 며칠 몇 시에 몇 번 트럭이 자재를 싣기 위해 순회할 것인지를 보여줘야 한다던가, 해당 협력업체로 하여금 다른 공장으로 자재를 직접 납품하도록 해야 할 경우 관련된 출하정보를 주고받아야 할 때는 결국 그 제조업체의 TMS나 WMS와의 직접적인 인터페이스나 기타 다른 방식의 데이터 교환을 반드시 해야 한다.
만약 IT투자를 할 만큼의 여력이 안 될 경우 IT담당 직원에게 마이크로소프트 액세스나 엑셀 매크로라도 가르쳐서 데이터 교환을 할 수 있다. 하지만 IT투자를 할 여력이 없는 기업의 경우 담당 직원에게 엑셀 매크로조차도 가르칠 의지가 없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따라서 무엇보다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 통합의 중요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물류 관련 시뮬레이션 강화
삼성SDS의 첼로 솔루션이 물류 및 SCM 관련 포털임과 동시에 물류 관련 리스크 관리를 겸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리스크 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리스크인지를 시스템 관점에서 판별해야 하는데, 그것은 곧 물류업무 관련 각종 시뮬레이션 작업이 미래에 더욱 필요해질 것을 암시한다.
예를 들어 현재의 실적 및 앞으로 생산계획과 판매계획에 근거해 볼 때 물류비가 얼마나 들 지, 그 물류비 중 트럭과 선박과 항공의 비중은 얼마나 될 지, 공장에서 거래선으로의 직배송과 지역 물류센터로의 배송간 비중은 얼마나 될 지, 창고 내에서 박스파손이 늘고 있지는 않은지 등을 가지고 물류비가 많이 드는 방향으로 비중이 늘어난다면 시스템은 경고를 줄 수 있어야 한다. 비단 물류비 뿐만 아니라, 해당 배송건이 정상적인 공급사슬 계획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것인지, 아니면 중간에 많은 변경을 거침으로써 공급망에 충격을 주면서 배송된 것인지 등에 대한 진단도 할 수 있겠다.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시뮬레이션의 강화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물류 IT 솔루션의 기회와 한계
만약 시뮬레이션을 할 정도의 능력이 안 되는 경우에는 그것을 3PL이 채워줄 수 있을 것이다. 여러 클라이언트의 물량을 하나의 물류센터에서 처리하는 3PL의 경우 여러 클라이언트가 공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툴을 갖추고 클라이언트의 물류업무에 대한 컨설팅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그들이 꿈꾸는 이른바 ‘컨설팅 능력의 강화’와도 일맥상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체가 3PL에게 과감하게 자신의 많은 데이터를 공유해 줘야 한다. 현재 국내의 기업환경에서 이것이 단시간 안에 가능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어쩌면 이것이 바로 오래 전부터 회자되던 4자물류(4PL)의 개념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이러한 4PL로서의 기능을 지원하는 사례가 일반화되지는 않았다.
우리나라에 국한된 이야기지만 2014년부터는 도로명 주소가 전면적으로 시행된다. 2013년 말이 되면 아마 제조업체들은 일제히 현재의 주소 마스터를 도로명 주소 기준으로 재정비하는데 시간과 노력이 들 것이다. 지금도 우편번호 개정이 있으면 기존 우편번호를 새 우편번호로 변경하는 컨버전 작업 정도는 하지만, 이건 그야말로 국내 배송지 주소 전체를 바꾸는 작업이니 좀 서두를 필요가 있다.
제조업체들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더 빠른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예를 들어 월 단위 계획을 수립하던 시절에는 한 달에 며칠만 밤 새워 일하자는 생각으로 계획을 수립했다면, 주 단위 계획 체제에서는 단 몇 시간 만에 이를 해야 하며, 만약 주 2회 계획으로 전환된다면 그 몇 시간조차도 단축해야 한다.
이러한 속도의 변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계획 수립의 앞뒤 프로세스의 합리화를 통한 속도 개선이 필요하다. 아울러 협력업체와의 유기적인 시스템 연계와 강화된 시뮬레이션 없이는 달성 불가능한 목표다. 그리고 2013년에는 그것이 좀 더 가시화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후버는
인너넷 물류논객 후버는 물류센터 현장에서부터 해운사와 3자물류, 대형 제조업 물류 관련 IT 업무를 맡아온 실무자로서 현재 블로그(http://blog.naver.com/dcscully)를 통해 물류산업 관점에서 본 세상 이야기와 업계 종사자들의 삶과 애환을 독특한 시각과 필체로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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